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판티노 FIFA 회장에 반기…스위스 출신 첫 대항마 등장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지지를 철회하는 국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조국 스위스마저 등을 돌렸고, FIFA 내부 기구에 대한 공식 제소에 이어 내년 회장 선거에서 맞설 대항마까지 등장했다.
스위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라몬 베가(55)는 7일 내년 FIFA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인판티노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진 첫 후보다.
베가는 “세계 축구 가족을 다시 하나로 묶고 FIFA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출마한다”며 “축구는 응급실에서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겉치레식 변화가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판티노는 지난 7월 월드컵을 비롯한 FIFA 주요 대회의 상업권을 관리할 별도 회사를 세우고 지분 최대 20%를 민간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거래 규모는 4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월드컵 상업권의 민간 매각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축구연맹(UEFA)과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계획은 철회됐다.
그때부터 인판티노를 향했던 비판은 FIFA 회장직 자체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프랑스, 세르비아를 비롯한 여러 유럽 축구협회가 인판티노에 대한 차기 회장 선거 지지를 취소했다. 프랑스축구협회는 인판티노가 “축구의 이미지와 단결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달 말 나왔다. 인판티노의 조국인 스위스까지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거둬들였다. 스위스축구협회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인판티노를 지지했지만 “FIFA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투명성, 의사결정 과정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UEFA의 공세는 더 직접적이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지난달 말 FIFA의 월드컵 상업권 매각 시도를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며 “임금님은 벌거벗었다”고 직격했다. UEFA는 오는 11월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인판티노에게 맞설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인판티노는 여전히 상당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최근 22개 아랍권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아랍축구협회연맹이 인판티노 지지를 선언했고,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남미 등에서도 지지세가 적지 않다. 로이터는 지난달 FIFA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인판티노가 선거에서 버틸 수 있을 정도의 표를 확보할 것이란 관측도 전했다.
회장 선거는 2027년 3월18일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리는 제77차 FIFA 총회에서 치러진다.
박찬기 기자 chan1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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