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유시민 ‘면바지’부터 2026 박진영 ‘시스루’까지···국회서 이색 패션으로 눈길 끈 사람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시스루 상의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위원장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회색 재킷과 바지에 속이 비치는 소재의 상의를 매치했다. 방송가에서는 익숙한 모습일 수 있지만, 정장 차림이 일반적인 국감장에서는 보기 드문 복장이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놨고,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박 위원장은 가수이자 프로듀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박진영에게 파격적인 의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3년 청와대 축하 공연에서는 망사 셔츠와 가죽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국감장에서 옷차림 자체를 메시지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2024년 10월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복장인 조리사 상의와 모자, 앞치마, 고무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노트북에는 ‘6명이 100인분 만든 흑백요리사, 1인당 214명까지 감당하는 급식 조리실무사’라는 문구를 붙였다. 급식 노동자의 과중한 업무를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같은 날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전통 한복을 입고 나왔다. 한복 문화와 고궁 입장료 감면 문제를 질의하기 위해서였다. 김 의원은 “지적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강한 인상을 남겨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이색 복장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이동섭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태권도복을 입고 국감장에 등장했고, 2021년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량 한복 차림으로 국감에 참석했다. 정책 현안을 설명하는 말뿐 아니라 한복이나 노동자 복장처럼 옷차림 자체를 하나의 시각적 메시지로 활용한 사례다.

국감은 아니지만 국회 복장 논쟁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시민 전 의원이 있다. 유 전 의원은 2003년 국회에 처음 등원하면서 정장 대신 흰색 면바지에 재킷을 입었다. 당시 국회의원에게 정장 차림을 요구하던 분위기와 맞물려 논란이 일었고, 일부 의원들은 그의 복장을 문제 삼으며 퇴장하기도 했다. 결국 유 전 의원은 다음날 정장을 입고 의원 선서를 했다. 지금은 비교적 익숙한 ‘비즈니스 캐주얼’도 당시 국회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차림으로 받아들여졌던 셈이다.

2020년에는 류호정 당시 정의당 의원의 분홍색 원피스가 국회 복장 논쟁을 불러왔다. 류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도트무늬 원피스와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했다. 사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국회의원에게 어느 정도의 복장 규범을 요구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반대로 국회의원이 반드시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옷 한 벌이 국회의 ‘드레스 코드’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진 사례였다.

해외 의회에서도 공식적인 공간의 복장 규범을 깨뜨린 사례는 적지 않다. 영국에서는 노동당 하원의원 트레이시 브래빈이 2020년 하원에서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고 발언하면서 화제가 됐다. 발언 도중 어깨가 드러난 장면이 사진으로 퍼지면서 복장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그런데 브래빈은 논란이 된 드레스를 이후 경매에 내놓았고, 수익금 2만 파운드 이상을 여성·청소년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 단순한 복장 논쟁이 기부 캠페인으로 이어진 경우다.
영국 하원에서는 옷에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 새겨 넣은 사례도 있었다. 녹색당 캐롤라인 루커스 의원은 2013년 여성의 성상품화를 비판하는 문구(NO MORE PAGE THREE)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의회에 등장했다. 당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이 여성의 상반신 노출 사진을 싣던 관행을 비판하는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루커스 의원은 토론 주제와 자신의 옷을 직접 연결했지만, 의회에서는 복장 규정을 이유로 재킷을 다시 입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정치인의 옷이 이처럼 반복해서 화제가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의 데이브 로랜저 패션마케팅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치인의 패션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패션은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며,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신이 보는 패션에서 의미를 읽어왔다”며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정치인과 공적 인물의 옷차림이 수많은 사람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되면서 패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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