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우면 조직을 잃는다: 에드워드 잉글랜드 & 에반 윌리엄스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서경IN 2026. 10.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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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앞바다에서 영국 동인도회사의 무역선 '카산드라'를 약탈하는 과정에서 해적이 입은 피해가 너무 컸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자비로운 해적'(Merciful Pirate) 에드워드 잉글랜드는 어릴 때 천주교 신앙 아래 상당한 교육까지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그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해적 3명과 함께 식량도 없이 마다가스카르 동쪽 모리셔스 섬에 내려야 했다. 이것저것 주워 먹으며 넉 달을 버틴 해적 4명은 작은 배를 만들어 간신히 마다가스카르의 해적 기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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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한국과학언론인회 회장
나포한 무역선 카산드라를 배경으로 서 있는 에드워드 잉글랜드. 출처=Wikipedia

1720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앞바다에서 영국 동인도회사의 무역선 ‘카산드라’를 약탈하는 과정에서 해적이 입은 피해가 너무 컸다. 무역선에서 37명이 죽었는데 해적은 90명이나 전사한 것이다. 좌초한 배에서 내려 섬에 숨었던 선원들이 결국 항복하자, 해적들은 화가 치밀어 포로를 몰살하려 했지만, 해적선장이 한사코 말렸다. 그들은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해적선장은 부서진 해적선을 내주면서 음식까지 실어 포로들을 놓아주었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자비로운 해적’(Merciful Pirate) 에드워드 잉글랜드는 어릴 때 천주교 신앙 아래 상당한 교육까지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략선을 타다 해적선에 붙잡혀 해적으로 전향한 뒤,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선장까지 올랐다. ‘카산드라’ 사건에서 포로 처분을 투표에 부치면서, 해적들에게 미리 술을 권해 취하게 한 상태에서 마침내 포로들을 풀어주는 관대한 결정을 이끌어냈다. 평소에도 해적질은 살해가 아니라 약탈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너그러운 결정은 잉글랜드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얼마 뒤 붙잡은 작은 상선에서, 풀어줬던 ‘카산드라’의 선장이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격분한 해적들은 투표에 부쳐 잉글랜드를 선장에서 끌어내렸다. 사실 영국 상선의 선장은 술에 취한 채 헛소리를 떠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카산드라’의 선장은 해적들이 베푼 은혜에 고마워하며, 나중에 고위직에 올랐을 때 포로로 잡혀온 해적과 그 가족을 너그럽게 대했다. 세상에 헛소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잉글랜드는 그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해적 3명과 함께 식량도 없이 마다가스카르 동쪽 모리셔스 섬에 내려야 했다. 이것저것 주워 먹으며 넉 달을 버틴 해적 4명은 작은 배를 만들어 간신히 마다가스카르의 해적 기지로 돌아갔다. ‘자비로운 해적’은 이 때 후유증으로 시름시름 풍토병을 앓다가 이듬해 숨을 거뒀다. 향년 36세. 해적사학자에 따르면 ‘적당한 약탈과 덜 짓궂은 장난에 만족했을 해적’이다.

에드워드 잉글랜드의 자비로운 리더십은 ‘블로거’(Blogger), ‘트위터’(Twitter), ‘미디엄’(Medium)을 개발한 에번 윌리엄스의 관용적인 태도와 닮았다. 윌리엄스는 기술을 돈을 벌거나 사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고, 서로 생각을 나누고 연결하는 도구라 여겼다. 누구나 ‘블로거’에 글을 갈무리하고, ‘트위터’로 짧은 글을 뿌리고, ‘미디엄’으로 긴 글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인터넷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열어준 것이다.

트위터 공동창업자인 에번 윌리엄스. 출처=Wikipedia

공개적으로 조직의 의견을 듣고 민주적인 절차로 수렴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윌리엄스는 ‘트위터’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때 꼼꼼하게 팀장회의→임원회의→이사회를 거치면서 합의를 이루려 하는 바람에, 너무 느리고 우유부단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블로거’는 HTML을 몰라도 글을 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해시태그(#)와 리트윗(RT)을 채택하며, ‘미디엄’은 콘텐츠를 공유와 반응을 기준으로 추천토록 했다.

너그러움은 리더의 덕목이 될 수 없는가? ‘트위터’에 광고를 붙이는 안건을 너무 오래 토론하는 바람에 조직에 갈등이 생기고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간에 권력 다툼이 벌어졌을 때 윌리엄스는 조정자 역할을 강조하며 한 발 뒤에 머물렀고, 서비스 방향성을 놓고 회의할 때도 합의에만 매달려 줄곧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결정장애’였을까? 윌리엄스는 자신이 창업에 기여한 세 회사에서 주도권을 잃고 쫓겨났다.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도 결정이다. 하지만 가끔은 가장 위험한 결정일 수 있다. 에드워드 잉글랜드도 에번 윌리엄스도 조직의 화합을 위해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합의 과정을 밟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시기를 놓치고 조직까지 빼앗겼다. 세상이 점점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리더는 모든 정보를 갖추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 최선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질면 인심을 잃고, 너그러우면 조직을 잃는다.

허두영의 해적경영학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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