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에 감형 약속후 정보 받은 경찰, 뇌물 혐의 기소 논란

천종현 기자 2026. 10. 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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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에 협조한 마약 사범, 이른바 '야당'에 감형을 약속하고 마약을 숨긴 위치를 제공받은 경찰관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약 사범의 돈으로 마약을 위장 구매하게 하고 수사 실적을 올린 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사의 판단이다.

또 김 경감은 검거된 마약 사범 6명에게는 '수사에 협조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해 주겠다며 마약을 위장 구매하게 한 뒤 총 11차례 좌표를 받았는데, 합수본은 이것도 뇌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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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마약범 돈으로 위장 구매, 정보 받아 실적 올린건 뇌물에 해당”
법원은 “뇌물 다툼 여지” 영장 기각
수사관도 “마약수사 위축될 우려”
“정보원 ‘야당’ 활용 기준 마련해야”

마약 수사에 협조한 마약 사범, 이른바 ‘야당’에 감형을 약속하고 마약을 숨긴 위치를 제공받은 경찰관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면서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약 사범의 돈으로 마약을 위장 구매하게 하고 수사 실적을 올린 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사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수사 일선에선 “마약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정보원 활용이 어디까지 합법인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檢 “좌표도 뇌물” vs 法 “다툼 여지”

7일 수원지방공소청 등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 김모 경감은 2024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텔레그램 마약 판매 조직 ‘마석도’의 총책 정모 씨 등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범죄 정보를 받아 실적을 올린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수사를 맡은 수원지검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합수본)는 김 경감의 수사 정보 제공이 ‘마석도’ 조직의 활동을 도왔다며 공무상 비밀누설과 범죄단체 활동 방조 혐의도 적용했다.

논란이 되는 건 합수단이 김 경감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다. 합수본은 김 경감이 정 씨를 배신한 ‘드라퍼’(마약 운반책)의 검거 여부와 드라퍼 지원자의 전과 등을 조회해 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김 씨는 그 대가로 6차례에 걸쳐 경쟁 조직의 마약 ‘좌표’(숨긴 위치)를 받아 수사에 활용했다. 합수본은 이렇게 얻은 ‘좌표’ 자체를 ‘무형의 이익’으로 판단했다.

또 김 경감은 검거된 마약 사범 6명에게는 ‘수사에 협조했다’는 취지의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해 주겠다며 마약을 위장 구매하게 한 뒤 총 11차례 좌표를 받았는데, 합수본은 이것도 뇌물로 봤다. 위장 구매는 ‘범죄 유발’에 가까워 감형 사유가 아니고, 마약 사범들에게 스스로 대금을 치르게 해 709만 원 상당의 수사비를 아꼈다는 논리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합수본은 8월 김 경감을 구속하려 했지만 수원지법은 “뇌물수수 성립 여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여상원 변호사는 “좌표는 개인적으로 처분한 것이 아니라 범인 검거와 압수에 쓰였다”며 “결과가 국가의 공익에 귀속됐다면 이를 개인이 받은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당시 합수본 관계자는 “수사 정보와 좌표가 상호 대가 관계로 오간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고, 사건을 이어받은 수원지방공소청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6일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 “정보원 활용 기준 세워야”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일선 마약 수사관 사이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처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마약 거래는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 이뤄져 판매책과 말단 드라퍼가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정보원인 ‘야당’ 활용까지 위축되면 수사가 어렵다는 항변이다. 한 일선서 형사과장은 “상선이나 중간책을 잡으려면 내부 사정을 아는 ‘야당’과 친밀감을 쌓아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수사한 성과를 ‘사익’으로 치부하면 현장에서는 신고 사건만 처리하려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현재 마약 수사가 위법의 경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마약 수사 예산은 2021년 9억 원에서 올해 64억 원으로 급증했지만 경찰관 1명당 수사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탓에 위장 구매를 할 땐 마약사범이 마약으로 번 돈을 쓰게 하는 관행도 있다고 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정보원과 관계가 지나치게 깊어지면 경쟁 조직만 겨냥하는 등 유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마저 성과로 정당화할 순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마약 수사에서 정보원의 활용 범위와 그에 따른 대가를 법령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 5월 시행되는 개정 마약류관리법에는 경찰의 위장 신분 수사를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정보원 활용 기준은 빠져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수사관 개인의 판단이나 관행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명확한 지침과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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