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다”는 이화영…끝나지 않은 李대통령 ‘사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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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작수사의 억울한 피해자일까, 아니면 권력 뒤에 숨은 범죄자일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변호인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여권 내 미묘한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까지 사면할 경우, 대통령과 측근의 사법 리스크를 동시에 털어내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어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라고 하더라도 이 전 부지사를 사면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 문제(이화영 사면)가 임기 내내 계속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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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설 진화에도 5년째 수감 현실 그대로…사면은 역풍 우려, 가석방도 난항
“조국 사면은 연습문제, 이화영 사면은 고급문제” 관측도…李 ‘숙제’ 풀까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검찰 조작수사의 억울한 피해자일까, 아니면 권력 뒤에 숨은 범죄자일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변호인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여권 내 미묘한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당사자가 하루 만에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의 불씨까지 꺼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향한 원망에는 선을 그었지만, 사법부를 강하게 질타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이른바 '이화영 딜레마'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대북송금 사건과 맞물린 핵심 측근을 사면하자니 '제 식구 구하기'라는 역풍이, 외면하자니 이 전 부지사 측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어서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까지 사면할 경우, 대통령과 측근의 사법 리스크를 동시에 털어내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감옥에 갇힌 李 핵심측근…편지로 "조작 누명" 호소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로 꼽힌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평화부지사로 발탁돼 대북 교류·협력 사업을 주도했다. 이후 킨텍스 대표까지 지내며 이른바 '경기라인'의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 인생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과 함께 급전직하했다. 2022년 9월 쌍방울 측으로부터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까지 추가됐다.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8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확정했다.
쟁점이 된 것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의 성격이었다. 검찰은 이 가운데 500만 달러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300만 달러가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역시 대북송금이 경기도 사업비와 도지사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실제 송금 과정에 관여하거나 이를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관련 혐의로 별도 기소됐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의 수감 생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끝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을 대거 사면·복권했다. 반면 자신의 핵심 측근인 이 전 부지사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첫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사면·복권을 요청했지만, 결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인의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관련 사건의 핵심 당사자까지 사면할 경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부지사 측의 불만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자신 역시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검찰 조작기소의 피해자인데, 정권이 바뀐 뒤에도 별다른 구제 조치 없이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7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화가 많이 났다"며 자신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해 서운함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여러 통로를 통해 가석방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더는 기다리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5년째 수감돼 있는 현실이 잔인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단순한 선처 요구를 넘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검찰 조작수사 논리와 이 전 부지사의 현실 사이의 모순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이 전 부지사는 직접 진화에 나섰다. 8일 SBS가 입수한 2쪽 분량의 자필 입장문에서 그는 변호인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저의 진의와 다른 부분이 있어 정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가 저의 오랜 수형 생활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 모양"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거리를 뒀다.
오히려 이 대통령을 향한 공감도 드러냈다. 이 전 부지사는 "조작된 누명으로 저와 마찬가지의 고통을 받고 계실 대통령님의 고뇌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신 비판의 화살을 검찰과 법원으로 돌렸다. 그는 대북송금 사건을 검찰이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조작을 완성한 건 법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검사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법원 개혁을 촉구했다.

이화영 '진화'에도 與 전운…"조국과 사안 달라"
이로써 이 전 부지사의 '이재명 저격' 논란은 일단 한풀 꺾인 모습이다. 동시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당장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현재 가석방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두 개의 형을 선고받아 각각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경과해야 하지만 아직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나 여권으로부터 가석방 관련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했다.
실제 법조계에서도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 전 부지사를 구제할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검찰의 조작수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유죄 판결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무죄를 인정받으려면 엄격한 요건을 갖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별도의 사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형 집행을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부담이 뒤따른다. 이 전 부지사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 사법부의 확정판결을 정치권력이 뒤집으려 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아무런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낸다면 측근을 외면한다는 반발이 재연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북송금 사건은 이 대통령 자신의 재판과도 연결돼 있어 정치적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이 전 부지사의 신병 문제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새로운 정치적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부지사의 가석방 요구를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과 연결해 문제 삼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권 내부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검찰의 조작 수사와 기소에 대한 진상조사와 합당한 처벌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이건 '특정인'을 위한 게 아닌 정의 구현이자 내란 극복의 과정이다. 불필요한 잡음은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추가 행동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자필 입장문으로 갈등설에 선을 그었지만, 수감 생활이 길어지고 구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면 불만이 재차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당시 경기도와 쌍방울 사이에 어떤 일이 오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다. 향후 그가 기존 입장과 다른 진술을 내놓거나 대통령을 향해 더 직접적인 문제 제기에 나설 경우 파장은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딜레마는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8월15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조국 전 대표 등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사실 조국 사면은 연습문제다. 고급문제는 이화영 사면"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어 "지지율이 높은 임기 초라고 하더라도 이 전 부지사를 사면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이 문제(이화영 사면)가 임기 내내 계속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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