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무덤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엇갈린 흐름
미 국채금리 20년 만에 최고치…글로벌 증시 일제히 흔들
외국인·기관 동반 매도에 코스닥 1% 하락…투심 위축
원·달러 환율 1337원·유가 급등…증시 불확실성 확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음에도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기업 실적보다 금리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쏠리는 모습이다. ‘실적 호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고금리 환경의 냉정한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국내 증시는 상승 출발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오전 9시3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약 0.3% 내린 6770선 후반에서 움직이며 6800선이 무너졌다.
개인 투자자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장 초반부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지수의 하방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 관심을 모은 삼성전자도 기대만큼 강한 주가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대를 기록했다는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에도 주가는 26만 원 후반대에서 거래되며 전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 수요 확대가 실적에 반영됐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기업 내부의 성과보다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173만 원 안팎에서 소폭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같은 날 실적을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자체는 견조하지만 시장 전체를 끌어올릴 만큼 투자심리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변수로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꼽힌다. 밤사이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위험자산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 부담도 커진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식에 배분할 자금의 비중을 줄일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코스닥 시장은 더욱 약한 흐름이다. 오전 9시30분 기준 약 1% 하락한 886선에서 움직이며 코스피보다 낙폭이 크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의 매수세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중소형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성장주 비중이 높은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37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102.2 부근을 기록하며 달러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0달러 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달러 선에서 움직이며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