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인데 낯익은 이름⋯ 식품업계, ‘아는 맛’ 다시 는 이유

홍선혜 기자 2026. 10. 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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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3사, 상반기 리뉴얼 제품 100여개
기존 인기 제품 활용해 진입 장벽 낮춰
농심이 오는 12일 출시하는 ‘너구링’. 너구리의 맛을 양파링 형태의 스낵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농심 제공.

식품업계가 소비자에게 익숙한 장수·히트 브랜드를 앞세운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우기보다 이미 인지도와 충성 고객을 확보한 제품의 맛과 이미지를 다른 형태로 변주해 신제품의 초기 구매 장벽을 낮추고, 시장 안착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농심은 오는 12일 대표 장수 브랜드 너구리를 스낵으로 재해석한 ‘너구링’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신라면 툼바의 맛을 생면에 접목한 ‘생생신툼바떡볶이면’도 출시했다. 2024년 출시 이후 흥행한 신라면 툼바를 떡볶이의 맛과 식감을 살린 면 제품으로 변주한 것이다. 단순히 라면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의 맛과 이미지를 면·스낵 등 다른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또 CJ제일제당은 비비고·햇반·다시다 등 대표 브랜드를 김 나쵸와 김 팝콘, 라이스크림, 라이스라떼, 스낵 등으로 재해석했다.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이들 제품은 약 700만개가 판매돼 판매액 150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을 라면에서 소스와 떡볶이, 만두 등냉동식품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냉동식품 수출액은 1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롯데웰푸드·오리온·크라운해태 등 제과 3사가 기존 스테디셀러에 새로운 맛을 입혀 선보인 제품은 100개에 달했다. 롯데웰푸드는 상반기 출시한 신제품 36개 가운데 25개(69.4%)를 기존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으로 채웠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가 가진 인지도를 활용해 아예 다른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이처럼 익숙한 브랜드를 새로운 제품군에 접목하는 전략은 기업간 협업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삼양식품 불닭과 협업해 선보인 ‘불닭 콘치즈 파니니’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인기에 힘업어 투썸플레이스의 지난 8월 파니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낯선 제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일종의 ‘맛 보증수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업계가 이처럼 ‘아는 맛’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신제품 출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자리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는 제품 개발에 더해 이름과 맛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고,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투입한 마케팅 비용 등을 회수하기 어렵다. 반면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소비자가 제품의 맛과 이미지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고, 기존 충성 고객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끌어오는 데도 유리하다. 신제품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기업이 이미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기존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 확장이 반드시 새로운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NIQ는 기존 제품을 변형한 라인 확장이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하기보다 같은 브랜드 내 기존 제품의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실제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제품 확장의 폭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브랜드 전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소비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브랜드 확장 전략의 과제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기존 제품과 수요가 겹치지 않도록 차별화된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