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아파도 남 먼저 챙긴 엄마…마지막엔 3명에 생명 나눴다

강승지 기자 2026. 10. 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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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투병한 50대 여성이 생전 자기 뜻에 따라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부산 서구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구진희 씨(55)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눴다고 7일 밝혔다.

남편 김기선 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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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진희 씨, 생전 약속대로 간·신장 기증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부산 서구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구진희 씨(55. 왼쪽에서 세 번째)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눴다고 7일 밝혔다.(구진희 씨 가족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5년간 투병한 50대 여성이 생전 자기 뜻에 따라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부산 서구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구진희 씨(55)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눴다고 7일 밝혔다.

구 씨는 지난 9월 12일 딸과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 국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마지막 순간 구 씨가 평소 밝혀온 뜻을 따르기로 했다.

남편 김기선 씨는 "평소 아내와 마지막 순간 장기기증을 하면 좋은 일 아니겠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딸들도 아내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 씨의 장기기증 결심에는 가족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남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시신을 기증한 모습을 지켜본 구 씨와 가족들은 생명나눔의 의미를 공유해왔다.

두 딸 역시 엄마의 뜻과 평소 가족이 중요하게 여겨온 '남을 돕고 선한 영향을 끼치자'는 가치관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구 씨는 1994년 남편과 결혼해 두 딸을 키웠다. 2001년 임신 중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을 진단받은 뒤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25년 동안 입원과 치료를 반복해야 했다.

오랜 투병으로 몸이 아픈 순간에도 구 씨는 자신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먼저 살폈다.

2015년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주한 뒤에는 남편 회사의 신앙 모임에서 활동하며 직원과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곁을 지켰다.

어린 자녀를 대신 돌봐주고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회사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환우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

캄보디아와 몽골 등 해외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변에 도움을 전했다.

몸 상태가 안정될 때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구 씨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항공사 기장인 남편은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아픔을 잊고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가족 여행을 자주 계획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8일 부산 서구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구진희 씨(55. 왼쪽부터)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생명을 나눴다고 7일 밝혔다. 오른쪽은 남편 김기선 씨.(구진희 씨 가족 제공)

많게는 1년에 서너 차례 함께 여행을 떠났고, 이 시간은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특히 마지막 여행이 된 베트남에서 구 씨가 쓰러지기 전날 작은딸 지원 씨에게 건넨 말은 딸의 가슴에 오래 남았다. "엄마가 힘들어도 이거 보여주려고 같이 왔어."

두 딸을 향한 구 씨의 사랑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지난 8월에는 큰딸 지수 씨가 낳은 첫 손주를 품에 안으며 누구보다 기뻐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작은딸 지원 씨와는 결혼 준비를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두 딸은 이제 엄마와 함께 손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도, 결혼식장에서 엄마의 축하를 받을 수도 없게 됐다.

하지만 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택은 두 딸에게 또 다른 유산으로 남았다. 큰딸 지수 씨는 "앞으로도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엄마의 가치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작은딸 지원 씨도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행복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남편 김 씨는 아내에게 "여보, 당신을 만난 지 33년,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 잘 간직할게. 이제 아픔 없는 곳에서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사랑하고 너무 고마웠어.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25년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도 가족과 이웃을 먼저 챙겼던 구 씨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기 몸 일부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며 삶을 이어갔다.

한편, 올해 들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6일 기준 34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총 370명이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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