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교육에 프랑스 학생들 뿔났다…佛 전역서 26만명 대규모 시위

파리=유근형 특파원 2026. 10.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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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교육 체계가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1694~1778)의 이름을 딴 이 학교에서 시위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교육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열심히 공부해도 원하는 미래를 갖기 어렵다"고 외쳤다.

이날 파리, 마르세유, 리옹, 릴, 낭트, 스트라스부르, 렌, 툴루즈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약 26만 명의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교육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공교육은 죽었다" "버려진 학교, 박탈당한 청춘" 등의 팻말 등을 든 시위대는 파리 도심 레퓌블리크 광장, 바스티유 광장 등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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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프랑스 파리 볼테르 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 시위대. 과밀 학급, 교사 부족, 낙후된 교육 환경 개선 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낙후된 교육 체계가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6일 프랑스 파리의 볼테르 고등학교에서 만난 고교생 사리 바르트 군의 말이다.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1694~1778)의 이름을 딴 이 학교에서 시위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교육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열심히 공부해도 원하는 미래를 갖기 어렵다”고 외쳤다.

이날 파리, 마르세유, 리옹, 릴, 낭트, 스트라스부르, 렌, 툴루즈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약 26만 명의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교육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지난달 17일 파리 외곽 크레테유에서 첫 시위가 발발한 후 당국이 거듭 진압에 나섰고 상당수 학교에 휴교령까지 내렸음에도 청년층의 분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돈’. 프랑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비율은 각각 5.4%, 119%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유럽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재정 악화 우려로 최근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02년 7월 이후 24년 최고치인 4.9%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이 ‘빚을 내서라도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학생들과 ‘재정적자가 심각한데 학생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긴 어렵다’는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학생-교사 등 26만 명 거리로

6일 프랑스 파리 볼테르 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 시위대.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파리에서만 5만6000명 등 전국에서 25만6000명(주최 측 추산 45만 명)이 참여했다. “공교육은 죽었다” “버려진 학교, 박탈당한 청춘” 등의 팻말 등을 든 시위대는 파리 도심 레퓌블리크 광장, 바스티유 광장 등을 행진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고등학생들은 쥐 떼 출몰, 누수, 교사 부족 등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호만 갸덴 군은 “부자 동네와 가난한 지역의 교육 환경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파리 외곽만 가도 교실이 너무 낡아 1초도 머물기 싫다. 물이 새는 곳도 많다”고 했다. 닌 비네트 양은 “경찰의 진압, 입시 불이익 등이 두렵지만 시위에 계속 참가하겠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분노한 일부 시위대는 학교 앞과 거리에 친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였다. 또 경찰관을 향해 돌을 던지거나 폭죽을 터뜨렸다. 경찰 또한 최루탄과 물대포를 투입했다.

같은 날 파리의 또 다른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불에 탄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AP 뉴시스
이번 사태가 시작된 후 체포된 사람은 약 6100명.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16세 학생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5일에도 15세 학생이 시위 해산 및 진압용으로 쓰이는 섬광 수류탄을 만지다 한 손을 잃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에두아르 제프레 교육장관 등과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시위대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뾰족한 묘수는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 재정적자 급증으로 교육 예산 부족

프랑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은 재정적자가 지속된 결과다.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지향했던 터라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급 및 보건복지 지출 증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 와중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저성장, 고금리 또한 고착화했다.

2024년 GDP의 5.8%에 육박했던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5.4%로 일부 떨어질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유럽연합(EU)의 기준치인 3.0%보다 훨씬 높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경제 규모가 더 큰 독일(63.5%)의 약 두 배에 이른다. 국가부채 이자(약 745억 유로·약 112조 원)가 연 교육 예산(약 640억 유로·약 97조 원)보다 많은 실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뉴스1
마크롱 정권은 그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펼쳤다. 그 여파로 상당수 교육 예산이 동결되거나 축소됐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올해 공교육 정규 교사가 4000명 줄었고 내년에도 약 1600명이 감소할 예정이다.

성인이지만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다는 파리 시민 닐 발스 씨는 “교사 급여가 적어 선생을 하려는 사람이 부족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트럼프 “佛 시위, 통제불능 이민자 때문”

이번 시위는 내년 4, 5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 내 정치 갈등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마크롱 정권은 시위대 배후에 극좌 성향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년들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부정적이다. 이날 만난 고등학생 사무엘 피터 군은 “극우 세력이 집권하면 교육 현실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시위대는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외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통제 불능의 대규모 이민 때문”이라며 “이슬람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프랑스)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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