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고 일머리 없는 저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셨어요[사랑합니다]

2026. 10.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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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인 나는 언니가 없다. 그러나 결혼 후 나에게는 친언니처럼 따뜻한 분이 생겼다.

그런 굼벵이 재주 덕분에 형님을 그나마 도와드릴 수 있었던 멋진 새내기 동서가 되었다.

가끔은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때 '언니'가 먼저 입에서 나오는 때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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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언니 같은 형님
형님(오른쪽) 칠순 생신을 축하하며 함께 찍은 사진.

맏이인 나는 언니가 없다. 그러나 결혼 후 나에게는 친언니처럼 따뜻한 분이 생겼다. 그분은 나의 큰형님이다.

결혼 전 나는 제사 상차림을 본 적이 없이 자랐다. 친정어머니는 무남독녀였으며, 외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셔서 뵌 적이 없었고,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평양이 고향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 때문에 이모도, 외삼촌도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 또한 늦둥이 막내여서 고모나 삼촌도 가까이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시댁은 친지가 많았고, 남편의 가족만도 딸은 없고 남자 5형제였다. 그중 남편은 셋째였다. 제삿날이 되면 모이는 식구 수가 대단했다. 친정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럴 때면 형님은 거의 한 달이 멀다 하고 돌아오는 제사 음식을 혼자서 준비하시고 만드셨다.

신혼 초에는 그 일이 형님께 얼마나 힘들고 짐스러운 일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저 아래 동서들은 저녁에 잠시 들러 약간의 도움을 드리며 설거지나 하게 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옛날에는 차도 없었기 때문에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려면 몇 날 며칠을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시고, 음식 재료들을 다듬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형님은 힘들단 말 한 번 없으신 분이셨다.

또한, 명절이 되면 미리 형님 댁에 가서 차례 음식을 준비하였는데, 그럴 때는 하루, 이틀, 사흘까지도 형님 댁에서 보내는 때도 있었다. 먼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형님 댁은 식사는 물론, 숙소까지 제공하는 장소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형님께서 어떻게 그 많은 음식과 일을 하셨는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때의 순간들을 다시금 되돌아본다. 그런 명절이면 형님께서는 “동서는 녹두를 잘 가니까 녹두는 꼭 동서가 갈아” 하신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던가” 하는 속담이 떠오른다.

시댁은 큰 명절에는 항상 녹두전을 하였는데, 물에 불린 녹두를 믹서로 갈지만, 그 입자를 알맞게 갈아 내는 재주가 나에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굼벵이 재주 덕분에 형님을 그나마 도와드릴 수 있었던 멋진 새내기 동서가 되었다.

녹두전은 녹두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갖가지 고명을 올리며 구워 내는 것도 여간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잘게 썬 고기가 올려지기 때문에 불을 조절하는 방법, 둥글게 보름달처럼 예쁘게 지져 내는 방법들이 모여져야 했다. 또한, 대식구가 먹으려면 4∼5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래도 친정에서 해 보지 못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는 것이 즐거웠다.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언니 같은 형님은 70세가 넘으셨고, 그간 형님과 나는 자매처럼 골프도 함께했고, 여행도 함께 다닌다. 가끔은 형님이라고 불러야 할 때 ‘언니’가 먼저 입에서 나오는 때가 더 많아졌다. 그럴 때면 형님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마주 보며 무언의 미소를 나눈다.

형님, 그동안 우리 가족을 지켜 오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철없고 일머리 없는 셋째 동서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주신 사랑,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형님은 영원한 나의 ‘언니’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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