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가 제자들과 차린 과자 공장의 사정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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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운정역 인근 한 건물 앞, 주소는 맞는데 업체 이름이 안 보였다.
조 대표는 스물다섯 살에 시작한 교직 생활을 서른 살에 마쳤다.
그렇게 기업을 만들고 제품을 출시한 게 지난해 3월이다.
조 대표는 "반복되는 일은 잘하는데, 원래 물량보다 일이 늘어나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걸 이해시키느라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라기보다 교사와 제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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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운정역 인근 한 건물 앞, 주소는 맞는데 업체 이름이 안 보였다. 대신 배너가 놓여 있었다. ‘폴린토 찾으시나요? 여깁니다. 여기.’ 아직 간판이 없는 이 밤색 건물은 특수교사 출신 대표가 발달장애인 제자들과 함께 운영하는 사업장 ‘폴린토’다. 공장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조숙영 대표(31)와 직원 강은진(23), 강은택(21), 이지민씨(23)가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사진 왼쪽부터).
조 대표는 스물다섯 살에 시작한 교직 생활을 서른 살에 마쳤다. 특수학급에서 고3 담임을 맡으며 제자들의 진로와 진학을 담당했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갈 곳이 많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는 좀 더 가르칠 수 있지만 졸업하면 취업을 하든 뭘 하든 내 손을 떠나니 더 이상 뭘 해줄 수 없었다. 그게 아쉬웠다.” 눈에 밟히는 제자 중에 이지민씨가 있었다. 분명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텐데 취업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았다. 교권 침해 문제도 사회적으로 떠오를 때였다. 교직 안에서는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폴린토가 만드는 제품은 ‘라이스 프레스 샌드’다. 현미를 압착해 납작한 칩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각각 녹차, 초코, 바나나, 황치즈 맛 크림 스프레드를 바른다. 네 사람이 학교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아이템이다. 조 대표는 흔히 장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제빵이나 바리스타 교육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부터 인기를 끄는 ‘제주마음샌드’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과자로 하면 좀 더 쉬울 것 같았다. 그렇게 기업을 만들고 제품을 출시한 게 지난해 3월이다. 제자이자 직원인 세 명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나의 도움이 없어도 어디든 취업할 수 있는 친구들보다는 취업이 조금 어려울 것 같은 아이들과 함께했다. 초기 멤버인 만큼 인성도 중요하게 봤다.”

제품을 만들던 이지민씨가 귀퉁이 떨어진 현미 칩을 골라냈다. 강은택씨가 스프레드를 짜고 강은진씨가 마무리를 했다. 강씨 둘은 남매이고 세 사람은 같은 반에서 생활하기도 해서 서로에게 익숙하다. 어려움도 있다. 조 대표는 “반복되는 일은 잘하는데, 원래 물량보다 일이 늘어나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걸 이해시키느라 어르고 달래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라기보다 교사와 제자에 가깝다. 바깥 활동이 줄어 살이 많이 찐 지민씨의 체중 관리를 나서서 돕기도 했다. “은택이가 학교 다닐 때 장난꾸러기이고 사고도 많이 치던 친구인데 최근 들어 많이 성장했다. 고등 졸업까지, 12년은 너무 짧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조금 느리게 성장하니 이후로도 배움이 계속 필요한 것 같다.” 폴린토는 그렇게 배움을 통해 '세상과 좀 더 연결되려고 노력하는 업체’다.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맛도 자신 있다. 유기농 현미와 프랑스산 초콜릿을 사용하는 등 원재료에 각별히 신경 쓴다. 폴린토의 지향에 공감해서 샀다가 맛 때문에 자주 구매하는 단골도 있다. 일단은 장애인을 10명 이상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목표로 한다.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알아봐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조 대표의 교직 생활은 끝났지만, 그의 일은 학교 밖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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