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추진기관, LIG는 체계종합” KF-21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윤곽 나왔다

신혜영 기자 2026. 10.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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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원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 본격화
덕티드 램제트가 승부처…한화가 추진기관 1순위
마지막 퍼즐은 엔진…KF-21 수출 자율성 높인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참여 업체가 윤곽을 드러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체계종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기관을 각각 맡는 방식이다.

현재 KF-21이 운용하는 유럽산 미티어(Meteor)를 대체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 무장이 확보되면 기체와 무장을 묶은 패키지 수출이 가능해지고 해외 업체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다만 전투기의 핵심 동력인 엔진은 여전히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KF-21의 완전한 기술 자립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진 국산화가 마지막 과제로 꼽힌다.
지난 9월 22일 KF-21 보라매 1호기가 사천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티어 대체할 국산 미사일 개발 시동
지난 2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시제 제작업체 제안서 평가 결과를 참여 기업들에 통보했다.

LIG D&A는 체계종합과 탐색기를 비롯한 5개 시제에서 1순위에 올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체구조와 추진기관, 탄두, 신관 분야에서 1순위로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의신청과 디브리핑 절차를 거쳐 2주 뒤 공식 통보될 예정이다. 이후 실사와 기술·가격 협상을 진행하며 최종 계약은 이르면 연말에서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은 KF-21이 가시거리 밖(BVR)에서 적기를 요격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 무장이다. KF-21은 현재 범유럽 미사일 전문업체 MBDA가 개발한 '미티어(Meteor)'를 장거리 공대공 무장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티어는 영국 공군의 소요를 바탕으로 개발이 시작됐으며 이후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스웨덴이 개발에 참여했다. 유럽 각국이 공동 개발에 참여한 만큼 그리펜, 라팔 등 유럽 전투기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2016년 스웨덴 공군이 JAS 39 그리펜에 미티어를 실전 배치하면서 운용이 시작됐고 2017년에는 차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 타이푼에도 통합됐다. 개발 착수부터 실전 배치까지 20년 이상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다.

미티어는 길이 3.7m, 직경 178mm, 중량 190kg이며 최대 속도는 마하 4 이상이다. 정확한 사거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200~300km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발당 가격은 약 30억~5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티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은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이다. 비행 중 흡입한 공기를 이용해 고체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연소가 끝난 뒤 관성으로 날아가는 일반 미사일과 달리 종말 단계까지 속도와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거리에서도 표적의 회피 기동에 대응할 수 있고 요격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미티어. 사진=챗GPT 생성

한화·현대로템·LIG, 1.9조원 사업 놓고 격돌
미티어는 유럽 주요 전투기에 통합돼 운용되며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해왔지만 한국형 전투기의 무장 국산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거리 무장의 독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ADD는 KF-21에 탑재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 기간은 2026년 12월부터 2033년 11월까지 약 8년이다. 연구개발에는 7535억원, 후속 양산에는 1조1471억원이 투입된다. 연구개발과 양산을 합친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조9000억원이다.

공모 품목은 체계완성품, 레이다제어기, 기체구조·추진기관, 탐색기, 탄두, 신관 등 12개였다. 수주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 D&A가 뛰어들며 3파전이 형성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유도무기 전 분야의 개발·양산 경험과 관련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천궁·천궁-II 등으로 다져온 체계 통합 역량과 항공엔진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장거리 공대공 유도무기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은 30년 가까이 축적한 우주발사체와 램제트 엔진 기술을 앞세웠다.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충남 서산에 액체로켓엔진 시험장을 구축했으며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용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램제트와 스크램제트 간 전환이 가능한 극초음속 엔진도 개발하며 추진기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LIG D&A는 탐색기와 유도조종, 체계종합 등 유도무기 전반에 걸쳐 축적한 개발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와 이른바 '한국형 타우러스'라 불리는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장거리 공대지 유도무기 비행시험에 성공했으며 ADD가 주관하는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II 체계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KF-21 보라매 1호기가 첫 운용기지인 예천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화 추진기관·LIG 체계종합…기존 협업 구도 재편
최대 승부처는 기체구조·추진기관 분야의 핵심인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이었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고속 비행 중에도 충분한 추력을 유지하며 적기의 회피 기동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기관 성능이 전체 미사일 성능을 좌우한다. 비행 중 흡입하는 공기량에 따라 추력이 달라지는 특성상 추진기관과 기체구조를 통합하는 설계 역량도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특히 현대로템은 지난해 LIG D&A와 함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 시제품 제작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험을 앞세웠다. 당시 현대로템이 추진기관을, LIG D&A가 기체구조를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 협력했다.

해당 사업 역시 한 업체가 모든 분야를 맡는 방식이 아니라 분야별로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였다. 당시 현대로템과 LIG D&A는 각각 추진기관과 기체구조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구축한 분업 구도가 이번 본 체계개발 사업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됐다.

다만 이번 사업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체구조·추진기관을, LIG D&A가 체계종합 분야의 1순위 업체로 선정되면서 앞서 LIG D&A와 현대로템이 구축했던 협업 관계가 본 체계개발 단계에서 그대로 이어지지 않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년 이상 고체 덕티드 램제트 추진기관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데다 2021년 이후 정부 핵심기술 과제 6건 중 5건을 수행한 경험이 이번 평가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LIG D&A 역시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의 체계종합 경험과 단거리 공대공 유도탄 체계개발 참여 등 다양한 유도무기 개발 경험을 축적해온 점이 체계종합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배경으로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20년 넘게 고체 추진 덕티드 램제트 엔진을 개발해왔고, 40년 넘게 추진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생산하면서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왔다"며 "정부와 함께해온 협업 경험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평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IG D&A 관계자는 "유도무기 분야에서 실적은 단순한 이력이 아닌 신뢰의 절대적 기준"이라며 "LIG D&A는 '한국형 패트리어트'라 불리는 천궁 시리즈를 비롯해 육·해·공 전 영역의 첨단 정밀유도무기를 성공적으로 전력해왔다"고 했다. 이어 "수십 년간 정밀유도무기 체계를 종합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복잡한 항공무장 체계를 통합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이 9월 22일 예천기지에서 열린 KF-21 양산 1호기 도입행사에서 예천기지에 착륙한 KF-21 도입요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장 이어 엔진까지, KF-21 경쟁력 높인다
이번 사업을 통해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을 국내 기업이 개발·생산하게 되면 KF-21 무장의 국산화가 현실화되지만, 완전한 기술 자립을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전투기의 핵심 동력원인 엔진이다.

KF-21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400K 터보팬 엔진이 탑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원천기술은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제3국 수출이나 성능 개량 과정에서 미국의 수출통제와 기술 협의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행히 국산 항공엔진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ADD,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 국내 기술로 개발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시제품을 공개했다.

국내 방산업계가 수천 시간 이상 운용을 목표로 하는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품을 완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KF-21 등 국산 전투기에 탑재할 예정이다.

장거리 공대공 무장을 국산화할 경우 KF-21 수출 시 수출 대상국의 요구에 맞춘 성능 개량이 가능해져 수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엔진까지 독자 기술을 확보할 경우 원천기술 보유국의 승인이나 규제에 따른 제약도 줄일 수 있다.

무장과 엔진의 국산화 수준이 KF-21의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은 분야별로 경쟁하는 동시에 필요한 영역에서는 협력을 이어가며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