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폐렴 사망, 페스트균 감염 아냐"…전문가들 "앞뒤 맞지 않아"

문혜원 기자 2026. 10. 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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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균 등 위험 병원체를 연구하는 러시아 시베리아 연구소 직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페스트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통보했지만 사망자와 접촉한 200명 이상을 격리한 이유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공개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추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시필로바 연구원의 사망 원인이 페스트균 감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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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생물안보 전문가들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연구소 정보 공개 체계 강화 필요"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의 한 감염병 전문병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보안요원이 출입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 병원에서 이르쿠츠크 방역연구소 직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했다. TATYANA MAKEYEVA/AFP/연합뉴스 제공

페스트균 등 위험 병원체를 연구하는 러시아 시베리아 연구소 직원이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페스트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통보했지만 사망자와 접촉한 200명 이상을 격리한 이유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공개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추가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베리아·극동 이르쿠츠크 페스트 방역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다리야 시필로바 연구원이 2일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을 둘러싸고 국제 보건·생물안보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진다.

시베리아·극동 이르쿠츠크 페스트 방역 연구소는 페스트를 일으키는 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를 비롯한 위험 병원체를 연구하는 시설이다. 초기 현지 보도에서 시필로바연구원이 연구 과정에서 페스트균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스트는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환자는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등 감염 증상을 보인다. 페스트의 일종인 폐렴형 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를 침범한 경우 발생한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시필로바 연구원의 사망 원인이 페스트균 감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WHO에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6일 통보했으며 본인·접촉자 검사에서도 연구소에서 다루는 병원체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망자와 접촉한 200명 이상이 지역 병원에 격리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러시아 당국은 대규모 유행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톰 잉글스비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보건안보센터장은 "젊은 사람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 자체는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페스트가 아니라면 200명 이상을 격리한 이유가 무엇이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제니퍼 누조 미국 브라운대 팬데믹센터장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페스트 환자 한명 때문에 200명을 격리하거나 여러 병원 병동을 폐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페스트는 현재도 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매년 수백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 병원체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체의 유전체를 분석해 어떤 병원체인지 파악하고 감염 경로·대응 방법을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이 시필로바 연구원의 사망과 관련된 병원체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이미 완료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라지 판자비 전 백악관 생물안보 담당자는 "유전체 정보가 없으면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러시아 당국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프리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 국장은 "만약 페스트균이 확인되고 폐렴 증상이 나타났다면 실험실 작업 중 감염성 에어로졸을 흡입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아직 정보가 부족해 추가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부 추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실험실 병원체 노출 사고 자체도 드물다는 설명이다. 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연구시설에는 일반적으로 공기여과장치·밀폐 용기·개인보호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페스트균 연구시설은 일정한 방향의 공기 흐름과 고효율미립자공기(HEPA) 필터 등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

프리든 전 국장은 "제대로 수행한다면 안전하다"며 "연구소에서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험실 페스트균 노출로 인한 사망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9년 맬컴 카사다반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자는 독성이 약화된 페스트균을 연구하다 감염돼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별개로 위험 병원체를 다루는 연구시설의 생물안전 관리와 사고 발생 시 정보 공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자비 전 담당자는 "위험성이 높은 병원체를 연구하는 실험실의 생물안전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문제"라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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