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책을 건넨 서점인, 세계의 길에서 자신을 다시 읽다

이나경 기자 2026. 10. 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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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의 배낭을 짊어지고 텐트에서 잠을 청했다. 계곡물을 떠 밥을 지어 먹고,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길을 한 달 가까이 걸었다.

그렇게 세계의 길 위에서 마주한 질문과 깨달음이 한 권의 책이 됐다.

책에는 길 위에서 기록한 글과 직접 찍은 풍경 사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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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향토서점 대동서적 38년 지킨 최창규 대표,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 출간
파타고니아·히말라야 걷고 JMT 28박29일 427㎞·78만 걸음…길 위에서 삶과 자아 되짚어
“내 시간이 곧 내 삶”…책으로 읽고 몸으로 걸으며 찾은 ‘현재에 충실한 삶’
미국 존 뮤어 트레일을 걷고 있는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 그는 18㎏의 배낭을 메고 28박29일 동안 427㎞, 약 78만 걸음을 걸으며 길 위에서 자신과 삶을 돌아봤다. 최창규 대표 제공


18㎏의 배낭을 짊어지고 텐트에서 잠을 청했다. 계곡물을 떠 밥을 지어 먹고,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길을 한 달 가까이 걸었다. 최창규 안산 대동서적 대표는 미국 존 뮤어 트레일(JMT)을 떠올리며 “4천m가 넘는 산을 13개나 넘어야 했다”며 “문명 세계를 뒤로하고 야생의 삶으로 들어가니 순간순간 내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게 세계의 길 위에서 마주한 질문과 깨달음이 한 권의 책이 됐다. 40년 가까이 안산의 대표적 향토서점 대동서적을 지키며 지역의 책 문화를 일궈온 최 대표가 걷기 여행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해토출판사)를 펴냈다. 남미와 히말라야, 미국의 장거리 트레일을 걸으며 직접 보고 느낀 시간을 글과 사진으로 풀어냈다. 풍경을 소비하는 관광보다 길 위에서 자신을 되묻는 ‘순례’에 가까운 기록이다.

걷기 여행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 해토출판사 제공


최 대표는 7일 경기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시간이 곧 내 삶인데, 어느 순간 내 시간을 내 삶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길을 걸으며 얻은 울림과 삶의 지혜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오랜 ‘책의 시간’이 있다. 최 대표는 1988년 안산에서 참고서 도매상으로 출발한 뒤 종합서점 대동서적을 세웠고 현재 사동본점과 중앙점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독서포럼을 창립해 15년간 이끌며 매년 25권 이상의 책을 시민들과 읽고 토론했고, 독서아카데미와 심야책방, 글쓰기 대회를 이어왔다. 폐교를 활용한 ‘공주북캠프’도 운영하며 지역 독서문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쉼 없이 달려온 시간 속에서 50대 중반 무렵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찾아왔다. 지역사회 여러 단체를 맡으며 주말까지 모임과 경조사로 채워지자 “남에게 보여주는 삶을 위해 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외부 일정을 줄여 독서와 공부에 집중했고 주말에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기 여행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를 펴낸 최창규 안산 대동서적 대표. 대동서적 제공


책은 특히 강렬한 흔적을 남긴 세 여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부는 남미에서 마주한 문명과 시간, 2부는 안나푸르나·랑탕·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에서 얻은 삶의 태도, 3부는 미국 시에라네바다를 가로지르는 JMT 여정이다. JMT에서는 28박29일 동안 427㎞, 약 78만 걸음을 걸었다.

길은 저마다 다른 깨달음을 남겼다. 남미에서는 자신이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이 모두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히말라야에서는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감사와 겸손을 배웠다. 구름과 바람에 따라 찰나에 모습을 바꾸는 산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생각하게 했다. 문명의 편의가 사라진 JMT에서는 익숙한 삶의 방식을 벗겨낸 채 자신을 다시 마주했다.

수십 년간 책을 읽고 권해온 최 대표에게 읽기와 걷기는 맞닿아 있다. 그는 “읽는 것은 간접 경험이고 걷는 것은 직접 경험”이라며 “머릿속으로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네팔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최창규 대표 제공


책에는 길 위에서 기록한 글과 직접 찍은 풍경 사진이 담겼다. 각 장 끝에는 함께 읽을 책도 소개한다.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최 대표는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소비하곤 한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을 충실하게 살았을 때 다가오는 또 다른 오늘”이라며 “남의 눈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다음 달 5일 오후 3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다목적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7일 오후 3시에는 대동서적 사동본점에서 북토크를 갖는다. 인세 전액과 판매 수익금 일부는 네팔 히말라야 홍수 피해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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