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있고 교사는 없고”…프랑스 고교생은 왜 분노하나

안다영 2026. 10. 7. 08: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랑스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많은 학교 건물이 오래됐는데, 학생들은 낡은 화장실과 천장 누수, 노후한 책상과 의자, 부족한 교육 장비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외 지역 학생들에게 이번 시위는 단순히 교육 환경 개선 요구에 그치지 않고, '교육 격차가 학교 안에서, 대학 입시에서, 그리고 결국 미래의 삶에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번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는 교사 부족이나 낡은 학교 시설이라는 개별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사건인 동시에,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기회가 실제로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는가라는 프랑스 사회의 오래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학교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AFP)


프랑스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를 봉쇄하고 거리로 나섰고, 경찰의 대응도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15세 학생이 경찰의 군중 해산 과정에서 사용된 수류탄에 손을 잃는 중상까지 입으면서, 들끓는 학생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새 학기가 시작된 뒤 수도 파리 남동쪽 교외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 발단이 됐습니다. 프랑스에서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들어본 적 없는 학교지만 이름은 익숙할 것입니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름을 딴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입니다.

■ 교사 없어 수업 취소되는 일 빈번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이 학교에는 주요 과목 교사들이 대거 배치되지 않아 수십 시간의 수업이 전면 취소됐습니다.교사뿐 아니라 교육·학생 지원 인력 등의 공석도 겹쳤습니다. 특히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앞둔 고3 학생들은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수업을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전 학년에도 일부 과목의 교사가 몇 달밖에 배치되지 않았다는 학생들의 호소가 나왔습니다.

결국 이 학교 교사들이 인력 부족에 항의해 파업에 들어갔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동참하면서 문제가 외부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중·고등학교 교원노조가 새 학기 직후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는 전국 중·고등학교의 절반을 넘는 학교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의 교사가 부족한 상태로 새 학기를 시작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교육부는 이 조사 방식과 수치에 이견을 제기했지만, 교원 공백과 대체 교사 부족에 따른 수업 손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4~25학년도에는 교사가 결근했지만 대체 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발생한 수업 미실시 시간이 약 1,540만 시간에 달했습니다.

교원 부족의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과 열악한 근무 환경, 교사들의 업무 부담,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거론됩니다. 특히 일부 과목과 지역에서는 교사 충원이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학생들에게 교사 부족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닙니다. 바칼로레아를 앞둔 학생들에게는 곧바로 수업권과 대학 진학 기회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 "쥐·바퀴벌레까지"…낡은 시설도 도마 위

교사 부족만큼이나 학생들의 불만을 키운 것은 열악한 학교 시설입니다. 프랑스의 많은 학교 건물이 오래됐는데, 학생들은 낡은 화장실과 천장 누수, 노후한 책상과 의자, 부족한 교육 장비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쥐와 바퀴벌레, 빈대 등 해충 문제까지 제기됐습니다.

특히 2026년 여름의 폭염은 학교 시설의 취약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봄·가을철 교실 내부 온도가 35℃~40℃까지 치솟는 '찜통 교실'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냉방과 환기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고온에 노출되면서, 학교 시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과 학습권의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학생들은 TikTok과 X 등 SNS를 통해 자신들이 생활하는 학교의 모습을 직접 촬영해 공유하면서 #LycéeEnColère(분노한 고교) 해시태그 운동으로 번졌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빠르게 호응하면서 학교별 불만이 전국적인 움직임으로 연결됐습니다.

■ 새로운 대입 지원시스템…공정성 논란도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열린 고등학생 시위에서 대입 지원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Parcoursup)에 “반대한다! 교사 부족에 반대한다! 분노한 고등학생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 AFP)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은 프랑스의 새로운 대입 지원 시스템인 파르쿠르쉬프(Parcoursup)입니다.프랑스의 전통적인 대학 입학제도에서는 바칼로레아가 대학 진학의 핵심 자격이었습니다. 시험에 합격만 하면 원칙적으로 프랑스의 모든 국립대학 희망 학과에 진학할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기 학과에 지원자가 몰릴 경우 정원 부족으로 추첨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2018년 마크롱 정부는 추첨제인 기존 시스템 APB(Admission Post-Bac)를 폐지하고 파르쿠르쉬프
(Parcoursup)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대학들은 바칼로레아 최종 성적뿐 아니라 고교 3년간의 성적, 교사 의견, 지원 동기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출신 고등학교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지속됐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감사원 조사에서는 일부 대학·학과가 지원자의 출신 고등학교를 실제 순위 산정 과정에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일부 기관은 고등학교의 평판이나 바칼로레아 합격률 등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곧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점수라도 어느 학교에서 받은 성적인지를 대학이 다르게 평가할 경우, 학생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학생이 다니는 학교와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까지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인권옹호관과 감사원 등은 이러한 관행이 지역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불평등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며 출신 고교 정보의 익명화와 평가 기준의 투명성 강화를 권고했습니다. 결국 파르쿠르쉬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대학 입시 방식이 바뀌었다'는 문제를 넘어서, '어떤 학교에 다녔는지가 대학에 갈 기회까지 결정한다면, 교육의 평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시위에서 파르쿠르쉬프 반대 구호가 상당히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 "진짜 문제는 차별과 불평등"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에는 교육 불평등과 지역 격차, 계층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운동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위 참가 학생 인터뷰 (AP통신)
"정부는 저희에게 투자하지 않아요. 우리는 깨닫고 있습니다. 교외 지역의 고등학교와 대학이 가장 먼저 교사 부족을 겪고, 자원이 부족하고,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걸요. 그리고 석사 과정 등 고등교육에 진학하고 기회를 얻는 건 결국 언제나 특권층의 자녀들뿐입니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프랑스의 모토가 '자유, 평등, 박애'라면,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지 일부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대규모 고등학생 운동에서는 파리 중심부의 명문 고등학교 학생들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운동의 발화점은 파리 남동부 교외의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였습니다. 이후 생드니와 오베르빌리에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파리 북부·북동부 교외 지역의 학교로 빠르게 확산했고, 이후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파리 안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파리 북동부에 위치한 18·19·20구의 공립고에서 학교 봉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어느 학교가 더 시위에 적극적인가'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교사 부족과 시설 노후화, 과밀학급, 대학 진학 경쟁 등 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 환경의 차이가 지역별·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파리의 부유한 지역에 있는 학교와 교외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있는 학교가 같은 교육제도 안에 있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교육 환경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겁니다. 따라서 교외 지역 학생들에게 이번 시위는 단순히 교육 환경 개선 요구에 그치지 않고, '교육 격차가 학교 안에서, 대학 입시에서, 그리고 결국 미래의 삶에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번 프랑스 고등학생 시위는 교사 부족이나 낡은 학교 시설이라는 개별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사건인 동시에,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기회가 실제로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는가라는 프랑스 사회의 오래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