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왕' 권혁, 15년 만에 3938억 납부한다…현금 1000억 선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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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왕'으로 불리며 개인 최고액 체납자였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15년 동안 내지 않던 세금 3938억 원을 모두 내기로 했다.
권 회장 개인 체납액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법인들의 체납지정액까지 더하면 총 7902억 원 규모로, 계획대로 납부가 이뤄지면 약 8000억 원의 체납액이 모두 정리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개인 체납액 3938억 원을 완납하기로 하고 지난 7월 현금 1000억 원을 냈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서도 권 회장은 종합소득세 등 3938억 원을 체납해 개인 최고액 체납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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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광현 국세청장 "선한 영향력 미쳐 자발적 납부 계기 되길"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선박왕'으로 불리며 개인 최고액 체납자였던 권혁 시도그룹 회장이 15년 동안 내지 않던 세금 3938억 원을 모두 내기로 했다. 지난 7월 현금 1000억 원을 먼저 납부했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권 회장 개인 체납액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게 된 법인들의 체납지정액까지 더하면 총 7902억 원 규모로, 계획대로 납부가 이뤄지면 약 8000억 원의 체납액이 모두 정리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액체납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경과 브리핑에서 "이렇게 많은 체납 세금을 납부한 것은 국세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권 회장은 개인 체납액 3938억 원을 완납하기로 하고 지난 7월 현금 1000억 원을 냈다. 그동안 체납자가 현금으로 낸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는 약 500억 원으로, 이번 납부액은 그 두 배를 넘는다.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분납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했다. 국세청은 자체 간이평가 결과 담보 선박의 가치가 체납액을 웃도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액과 완납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권 회장 명의로 된 국내 재산이 없어 해외 선박을 담보로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은 선례가 없는 만큼 감사원에 적극행정 면책을 위한 사전컨설팅을 받고 있다.
임 청장은 "현금 1000억 원을 준비해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의지를 보이기 위해 선박 5척을 담보로 제공한 것"이라며 "마련되는 대로 납부하겠다고 납부계획을 제출했으니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분납하려던 계획보다 더 빨리 납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총 체납액 7902억 원은 실제 납부해야 할 금액이 중복 계산된 수치다. 권 회장이 개인 세금을 내지 않자 국세청은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들에 제2차 납세의무를 지정했다. 제2차 납세의무는 본래 납세자가 세금을 내지 못할 때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대신 납부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
시도탱커홀딩, 시도홀딩, 시도카캐리어서비스 등 3개 법인에 지정된 체납액이 약 4000억 원으로, 권 회장 본인 체납액과 합쳐 7902억 원이 됐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원래 체납액 3938억 원을 내면 법인들의 체납지정액도 함께 사라진다. 15년간 쌓이면서 가산금도 사실상 최대치까지 붙은 상태다.
이번 체납은 2011년 종합소득세 고지 이후 약 15년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이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업체 시도물산을 세운 뒤 한국·일본·홍콩 등지에서 선박 임대업을 키워 '선박왕'으로 불렸다.
국세청은 2011년 세무조사에서 권 회장이 국내 거주자인데도 비거주자로 위장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보고 권 회장과 시도상선에 모두 4101억 원을 추징했지만, 권 회장은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불복 소송에 나섰다.
권 회장은 자신이 국내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여서 낼 세금이 없다고 주장하며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2년 전 대법원에서 국세청이 승소하면서 체납이 확정됐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서도 권 회장은 종합소득세 등 3938억 원을 체납해 개인 최고액 체납자에 올랐다. 법인 체납액 상위 1~3위인 시도탱커홀딩(1537억 원), 시도홀딩(1534억 원), 시도카캐리어서비스(1315억 원)도 모두 시도상선 관련 법인이었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납부를 결정한 배경으로 고액체납 특별대응 TF의 해외 재산 추적을 꼽았다. 국세청은 국내에서 권 회장 재산을 찾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올해 1월 해외자금추적팀을 시작으로 TF를 꾸려 해외 과세당국과 정보공조를 확대했다.
권 회장 선박이 주로 등록된 곳은 대표적 편의치적국인 라이베리아와 파나마다. 편의치적은 선주가 세금이나 규제 부담이 적은 국가에 선박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페이퍼컴퍼니 명의를 활용하면 실소유주를 추적하기 어렵다.
임 청장은 두 나라 국세청장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친서를 보냈다. 라이베리아 청장이 방한해 대화에 진전을 이뤘고, 파나마도 정보교환에 적극 협조했다. 영국 국세청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충선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권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고 싶고 선박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장보고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 과세당국과의 공조로 국세청이 자료를 수집한 것도 권 회장 측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국세청은 이번 공개가 권 회장의 과세정보 공개 동의에 따른 극히 예외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담보 선박의 등록 국가는 조세조약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 청장은 형사처벌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집행할 것"이라며 "납세자와의 어떠한 약속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 여부는 담보물 평가와 감사원 사전컨설팅 결과를 함께 검토해 결정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TF 성과를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 TF를 정규조직화한 '세무조사·체납추적 연계 특별조사팀'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 전 지방청 비정기 조사국에 처음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특별조사팀은 주요 체납자에 대한 체납처분 면탈범 조사를 하고, 자금유출 등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체납자와 관련 법인에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단계적으로 추가 실시한다. 국세청은 11~12월 중 관련 분야 우수 직원을 선발해 특별조사팀에 배치할 예정이다.
임 청장은 "체납 재산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숨길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며 "권 회장의 납부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사례가 선한 영향력을 미쳐 체납자들이 강제징수 전에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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