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실습 공간 부족...政 “국립대병원 진료시설 국고보조율 상향 추진”

이재원 기자 2026. 10. 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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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병원, 2030년 임상실습생 203명으로 급증…강의실 수용인원은 85명
강원대병원, 교육공간 부족에 기존 병동 증축 검토…필수의료 진료 차질 우려
손영래 실장 “진료시설 국고보조율 25% 지나치게 낮아…지방부터 인상 협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따라 2029년부터 지역 국립대병원의 임상실습 인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수용할 교육·실습시설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립대병원 진료시설에 대한 국고보조율이 25%에 불과해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 국립대병원들이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방 국립대병원 진료시설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다른 복지부 사업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충북대학교병원과 강원대학교병원의 임상실습시설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의대 증원에 상응하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백 의원은 "정부가 2024년 의정갈등 이후 지방 국립대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의대 증원에 필요한 교육 인프라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의대 정원은 826명에서 1156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증원된 학생들이 예과를 마치고 임상실습에 진입하는 2029년부터 교육시설 부족 문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충북대와 강원대는 각각 49명이 증원돼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의대 정원 증가가 이뤄진 대학으로 지목됐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임상실습 인원이 2026년 103명에서 2029년 175명, 2030년에는 203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병원 본관 강의실의 수용인원은 8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 의원은 "2029년부터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임상실습에 들어오는데 현재 강의실은 85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복도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실상 수용 불능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은 교육시설 확충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 병원장은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복지부와 교육부가 강의 건물 3개 동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불인정 유예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1월에 겨우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시설 확충에 필요한 병원 자체 부담도 문제로 제기됐다.

현재 국립대병원의 진료 관련 시설에 대한 국고보조율은 25%로, 나머지 75%를 병원이 자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백 의원이 충북대병원의 부채 규모와 시설 투자 여력을 묻자 김 병원장은 "현재 약 14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며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시설 확충 비용의 75%를 자체 부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힘들다"고 밝혔다.

강원대병원 역시 임상실습 인원 증가에 대비한 교육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의원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의 임상실습 인원은 2026년 79명에서 2029년 171명, 2032년에는 195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병원 내 교육공간이 부족해 기존 암·노인센터의 행정실을 학생 전용시설과 휴게실로 전환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상교육훈련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기존 어린이병원 건물 위에 2개 층을 증축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필수의료 진료공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백 의원은 "어린이병원에는 신생아·소아중환자실과 소아·산모 병동이 있다"며 "증축 과정에서 소아병동을 일시 폐쇄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수의료 제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남우동 강원대병원장은 병원의 구조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설명했다.

남 병원장은 "강원대병원은 기존 의료원을 인수해 출발했기 때문에 다른 대학병원 부지의 3분의 1 수준에서 시작했다"며 "현재 국가가 요구하는 각종 사업을 수용하기에는 공간적으로 한계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교육훈련센터 확충으로 인한 진료 차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큰 차질은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백 의원은 이 같은 문제가 개별 병원의 시설 부족을 넘어 정부의 국립대병원 육성 정책과 재정지원 기준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교육 인프라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국고보조율 25~30%라는 상한을 유지해서는 필요한 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획예산처의 예산 지침을 이유로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며 "2027년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에도 관련 인프라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손영래 보건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국립대병원 시설에 적용되는 국고보조율의 불균형을 인정하고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 실장은 "현재 교육시설에는 국고보조율 75%가 적용되지만 진료 관련 시설에는 25%라는 다소 낮은 수준의 보조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을 이관받아 현황을 파악하면서 이 부분은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 국립대병원부터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방안을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손 실장은 "지방에 대해서는 국고보조율을 차등 적용하는 다른 사업 사례도 상당수 있다"며 "적어도 지방 국립대병원의 진료시설에 대해서는 다른 통상적인 복지부 사업과 유사한 수준까지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 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면서 국고보조율을 상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연구시설에 대한 지원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손 실장은 "현재 신규 예산을 편성하거나 기존 예산을 확충하면서 국립대병원의 연구·교육·진료시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임상교육훈련센터는 복지부가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해 새로운 교육시설 확충에 필요한 예산 확대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이 문제는 지역의료 강화 정책의 성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의대 증원에 따른 임상교육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가 국립대병원 진료시설 국고보조율 상향 방침을 밝힌 가운데, 향후 예산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실제 지원 비율이 조정되고 2029년 임상실습 인원 증가에 대비한 교육시설 확충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