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옵트아웃 집단소송법, 한국 기업에 '회복 불가 강펀치' 될 것"
전문가들 "남소 방지 등 정교한 안전장치 없는 졸속 도입 즉각 중단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국회에서 집단소송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식 '옵트아웃(Opt-out)' 방식과 '소급적용' 조항을 담은 집단소송법이 도입될 경우 국내 제조업과 산업기반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졌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개회사 및 발제를 통해 "현재 한국 경제는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마저 중국의 거센 공세 속에 생존을 건 대대적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미국식 옵트아웃 집단소송법까지 도입된다면 기업들은 막대한 배상 부담으로 회복 불가능한 '강펀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원장은 이어 "미국의 경우 1996년 옵트아웃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소송 남발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축소했다"며 "그 결과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1996년 말 1억7284만 명에서 2009년 5월 1억1850만 명으로 5434만 명이나 급감했던 뼈아픈 교훈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설계의 신중론을 제기한 김병헌 자유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집단소송법 논의의 본질은 도입 여부가 아닌 '어떤 조합과 속도로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짚었다.
김 부원장은 "옵트아웃 방식은 강력한 억지력이 있는 반면 남소와 과다배상 논란이라는 고질적 부작용이 따른다"며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신속·전면 확대'보다는 끝없는 소송, 무한정한 배상 규모, 경영 현장 혼란이라는 '3대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정교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별다른 남소 방지 장치 없이 적용 범위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반으로 확대한 '괴물 집단소송제'"라며 비판했다.
조 교수는 "집단소송에 성공보수와 제3자 소송금융이 결합하면 '피해 구제'보다 '소송의 수익성'이 제소 기준이 되는 변질이 일어난다"며 "집단소송제가 소액·다수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기업 혼내주기'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헌법상 소급입법금지와 신뢰보호원칙에 정면 배치된다"며 "법 시행 후 최초 행위부터 적용하는 '미래효익 원칙'이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식 옵트아웃 방식은 고비용 구조 속에 피해자보다 전문 로펌의 수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며 "사적 제재와 소송 경험이 축적된 해외 전문 로펌들이 국내 법조 시장을 잠식하고 국가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헌법상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는 소급적용 조항은 전면 삭제되어야 마땅하다"면서 "묻지마 소송을 유발하는 옵트아웃 방식을 폐기하는 등 확실한 안전장치 없이 기업과 소비자를 공멸로 몰고 갈 법안의 졸속 강행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