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태어난 ‘선박왕’ 권혁, 15년 체납 3천938억 마침표

이규현 기자 2026. 10. 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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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으로 불렸던 권혁 전 시도상선 회장이 15년간 이어온 3천938억 원 규모의 개인 국세 체납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7일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운영 경과를 발표하면서 권 전 회장이 개인 체납액 3천938억 원을 완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전 회장은 우선 현금 1천억 원을 납부했으며, 남은 체납액 전액에 대해서는 납부계획과 함께 해외 소재 선박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세청은 권 전 회장 관련 체납액 약 7천902억 원이 향후 계획대로 납부되거나 담보물 강제징수를 통해 정리될 경우, 국세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체납세액이 소멸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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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서 태어나 경북중·고 졸업…한때 대구 병원 건물 지분도 보유
국세청 “현금 1천억 납부…해외 선박 담보로 잔액 전액 납부 추진”
2천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2012년 2월15일 오전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선박왕으로 불렸던 권혁 전 시도상선 회장이 15년간 이어온 3천938억 원 규모의 개인 국세 체납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권 전 회장은 대구 수성구에서 태어나 경북중·고를 나온 대구 출신 기업인이다. 한때 대구에 있는 가족 병원 건물 지분을 보유하는 등 지역과의 인연도 확인돼, 전국 최고액 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던 그의 체납 문제가 이번에는 "대구 출신 기업인의 15년 체납사건"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세청은 7일 고액체납 특별대응 TF 운영 경과를 발표하면서 권 전 회장이 개인 체납액 3천938억 원을 완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전 회장은 우선 현금 1천억 원을 납부했으며, 남은 체납액 전액에 대해서는 납부계획과 함께 해외 소재 선박을 담보로 제공했다.

현재 국세청은 해당 선박의 담보가치를 비롯한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국내에 권 전 회장 명의의 재산이 없어 해외 선박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권 전 회장의 체납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세청은 권 전 회장과 관련 기업에 역외탈세 혐의로 4천10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후 소송 등이 이어지면서 체납 문제가 장기간 정리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서는 종합소득세 등을 포함한 3천938억 원으로 개인 체납액 전국 1위에 올랐다.

권 전 회장과 관련된 법인들의 체납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국세청에 따르면 본인의 체납액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법인들의 체납지정액을 합친 총 체납액은 7천902억 원이다. 앞으로 납부계획대로 이행되거나 담보 선박을 통한 강제징수가 이뤄지면 약 8천억 원에 달하는 체납액이 정리된다.

◆수성구서 자란 "대구 토박이"

권 전 회장의 출발점은 대구다.

1950년 대구 수성구에서 의사인 부모의 2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경북중·고를 거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는 자신을 "대구 수성동 토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당초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대 진학을 생각했지만 결국 경영학을 선택했다. 이후 1974년 고려해운에 입사하면서 해운업계에 발을 들였고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자동차 등을 거쳤다.

특히 현대차에서 자동차 수송 업무를 맡아 일본과 거래하면서 해운사업의 가능성을 키웠고, 일본에서 사업 기회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해운업자로 변신했다. 1993년 일본에서 시도상선을 설립한 뒤 자동차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때 시도상선은 수백 척의 선박을 거느린 대형 해운기업으로 성장했다. 권 전 회장은 국내 조선업계에도 대규모 선박을 발주했다. 2011년 당시 그는 최근 5년간 한국 조선소에 약 3조5천700억 원 규모의 선박을 발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구에 남은 가족·재산 흔적도

권 전 회장과 대구의 연결고리는 출생과 학력에 그치지 않는다.

2011년 인터뷰 당시 그는 대구에 형이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 건물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가 그해 초 형에게 넘겼다고 밝혔다. 당시 본인이 보유한 국내 재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2011현 당시 인터뷰에서는 권 전 회장이 최근까지 대구에서 사업이나 경제활동을 이어갔다고 볼 만한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대구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학창시절을 보낸 뒤 일본에서 해운업을 일군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가족이 운영한 병원과의 재산 관계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지역 연고는 분명하다.

오히려 권 전 회장은 과거 자신이 대구 출신이지만 이른바 "TK 정서"와는 거리를 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북고 동문 모임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선박왕'에서 최고액 체납자로, 다시 납부 절차로

권 전 회장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크게 달라졌다.

한때는 수백 척의 선박을 거느리며 세계 해운업계에서 '선박왕'으로 불렸지만, 2011년 국세청의 대규모 세금 추징 이후에는 역외탈세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5년에는 개인 기준 전국 최고액 체납자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1월 해외자금추적팀을 시작으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를 가동해 해외 재산 추적과 징수에 집중했다. 해외 과세당국과의 정보교환과 징수공조를 확대하고 해외 재산에 대한 압류 가능성과 법적 절차 등을 검토한 결과 권 전 회장의 체납액을 정리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3천938억 원 전액이 현금으로 납부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납부한 현금은 1천억 원이며, 나머지는 해외 선박을 담보로 제공해 전액 납부를 추진하고 있다. 담보물의 적정성 평가가 끝나야 최종적인 체납 정리가 가능하다.

국세청은 권 전 회장 관련 체납액 약 7천902억 원이 향후 계획대로 납부되거나 담보물 강제징수를 통해 정리될 경우, 국세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체납세액이 소멸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현 기자 leekh122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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