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일정은 ‘0’인데 매일 소환…부국제 ‘핫피플’은 논란의 ‘암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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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의 여파로 영화 '암살자(들)'의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일정은 모두 취소됐지만, 정작 개막 이후 영화제 안팎의 관심을 독식하며 연일 소환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은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에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암살자(들)'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을 존중한다"며 개막작 선정을 유지했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암살자(들)'을 직접 만날 공식 일정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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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영화제는 국힘 109명 철회 요구에도 개막작 유지

‘암살자(들)’ 측은 배우와 제작진, 관객의 안전 등을 고려해 개막식 레드카펫과 야외 무대인사 등 예정했던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 역시 부산행을 접으면서 작품과 배우 모두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작품이 현장에서 사라진 뒤 오히려 존재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정지혜 프로그래머는 답변에 앞서 “이 자리는 개막작에 대한 기자회견인 만큼 해당 작품에 집중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며 제지했다. 심은경과 김종관 감독의 별도 답변 없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지만 영화제 첫 공식 기자회견부터 ‘암살자(들)’이 소환된 셈이다.
이튿날 열린 경쟁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작품을 둘러싼 논쟁이 화두가 됐다. 이번에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창작의 자유와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심사위원장 장이머우 감독은 ‘암살자(들)’을 보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역사적 진실과 창작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표현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보고 관객이 느끼는 바는 다 다를 수 있고 다른 관객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고 했다.
정주리 감독은 보다 직접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어온 그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결국 허구의 이야기이고 허구의 인물들이 된다”면서도 “지금 제가 느끼는 건 제 영화도 아닌데 위축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작품으로 상처받는 이들의 목소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당연히 그 상처가 표현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한다”면서도 “이런 반응들이 오게 되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고 했다.

7일 열린 제35회 부일영화상에서 유해진은 논란과 무관한 작품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유해진은 현장에 없었다. ‘암살자(들)’ 논란 이후 부산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대신 트로피를 받았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논쟁은 계속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9명은 ‘암살자(들)’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에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영화제 측은 “‘암살자(들)’ 제작진의 창작적 비전을 존중한다”며 개막작 선정을 유지했다. 독립적인 프로그래밍 과정을 통해 작품을 선정했다며 “관객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SGIFF의 역할”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개봉 이후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방식과 표현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극중 가설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암살자(들)’을 직접 만날 공식 일정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막작 기자회견부터 심사위원들의 발언, 유해진의 빈자리, 해외 영화제의 선택까지 곳곳에서 작품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스크린에서는 사라졌지만 화제의 중심에는 남았다. 가장 보기 힘들면서도 가장 자주 이름이 불리는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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