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 비율 42%대로 떨어졌지만…"GDP 커진 착시, 빚은 더 늘어난다"

박지윤 기자 2026. 10. 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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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올해 2분기 42%대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빚이 줄었다기보다는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명목 GDP가 커지면서 부채 비율이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라고 이데일리가 분석했습니다.

6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국제금융협회(IIF)의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2.6%로, 1분기 44.8%보다 2.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48.6%와 비교하면 6.0%포인트 낮아진 수치입니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IIF가 분류한 선진국 12개국 가운데 11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은 203.4%, 미국은 119.0%, 프랑스는 111.4%, 영국은 81.4%로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IIF는 부채 비율 하락을 재정 건전성 개선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명목 GDP가 늘어나면 실제 부채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아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IIF는 이를 '안정성 착시'라고 설명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부채 비율의 안정세가 정부와 민간의 이자 상환 부담 증가를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최근 명목 GDP가 20% 가까이 증가한 데 대해 "명목 GDP가 이례적으로 20% 가까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순전한 '분모 효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물가 효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늘어난 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지 않고 지출 확대를 추진하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명목 GDP 증가 효과가 사라지면 부채 비율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 정부의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천412조8천억원에서 2030년 1천734조1천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100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13일 서울시내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가계와 기업의 부채 비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IIF에 따르면 올해 2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0%로 전 분기보다 2.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도 110.8%에서 108.6%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집계한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2천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대출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부채 비율이 낮아졌더라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장정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9월 금융안정상황 설명회에서 "명목 GDP가 커졌어도 소득 개선 효과는 부문별로 온도 차가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하락했지만 국가채무와 가계 빚의 실제 규모는 여전히 커지고 있어, 지표 개선만으로 부채 부담이 줄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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