하나금융, 은행 이어 증권까지…외화 조달 ‘외환명가’ 굳히기

문영서 기자 2026. 10. 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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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국내 첫 외화 신종자본증권 3억달러 발행…수요 17억달러 몰려
하나은행 외환손익 흑자·디지털채권 발행…은행·증권 외화 조달 다변화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하나금융그룹]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은행에 이어 증권에서도 외화 조달 역량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은행이 외환 관련 손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하나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를 확보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달 30일 3억달러 규모의 미 달러화 표시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국내 증권사가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년 만기에 발행 5년 후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30NC5' 구조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도 예상보다 높았다. 수요예측에는 전 세계 120여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해 공모액의 약 6배에 달하는 17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냈고, 발행금리는 미국 5년물 국채금리에 169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연 6.50%로 결정됐다. 최초 제시금리에서 30bp 낮아진 수준이다.

이번 발행으로 하나증권은 기존 달러채 중심이었던 외화 조달 수단을 자본성 조달로까지 넓히게 됐다. 조달 자금은 자본적정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IB), 기업금융, 모험자본 공급 등 성장사업 확대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나증권이 해외 자본시장에서 외화 조달 기반을 넓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중동 사태 이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달러채를 발행했으며, 당시에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11배가 넘는 주문을 확보했다. 올해 들어서는 외화채에 이어 신종자본증권까지 발행하면서 조달 수단을 한층 다양화하고 있다.

증권 부문뿐 아니라 하나은행의 외환 사업 역시 그룹의 외화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축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외환 관련 손익이 합산 2351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나은행은 1012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 1112억원 손실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NH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흑자를 기록해 하나은행만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것은 아니다.

거래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하나은행의 1분기 외환거래이익은 2조5347억원, 외환거래손실은 2조433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 고객의 외환 거래가 늘면서 하나은행의 기업용 외환거래 플랫폼인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 이용 기업은 2024년 말 약 3500개사에서 올해 상반기 말 2만2000개사로 증가했다. 일평균 거래량 역시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늘었다.

다만 환율 상승 자체가 하나금융의 외환 사업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환 환산손실 1098억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했으며, 매매평가이익도 외화환산손실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20.1% 감소했다. 환율이 오를 경우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향후 환율이 추가 상승하면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서 보유 유가증권 위험값 축소나 대출 성장 관리 등을 통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 유동성 자체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3월 말 203.8%로 규제비율인 80%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에는 외화 LCR이 175.11%로 전년 말보다 28.11%포인트 낮아지는 등 환율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은 은행에서도 외화 조달 창구를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8일 유로클리어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1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외화 디지털채권을 발행했다.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전통적인 달러채에서 디지털채권과 신종자본증권으로 외화 조달 수단을 확대하면서 그룹 차원의 외화 조달 기반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오면서 한때 1500원 안팎까지 올랐던 6~7월보다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외환 사업의 성과가 단순히 환율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변동성과 달러 유동성, 해외 투자자들의 위험선호 등 시장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iM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는 업종 내 환율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 중 하나"라며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영향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둔화에 따른 수수료이익 감소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 연구원은 또 "환율 하락에 따른 RWA(위험가중자산) 축소를 통한 CET1비율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