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방한도 안 통했다…톰 크루즈의 뼈아픈 참패, 워너의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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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지도가 다시 그려진 그 주, 한 편의 영화가 한 시대의 끝을 알렸다. 개봉 직전 13번째 내한까지 감행하며 한국 관객과 만난 톰 크루즈의 신작 '디거'다.
'디거'는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워너 'One Battle After Another'와 비슷한 궤적을 노린 작품이었다.
새 주인을 맞은 할리우드가 또 한 번 이런 대담한 도박을 허락할지, '디거'는 그 질문을 남긴 채 극장가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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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지민 기자]
할리우드의 지도가 다시 그려진 그 주, 한 편의 영화가 한 시대의 끝을 알렸다. 개봉 직전 13번째 내한까지 감행하며 한국 관객과 만난 톰 크루즈의 신작 '디거'다.
거장과 톱스타의 첫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이 작품은 개봉 첫 주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공교롭게도 워너브러더스가 독립 스튜디오로서 내놓은 마지막 대작으로 기록되게 됐다.
'디거'는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과 톰 크루즈의 첫 협업작이다.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의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 생긴 작은 균열이 전 지구적 재앙으로 번지는 블랙코미디다.
이냐리투 감독이 약 9년간 준비한 작품으로,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 등 전작 핵심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전편을 빈티지 포맷인 비스타비전으로 촬영하는 공도 들였다.
톰 크루즈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듣도 보도 못한 영화이자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당초 동행 예정이던 이냐리투 감독은 전날 부득이한 사정으로 내한하지 못했다.
다만 기획 단계부터 쉽지 않은 승부였다. 작품은 제작비만 1억 2,500만에서 1억 8,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대형 예산에 스타가 주연을 맡은 R등급 오리지널 코미디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문 조합이다.
■ 평점 0점 혹평에 첫 주 5위…'흥행 보증수표' 톰 크루즈마저 무너졌다
공개 직후 평단은 극단으로 갈렸다.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는 만점을 매긴 반면, 미국 보스턴 글로브는 0점과 함께 "크루즈 커리어 최악의 영화"라는 평을 내놨다.
관객 선택도 비슷한 방향을 향했다. '디거'는 북미 개봉 첫 주말 800만 달러로 5위에 머물렀다. 전 세계 수익도 2,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워너가 기대한 1,800만~2,000만 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1억 달러 규모로 알려진 마케팅비까지 더하면, 극장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전 세계에서 약 3억 5,0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톰 크루즈의 직전 흥행 부진작으로 꼽히는 '미이라'(2017)도 전 세계 4억 9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7일 박스오피스 기준 국내 누적 관객수 역시 약 5만명에 그쳤다. 예매 순위는 8위로, 전날보다 두 계단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거'는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워너 'One Battle After Another'와 비슷한 궤적을 노린 작품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워너가 받아 든 결과는 정반대였다.
흥행 부진이 확인된 직후인 6일(현지시간), 약 1,100억 달러 규모의 파라마운트-워너브러더스 합병이 공식 마무리됐다. 두 영화 스튜디오와 파라마운트+·HBO 맥스, CBS 뉴스·CNN이 데이비드 엘리슨 CEO 체제 아래 하나로 묶였다.
수장도 바뀌었다. '디거'를 승인한 워너 영화 부문 공동대표 마이클 드루카와 팸 애브디는 통합 법인에 합류하지 않는다. 그 자리는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이끌던 데이나 골드버그와 조시 그린스타인이 맡는다. 드루카와 애브디는 이 결정을 공식 통보가 아닌 언론 보도로 먼저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메가 합병으로 날아간 제작진…'새 주인' 맞은 할리우드의 혹독한 숙제
골드버그와 그린스타인은 취임 직후 내부 메모를 통해 파라마운트와 워너가 각자 브랜드로 영화를 제작·개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슨 CEO는 통합 과정에서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과제도 만만치 않다. 통합 법인은 반독점 합의 조건에 따라 연간 30편 이상의 극장 개봉작을 내놓아야 한다. 합병 효과를 위해 6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시선은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 박스오피스 분석가 데이비드 A. 그로스는 새 경영진이 곧 워너에서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톰 크루즈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스오피스 분석가 폴 더가라베디언은 "'디거'에서 배울 점이 있지만, 스튜디오들이 계속 톰 크루즈와 일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주인을 맞은 할리우드가 또 한 번 이런 대담한 도박을 허락할지, '디거'는 그 질문을 남긴 채 극장가를 떠나고 있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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