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이익 600조도 가능”…그런데 주가는 왜 마이크론보다 못 오를까

권순우 기자 2026. 10. 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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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6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내년에 두 배로 상승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가정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2028년 메모리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삼성전자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같은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면서도 실적 전망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이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현재 반도체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3분기 실적이 아니라 내년 HBM 가격과 2028년 메모리 사이클의 지속 여부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기더라도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시장이 우려하는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실적 경쟁력보다 수급과 유동성의 차이를 지목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마이크론보다 약 35%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글로벌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미국 메모리 기업에 먼저 투자하고 한국 기업을 후순위로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이 주목한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이 500조원에서 630조원 수준까지 벌어졌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대체로 100조원대 초반에서 108조원 수준에 분포하며 평균은 103조~105조원 정도로 제시됐다.

하지만 김 센터장은 실제 실적이 103조5000억원으로 나오든 108조원으로 나오든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시장에 반영된 기대치의 범위 안에 있기 때문이다. 4분기 실적 역시 시장의 관심을 크게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메모리 가격은 계속 상승하더라도 상승률 자체는 3분기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확인하려는 것은 올해 마지막 두 분기의 실적이 아니다. 내년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는 문제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최근 메리츠증권에서 제시한 전망이 시장의 관심을 끈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도 영업이익을 약 630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전망보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기존 시장 컨센서스는 대략 550조~560조원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환율 변화 등을 반영하면서 일부 전망치가 510조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600조원을 훌쩍 넘는 전망이 제시된 것이다.

차이를 만들어낸 핵심 가정은 HBM 가격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HBM의 영업이익률이 일반 D램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BM이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일반 D램보다 높은 이익률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HBM 가격이 올해보다 40%에서 8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다양한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의 공격적인 시나리오는 가격이 100% 상승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으로 소개됐다.

HBM 가격이 두 배로 상승한다면 삼성전자의 이익 구조는 크게 달라진다. 김 센터장은 올해 4분기까지 100조원대 초반에서 움직이던 분기 영업이익이 내년 1분기부터 130조원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높은 가격과 생산량이 유지된다면 연간 영업이익 600조원 이상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HBM 공급 계약은 일반적으로 다음 연도에 적용될 가격을 미리 협상한다.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가격이라면 올해 11월 전후로 협상이 상당 부분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김 센터장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시장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들을 통해 일부 정보가 알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3000달러로 제시한 증권사가 등장했다. 미국 투자회사 DA데이비드슨은 기존 2100달러였던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3000달러로 상향했다. 그 근거는 이번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3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메모리 산업은 전통적으로 공급과잉과 공급부족을 반복하는 경기순환 산업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 공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구조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번에는 과거보다 긴 상승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DA데이비드슨의 목표주가는 이런 장기 성장 가능성을 공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예상하는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목표주가에 적용된 주가수익비율(PER)은 대략 10배 안팎이다. 반면 DA데이비드슨은 약 19배의 배수를 적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증권사보다 거의 두 배 높은 평가를 부여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이런 차이가 단순히 이익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메모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약 6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기업에 19배의 PER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메모리 산업의 경기순환적 특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높은 평가를 받았을 때보다 낮아진 상태다. 샌디스크 역시 과거 약 12배 수준까지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7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이 마이크론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마이크론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가격에서 굳이 매도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3000달러라는 목표주가가 단기간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 센터장은 공격적인 목표주가를 포함한 평균 목표주가에 일정한 안전마진을 적용하면 약 1200~1300달러 수준까지는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미국 메모리 기업들과의 주가 격차다. 김 센터장은 지난 7월 말 이후 미국과 한국 반도체 주식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7월 말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졌던 시기다. 이후 마이크론 주가는 약 27% 상승했다. 샌디스크 역시 큰 폭으로 올랐고 AMD와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한국 반도체 주식은 같은 기간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를 실적 전망의 차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다. HBM 시장에서는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더 크다. 김 센터장은 그 원인을 글로벌 자금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찾았다. 금리가 상승하고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환경에서는 투자자들이 모든 반도체 기업을 동시에 매수하기 어렵다. 자금이 제한되면 투자자들은 먼저 미국 시장의 주요 기업을 선택한다.

엔비디아와 구글 그리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우선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메모리 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 역시 미국에 상장된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를 먼저 선택할 수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다음 순서로 밀리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낮은 이유에는 2028년 메모리 시장에 대한 불안도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일부 증권사는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2028년에는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런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가 소수지만 시장은 오히려 그 가능성을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역시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변수로 제시됐다. 그는 내년도 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이익의 약 25%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이 유지된다면 배당수익률이 7%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가능성이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최근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의 주가가 마이크론보다 부진한 배경에는 보호예수 물량 해제에 따른 매물 부담과 솔리다임 기업공개 가능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솔리다임 상장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기업용 낸드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일반 소비자용 낸드 제품과 수요 구조가 다르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높은 저장 용량과 빠른 데이터 접근 속도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용 SS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 센터장은 솔리다임이 별도로 상장하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용 SSD 사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솔리다임의 올해 예상 매출은 약 250억달러다. 사업 환경에 따라 200억~300억달러 수준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순이익률 50%를 가정하면 연간 순이익은 약 125억달러가 된다.

김 센터장은 기업용 SSD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평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시장이 솔리다임에 15배 또는 20배의 PER을 부여한다면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솔리다임 상장이 SK하이닉스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숨겨진 가치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약 200조원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솔리다임의 잠재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돼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솔리다임의 실적이 별도로 공개되고 기업용 SSD 사업에 더 높은 평가가 적용된다면 SK하이닉스의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메모리 산업이 경기순환의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상장시키고 기존 지분을 대규모로 매각한다면 투자자들은 이를 고점에서 자산을 처분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후에도 110조원과 120조원 그리고 130조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돼야 시장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HBM 가격 협상과 솔리다임 상장 그리고 2028년 메모리 가격 전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지보다 그 이익이 앞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것이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