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저기가 북한 해금강입니다"…NLL 1.8㎞ 앞 '황금어장'의 새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배 너머 보이는 곳이 북한 해금강이고, 뒤쪽은 금강산 끝자락입니다."
7일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강원 고성군 동해 최북단 해상.
해금강과 금강산 끝자락이 아침 햇살을 받아 윤곽을 드러냈고, 그 앞바다에서는 고성 어민들의 작은 어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육지에서 MDL을 사이에 두고 군이 경계근무를 서는 동안 그 연장선인 동해 최북단 바다에서는 어민들이 NLL에서 불과 1.8㎞ 떨어진 곳까지 나가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MZ 긴장 속 해경·해군·육군 공조…레이더·무전으로 조업선 안전관리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배 너머 보이는 곳이 북한 해금강이고, 뒤쪽은 금강산 끝자락입니다."
7일 오전 6시를 조금 넘긴 강원 고성군 동해 최북단 해상. 속초해양경찰서 P-21 경비정 위에서 북쪽을 바라보자 어둠이 걷힌 수평선 너머로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위에서 바라본 북녘땅이었다. 해금강과 금강산 끝자락이 아침 햇살을 받아 윤곽을 드러냈고, 그 앞바다에서는 고성 어민들의 작은 어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도 위에서는 남과 북을 가르는 선들이 선명하지만 실제 바다에는 아무것도 그어져 있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바다 한쪽을 가리키며 조업 어선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조업한계선을 설명했다. 그보다 더 북쪽에는 북방한계선(NLL)이 있다.
이날 경비정이 향한 곳은 동해 최북단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저도어장이다.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앞바다에 있는 저도어장은 총 15.6㎢ 규모로, 1972년 4월 처음 개방됐다. 매년 4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고성지역 어업인들에게 조업이 허용되는 곳이다.
특히 NLL과 불과 1.8㎞ 떨어져 있다. 문어를 비롯해 해삼과 홍합, 해조류, 게류 등 수산물이 풍부해 어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다.
하지만 황금어장을 품은 바다는 동시에 남북이 맞닿은 안보 최전선이기도 하다.

시속 40㎞로 달려간 최북단 바다…점호 끝나자 46척 '질주'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거진항 속초해경 거진파출소 앞에서 P-21 경비정이 어둠을 가르며 출항했다.
경비정에는 해경뿐 아니라 육군과 해군 관계자도 함께 올랐다. 최근 대북 상황을 고려해 최북단 어장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안전관리 실태와 관계기관 간 공조체계를 현장에서 점검하기 위해서다.
경비정은 시속 40㎞ 안팎의 빠른 속도로 북쪽을 향했다. 약 30분을 달리자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쪽 수평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경비정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올랐다.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북한 해금강과 금강산 끝자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전 6시 30분쯤 저도어장 점호가 시작됐다.
점호를 마친 어선들이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속도를 높였다. 이날 저도어장에 입어한 어선은 모두 46척. 좋은 어군이 형성된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어선들이 앞다퉈 바다를 가르면서 조금 전까지 고요했던 최북단 해상이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이날은 지난 4월 9일 저도어장이 개장한 이후 182일 중 실제 조업이 이뤄진 119일째였다. 이날까지 저도어장에 입어한 어선은 누적 4234척에 달한다.
바다에는 조업구역을 알려주는 실선도, 울타리도 없었다. 어민들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계를 사이에 두고 문어잡이에 나섰다.
현장 관계자는 "조업 어선들은 정해진 조업한계선을 넘어가면 안 되고, 그보다 북쪽 NLL 일대는 해군이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MZ 긴장' 속 北 코앞 문어잡이…"처음엔 무서웠지만"
어민들에게 이 바다는 '접경지역'이기에 앞서 삶의 터전이다.
저도어장 곳곳에서는 연승어선들이 문어를 끌어올렸다. 어민이 갓 잡은 문어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저도어장에서 만난 어업인 이홍준 씨는 "오늘은 물이 별로 움직이지 않아 조업이 썩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도어장인 만큼 기대를 갖고 나왔다"며 "많이 잡는 게 가장 큰 기대"라고 말했다.
최근 접경지역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 땅을 눈앞에 두고 조업하는 것이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담담한 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처음 조업할 때는 그런 게 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며 "해경 등이 매번 이렇게 지켜주고 있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철수하기 때문에 큰 이상 없이 안전하게 조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수리, 특이사항 있습니까"…최북단 바다에 오간 무전
어민들이 문어잡이에 한창인 사이 경비정 조타실에서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해군 참수리, 해군 참수리. 여기는 속초해경입니다."
신경진 속초해양경찰서장이 무전기를 들었다. "현재 조업한계선 부근 해역에 특이사항이 있는지요."
잠시 뒤 해군 함정에서 답신이 돌아왔다. "현재 특이사항 없습니다."
신 서장은 저도어장과 북방어장이 동시에 개장 중이라는 점을 알리며 "우리 어선의 안전조업에 이상이 있을 경우 해양경찰 등 관계기관에 즉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는 육지였다. 신 서장이 육군 동호대대를 호출해 조업한계선 부근 해역의 특이사항을 확인하자 역시 "현재 특이사항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 서장은 "앞으로도 우리 어선의 안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해양경찰에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바다에서는 해경 경비정과 해군 함정이, 육지에서는 군 감시망이 어선들의 움직임과 접경해역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저도어장과 함께 동해 최북단 어장으로 꼽히는 북방어장에서도 이날 6척이 조업에 나섰다.

DMZ 지뢰 사고 뒤 다시 높아진 긴장…최북단 바다는 '안전한 일상'
이날 안전점검은 최근 남북 접경지역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진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육상 DMZ에서 벌어진 상황과 이날 저도어장 조업이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육지에서 MDL을 사이에 두고 군이 경계근무를 서는 동안 그 연장선인 동해 최북단 바다에서는 어민들이 NLL에서 불과 1.8㎞ 떨어진 곳까지 나가 생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신경진 서장은 "조업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계기관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부족한 사항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합동점검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대북 상황을 감안해 관계기관 간 협조체계를 점검하고 어선들의 안전조업 상황을 살폈다"며 "앞으로도 조업한계선 인근 어선 보호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철저한 경비활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전 7시 30분쯤 경비정이 다시 거진항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릴 때도 저도어장에서는 어선들이 조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사이에 두고 군과 해경이 북쪽을 살피는 동안, 어민들은 북녘 해금강을 뒤로한 채 생업을 이어갔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나혼산' 연출 논란 김민 "집 빌려준 형·누나에게 미안, 더 긴말 필요 없어"
- 차 속 불륜 현장 아내에게 들킨 남편…보닛에 매달고 100m 넘게 질주했다[영상]
- 50억 자산설 전원주, PD수첩 등장 "미리 재산 절반 증여"
- "김서방 성과급 나왔다며?"…처가 단톡방에 월급 공개한 아내, 남편 난감
- 故 박지선 그리워 보낸 카톡 '1' 사라졌다, 장효인 "심장 철렁"…알고 보니
- 취업한다더니 3년째 백수…형부, 집에 얹혀사는 처제에게 "이제 나가라"
- '프리스틴 출신' 정은우 "희나피아, 신천지 그룹에 가까웠다" 폭로
- "세기의 사랑? 착각은 자유"…유흥업소 여성에게 뒷돈 대는 남성의 세계
- "5년간 시댁에 매달 50만원 몰래 보낸 남편…'뭐냐' 따지자 냉혈한 취급"
- 지하철 임신부 배려석 양보 거절한 50대 여성…"빈자리 있는데 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