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약계층 '월 0건' vs 20·30대 '97%'…약사들 "누굴 위한 비대면진료인가"

김창권 기자 2026. 10. 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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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탈모·여드름·다이어트 등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현장 약사들의 지적이 나왔다.

조사 결과 현행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에 부합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 약사의 98.7%는 "탈모, 다이어트, 여드름 등 비급여 의료쇼핑과 편의성 중심으로 변질됐다"고 답했다.

이에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보다 젊은층의 비급여 진료 수요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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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약사 3170명 조사…"당초 의료접근성 개선 취지 못 살려"
"탈모·다이어트·여드름 등 비급여·편의성 중심으로 변질" 지적
약 배송 확대엔 99.9% '반대'…"공공 플랫폼이 운영 주도해야"
실천하는 약사회 기사회견 모습. [사진=김창권 기자]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탈모·여드름·다이어트 등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현장 약사들의 지적이 나왔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7일 대한약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약사 대상 비대면진료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약국 개설약사와 근무약사 31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현행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에 부합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 약사의 98.7%는 "탈모, 다이어트, 여드름 등 비급여 의료쇼핑과 편의성 중심으로 변질됐다"고 답했다.

특히 섬·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록장애인, 희귀질환자, 1·2급 감염병 확진자 등 5대 의료취약계층의 비대면 처방 건수를 묻자 91.8%가 '월 0건'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처방 환자의 96.7%는 20~30대로 나타났다. 이에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보다 젊은층의 비급여 진료 수요를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
대한약사회관 전경. [사진=김창권 기자]

◆약사 95.7% "공공 플랫폼이 운영 주도해야"

민간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행 비대면진료 체계에 대해서도 약사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5.7%는 비대면진료와 조제·의약품 전달 체계를 공공 플랫폼이 주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간 플랫폼에 약국 재고 등 민감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에는 97.2%가 반대했으며, 약 배송 확대에는 99.9%가 반대했다.

약 배송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민간 플랫폼의 시장 독점에 따른 보건의료 상업화 우려가 9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약물쇼핑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낭비 89.1%,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쇼핑 조장 70.9% 등이 뒤를 이었다.

약사회는 일부 플랫폼에서 진료보다 약의 종류와 가격 비교, 반복 처방 등이 앞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진료 전에 원하는 약의 종류·용량·수량을 선택하거나 진료비 순으로 의료기관을 정렬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특히 일부 현장에서는 다이어트 주사제의 원포장 수령이나 여러 플랫폼을 이용한 중복 처방 사례가 확인됐으며, 충분한 검사나 진료 없이 당뇨약·혈압약·녹내장약 등이 처방된 사례도 수집됐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발표를 하고 있는 김태수 실천하는 약사회 소속 약사. [사진=김창권 기자]

◆반복·과다 처방에 건강보험 재정 부담 우려

반복 처방에 따른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탈모 치료제를 반복 처방받아 하루에 총 630일분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공눈물 9통이 한 차례 처방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 17만원의 공단부담금이 발생한 사례도 공개됐다.

약사회는 '많이 처방해주는 의사', '쉽게 처방받는 방법' 등이 후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는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본인확인 절차가 충분하지 않아 명의도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사례도 문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비대면 처방의 최대 조제 일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았다. 응답자의 85.0%는 최대 조제 일수를 3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약국 한 곳의 하루 비대면 조제 건수를 5건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66.75%에 달했다.

비대면진료 제도의 법제화에 앞서 기존 시범사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2023~2026년 진행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은 96.3%로 집계됐다.

김태수 실천하는 약사회 소속 약사는 "비대면진료가 민간 플랫폼의 사업 확대 수단이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의 공공성,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을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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