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그날’을, 팔레스타인은 ‘지금’을 본다···‘10·7 하마스 기습’ 3년

조형국 기자 2026. 10.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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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왜 막지 못했나”
책임 규명·안보 실패에 촉각
팔레스타인은 가자 파괴부터
서안 정착민 폭력에 고통과 신음
이스라엘군(IDF) 소속 군인이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2023년 10월7일 기습 공격 3주년을 맞아 이스라엘 남부 나할 오즈 언덕에 있는 추모비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7일(현지시간)로 3주년을 맞았다. 이후 시작된 대규모 전면전은 지난해 10월 휴전으로 멈춰 섰지만, 총성은 멎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벌인 참극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팔레스타인은 사실상 ‘전멸’을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보복에 신음 중이다. 비극은 계속 되고 있다.

비극의 모습은 엇갈린다. 이스라엘에게 10·7참사는 아물지 않은 상처다. 3주년이 다가오면서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희생자 유족의 여전한 고통에 주목했다. 하마스 기습을 막지 못한 안보 공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책임 규명이 화두다. 참사 3주기, 이스라엘의 질문은 “왜 그날 막지 못했나”이다.

팔레스타인에게 10·7참사는 지금 미간을 겨눈 총구다. 타임스오브팔레스타인은 6일 서안지구 아크라바 농지에서 올리브를 따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동예루살렘의 한 건물을 불도저로 밀었는데,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참관했다. 팔레스타인은 3년 넘게 “왜 우리는 고통받는가”를 묻고 있다.

3년 전 그날로 돌아가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희생자와 유족들은 10·7참사의 진실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채널12는 6일 참사 희생자인 응급구조사 아미트 만이 남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그가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코앞까지 온 상황에서도 부상자들을 돌봤다고 전했다. 채널12는 아직 국가가 유족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10·7 당시의 영상과 기록물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전했다. 아미트 만의 유족은 “우리는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책임자들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증거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책임도 주된 화두다. 특히 참사 이후 처음 치르는 총선을 앞두고 안보 책임론은 선거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올라섰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10·7참사가 투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에 대한 국가조사위원회 설치 여부도 총선 쟁점으로 거론된다. 왜 공격을 막지 못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정치 진영 간 공방이 격렬하다.

이스라엘 안보 당국은 긴장 속에서 3주년을 맞았다. 이스라엘 일간 마아리브는 안보 당국이 참사 3주년인 7일, 총선이 열리는 27일을 전후로 하마스나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의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0·7참사 이후 약 3만명의 군인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밝혔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은 SNS에 하마스 무장대원 총격으로 이스라엘 시민들이 숨졌던 당시 영상을 올리며 “3년 전 이스라엘은 영원히 바뀌었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라말라 인근 란테스 마을의 팔레스타인 소유 올리브 농장에서 팔레스타인 농민이 이스라엘 군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력과 고통’ 속 팔레스타인의 현실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정착민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10월 팔레스타인 농업의 근간인 올리브 수확 철을 맞아 서안지구에서의 만행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현지 상황을 전하는 활동가들의 SNS에는 총을 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위협하는 영상이 매일 올라온다. 이날 올리브 수확에 나선 농민들을 취재하던 AFP통신 기자가 이스라엘 정착민이 휘두른 자동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하루 만에 베들레헴 남부에서 올리브나무 40여그루가 훼손됐고, 살피트의 농민들이 공격받았고, 라말라 인근 주택에서 총격과 방화가 발생했다.

가자지구는 초토화 됐다. 휴전 이후에도 계속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기반 시설 약 90%가 파괴되고 시민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등이 집계한 결과 2023년 10월 이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7만4243명, 이 중 어린이는 2만174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부상자 치료차 병원으로 향하던 의료진 1명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프랑스 라디오방송 RFI는 “3년간의 전쟁은 가자지구의 물리적 모습뿐 아니라 인구 구성까지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 여론은 차갑게 식고 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극단주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참을 수 없는 폭력 행위가 전례 없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에는 런던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행진 시위를 연다. 같은 내용의 시위가 프랑스 파리에서도 계획됐지만 경찰이 이를 불허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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