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끝나자마자 스스로 걸어 나온 휴머노이드… 車 회사는 어떻게 로봇을 뚝딱 생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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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중국 모빌리티·로보틱스 기업 샤오펑의 공장에서 키 178㎝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IRON)이 생산라인에서 조립이 끝나자마자 스스로 걸어 나왔다.
샤오펑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라인 핵심 공정의 80% 이상을 자동화했다고 밝혔다. 샤오펑은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을 위한 세계 최초의 자동화 생산라인을 개시했다"며 "자동차급 제조 역량을 로봇 생산에 적용했다"고 했다.
로보틱스·자동차업계에선 샤오펑이 자동차와 자율주행 공급망을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 개발·생산으로 연결시킨 데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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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중국 모빌리티·로보틱스 기업 샤오펑의 공장에서 키 178㎝의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IRON)이 생산라인에서 조립이 끝나자마자 스스로 걸어 나왔다. 사람의 옷처럼 전신을 감싸는 흰색 외피를 두른 아이언이 뚜벅뚜벅 걸어오자, 샤오펑 최고경영자(CEO) 허샤오펑이 아이언의 목에 ‘IRON’이라고 적힌 직원용 명찰을 걸어줬다. 이 로봇은 중화권 영화에서 신입사원을 뜻하는 코드네임 ‘9527’로 불린다.
샤오펑은 이날 광저우에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동화 생산라인을 정식 가동했다. 연구개발(R&D) 단계의 시제품 제작을 넘어 실제 생산라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샤오펑은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라인 핵심 공정의 80% 이상을 자동화했다고 밝혔다. 샤오펑은 핵심 공정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품질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공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펑은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을 위한 세계 최초의 자동화 생산라인을 개시했다”며 “자동차급 제조 역량을 로봇 생산에 적용했다”고 했다.
샤오펑은 연말 대량생산을 시작해 월 1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샤오펑 자체 매장 등에 먼저 배치해 가이드, 안내 서비스 등을 하게 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중국 국내외에서 외부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기차·휴머노이드, 부품 공급망 상당 부분 겹쳐
9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이미 중국에선 애지봇이나 유비테크 등 로봇 전문 기업이 연간 수천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샤오펑의 경우 자동차 회사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 개발해 양산과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샤오펑은 “자동차와 로봇은 서로 평행한 두 개의 선이 아니며, 오히려 동일한 물리적 AI 역량이 서로 다른 신체에 확장된 것”이라고 했다.
샤오펑은 2014년 설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전문 기업이다. 샤오펑은 니오(웨이라이)·리오토(리샹)와 함께 중국 전기차 산업의 ‘3대 신세력’으로 불려왔다. 공장 3곳(자오칭·광저우·우한)에 연산 60만대의 전기차 생산능력을 갖췄다. 지난해엔 약 43만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전문 회사 중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샤오펑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L4) 수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안전요원 없이 승객을 태우는 L4 로보택시를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샤오펑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튜링은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아이언에는 튜링 AI 칩 3개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최대 2250 TOPS(TOPS는 초당 1조회 연산 의미)의 연산 성능을 구현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로보틱스·자동차업계에선 샤오펑이 자동차와 자율주행 공급망을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 개발·생산으로 연결시킨 데 주목한다. 로봇만 생산하는 회사들에 비해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휴머노이드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 우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처음부터 공급망 전체를 새로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샤오펑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아이언 생산을 위한 부품 공급업체 중 85% 이상이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와 겹친다고 밝힌 바 있다. 부품 공급망을 포함해 전기차·자율주행차 제조 역량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전기차 부품과 휴머노이드 부품이 많이 일치하기 때문에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는 휴머노이드 공급망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전기차 회사가 기존 공급망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있어서 굉장히 유리한 면이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특히 AI 반도체 자체 개발과 생산을 샤오펑의 강점으로 꼽았다. AI 반도체가 샤오펑이 추진하는 피지컬 AI 수직 계열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AI 반도체를 외부에서 사오지 않고 직접 만들면 그만큼 더 싸게 로봇을 만들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수직 계열화를 얼마나 했는가, 부품을 얼마나 내재화했는지가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얼마나 빠르게 개발하면서 싸게 팔 수 있는지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샤오펑 로보틱스 사업부는 자동차와 AI 반도체 경쟁력과 로봇 사업 결합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IDG캐피털, 텐센트,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국 피지컬 AI(embodied AI) 분야에서 단일 라운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사모 자금 조달이다.

◇車 제조 인프라를 휴머노이드로 이식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샤오펑처럼 자동차 생산에서 축적한 제조 역량과 생산 인프라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양산으로 옮기고 있다. 핵심은 공급망 활용이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계열사와 물류 계열사까지 포함한 그룹 차원의 공급망을 로봇 사업에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전문성과 부품 인프라를 로보틱스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를 2028년부터 제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 연간 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등에 우선 배치해 ‘노동자’로 쓸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 생산 인프라와 공정 제어 기술, 생산 데이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구동장치인 액추에이터(공기압, 유압, 전기 등 에너지를 이용해 대상물을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데 쓰이는 기계)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부품과 장비 등의 물류와 공급망 관리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제조 전문성과 대량생산 경험을 기반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기차 등 전동화 밸류체인과 공급망을 재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도 수년 전부터 전기차 부품 공급망을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에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전기차 공급망에 들어간 수천 곳의 부품업체 중 일부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공급망에 편입해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액추에이터·AI 반도체 등은 자체 설계·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연말 옵티머스 출시를 앞두고 현재 중국 내 전기차 부품 공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옵티머스용 공급 자격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동부 저장성의 저장싼화·닝보쥔성·닝보퉈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앨런 왕하오 테슬라 중국 대표는 지난 4월 중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인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 이미 구축된 전기차·휴머노이드 공급망과 첨단 제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상반기에 테슬라는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모델 X 전기차 생산라인을 옵티머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양산을 준비해 왔다.
테슬라는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도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에도 적용한다. 지난 4월 설계를 마치고 내년 양산 예정인 차세대 AI5 칩은 자율주행차, 옵티머스,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자체 설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I 칩을 직접 생산하는 공장(테라팹)을 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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