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약물 주입에도 생존... 깨어난 사형수 첫 한마디는

뉴욕/김성모 특파원 2026. 10. 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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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2일(현지 시간) 촬영된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의 모습.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지 않아 형 집행이 중단된 뒤 입원해 있으며 6일 의식을 회복했다. /AP 뉴시스

“여기가 어디야? 당신은 누구야?”

미국 테네시주에서 두 차례 독극물 주사를 맞고도 살아남은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가 의식을 되찾은 뒤 한 첫마디가 공개됐다. 그의 변호인 랜디 스파이비는 7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파이크가 깨어난 뒤 “여기가 어디야?” “당신은 누구야?”라고 말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집행 과정에서 두 차례 약물을 투여받았지만 숨지지 않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받던 그는 엿새 만인 지난 6일 깨어났다. 미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사형 집행 과정에서 독극물 주사 약물을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첫 사례다. 생존 경위와 재집행 여부를 놓고 의료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식 회복했지만 후유증

AP통신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변호인단도 사형 집행 후 살아는 남았지만 의식을 잃었던 파이크가 깨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스파이비는 “5일 밤까지 우리는 파이크가 뇌사 상태이며 다음 날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정식 뇌사 판정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파이크가 깨어나 말을 하기 시작해 모두가 놀랐다”며 “월요일 밤과 화요일 아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의식을 되찾았지만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파이크는 팔을 움직이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있으며, 폐렴과 팔의 혈전도 앓고 있다. 손도 심하게 부어 있다고 한다. 파이크는 18세였던 1995년 1월, 같은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던 콜린 슬레머(당시 19세)를 살해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 친구를 빼앗으려 한다고 의심한 그는 공범들과 함께 슬레머를 외진 곳으로 유인해 장시간 폭행하고 흉기로 공격한 뒤 살해했다. 고문을 동반한 범행의 잔혹성 등이 인정돼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형이 집행됐다면 테네시주에서 200여 년 만에 사형당한 여성이 될 예정이었다.

2007년 12월 4일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의 녹스카운티 형사법원에 들어서는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로이터 연합뉴스

◇약물이 혈관 밖으로 샜나

집행 실패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맥 주사관이 제대로 꼽히지 않았거나 혈관이 손상돼 약물이 혈류 대신 주변 조직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투여한 약물이 충분히 혈액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크에게 투여된 펜토바르비탈은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진정제로, 고용량에서는 의식을 잃게 하고 호흡을 멈추게 한다. 독극물 주사를 연구해 온 조너선 그로너 전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교수는 “파이크가 깨어났다는 사실은 약물이 체내에 매우 적게 들어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AP에 말했다.

변호인단은 파이크가 혈소판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혈액 질환을 앓고 있으며, 집행실에서 최소 일곱 차례 바늘에 찔렸다고 주장했다. 약물의 품질 문제도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테네시주 법원은 7일 약물과 주사기, 정맥 주사관, 영상·기록·통신 자료 등 집행 관련 증거를 보존하라고 명령했다. 빌 리 주지사는 올해 남은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변호인단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를 지지하는 이들은 “피해자는 콜린이지 파이크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재집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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