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넌 '우영우'와 '닥터 X'...한일 드라마, 서로의 안방 공략 나섰다

강유빈 2026. 10. 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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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미나미다 미나미입니다. 키쓰쓰키(딱따구리), 토마토, 스위스, 코네코(아기 고양이), 미나미다 미나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본판 드라마인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의 한 장면이다.

2000년대 한일 리메이크 드라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꽃보다 남자' 등 멜로·로맨스 중심이었지만, 2018년 일본판 '시그널'과 '굿닥터' 등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웰메이드 장르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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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명작 리메이크 드라마 이달 동시 출격
법정·병원 보편적 공간, 글로벌화 장벽 낮아
"韓 역동적 전개, 日 섬세함 서로 보완 효과도"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미나미다 미나미(아시다 마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본판 리메이크 드라마인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의 주인공이다.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 공식 X 캡처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미나미다 미나미입니다. 키쓰쓰키(딱따구리), 토마토, 스위스, 코네코(아기 고양이), 미나미다 미나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일본판 드라마인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의 한 장면이다. 원작에서 주인공 우영우(박은빈)가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등 앞뒤가 같은 단어로 자신을 소개하던 대사를 일본어로 재현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을 휩쓸었던 천재 외과의 캐릭터는 한국 병원으로 무대를 옮긴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법정·메디컬 드라마가 안방을 맞바꿔 바다 건너 시청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19일 방송되는 일본 드라마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표정을 연습하고 있다.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 공식 X 캡처

일본 간사이TV와 후지TV는 오는 19일 '미나미다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을 첫 방송한다. 2022년 ENA에서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설정 그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의 성장기를 그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 당시 21주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머무르는 대기록을 썼는데, 일본판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주연을 맡은 아시다 마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원래 원작을 좋아해 제안을 받고 놀랐다"며 "법정 드라마의 재미는 물론, 관계와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원작의 결을 소중히 담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선 일본의 히트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가 내년까지 줄줄이 공개된다. '사이다 메디컬 느와르'를 표방한 SBS의 새 금토드라마 '닥터 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첫 타자다. 일본 TV아사히에서 2012년부터 일곱 시즌에 걸쳐 제작된 '닥터 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오직 수술밖에 모르는 파견 외과의 계수정(김지원)이 대학병원의 부패한 의료 권력을 도려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계수정은 환자를 살리는 일 외에 회진, 회식, 교수 논문 돕기, 원치 않는 야근 등 의사 면허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거부하는 인물. "저, 실패하지 않거든요" 같은 주인공의 명대사도 원작과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내년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인 tvN '언내추럴(가제)'은 2018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동명 드라마의 세계관을 이어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속 가상의 부검 기관에 속한 법의학자가 부자연스러운 죽음 뒤에 숨겨진 사건을 규명해 나가는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받아온 임윤아가 주인공 법의관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선다.

9일 첫 방송되는 SBS 금토드라마 '닥터 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왼쪽)과 그가 속한 의사용역소개소의 소장 장희숙(이정은). SBS 제공

2000년대 한일 리메이크 드라마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꽃보다 남자' 등 멜로·로맨스 중심이었지만, 2018년 일본판 '시그널'과 '굿닥터' 등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면서 '웰메이드 장르물'로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 특히 법정과 병원 같은 보편적 공간에서 정의와 생명을 다루는 이야기는 글로벌로 확장해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진입 장벽이 낮은 장르물로 꼽힌다. 의뢰인과 환자에 따라 새 사건이 등장하는 특유의 에피소드 구조 역시 시청자들의 '정주행' 부담을 덜어주는 영리한 구성이다.

한일 간 활발한 리메이크는 서로의 강점을 빌려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한국 드라마에는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일본 드라마의 섬세함이, 일본에는 한국 드라마의 역동적인 전개와 다채로운 구성이 상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관건은 '문화 번역'이다. 윤 교수는 "의료나 법조 현장의 문제는 전 세계 공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선에는 차이가 있다"며 "이를 잘 번역해 각국 현실에 맞는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리메이크 드라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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