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올려도 고기가 없다”…텅 빈 강화 앞바다, 어민 생존권 벼랑 끝

한의동 기자 2026. 10. 7. 0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청리 앞바다 새우잡이 배 동행 취재…그물마다 꼴뚜기·해파리 등 잡어만
지난해 새우젓 5,600드럼 경매했지만 올해 9월 말 400드럼 남짓
“평생 바다에서 살았는데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나”…정부 실태조사·지원 호소
강화 황청리 포구에 새우잡이 배들이 조업을 중단한체, 정박해 있다. [사진=한의동 기자]

[강화=경인방송] "바다에 고기가 없습니다. 평생 바다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정말 먹고살 길이 막막합니다."

강화지역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면서 단순한 조업 부진을 넘어 생존권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전날(6일)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앞바다.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새우잡이 어선에 몸을 실었다. 육지를 뒤로하고 한참을 달려 조업 지점에 도착하자 어민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물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대했던 젓새우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 위로 올라온 그물에는 꼴뚜기와 해파리를 비롯한 잡어들이 엉켜 있을 뿐이었다. 어민들은 그물을 털어내고 다시 바다에 던졌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그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화 황청리 앞바다에서 수십년에 걸쳐 새우잡이를 해 왔다는 한 어민은 "예전 같으면 이 정도 조업을 했으면 새우가 제법 올라왔습니다. 지금은 기름값도 안 나옵니다."

그는 텅 빈 그물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배를 띄울 때마다 들어가는 기름값과 인건비, 어구 비용을 감안하면 조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민들이 끌어올린 그물에는 꼴뚜기, 해파리 등 잡어들만 간간히 올라오고 있다. [사진=한의동 기자]

특히 강화지역의 대표 수산물인 젓새우 어획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강화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새우젓 주산지다. 그러나 올해는 새우 자체가 거의 잡히지 않으면서 어민은 물론 새우젓 생산·유통업계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경인북부수협 경매를 통해 거래된 젓새우는 약 5600드럼에 달했지만, 올해는 9월 말 기준 1·2차 경매를 합쳐도 400드럼 남짓에 그쳤다. 단순 비교하면 지난해 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어민들은 수십 년 동안 강화 앞바다에서 조업했지만 이렇게 고기가 없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민들은 어획량 급감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해저에 쌓이는 모래 등 퇴적환경의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바다를 크게 뒤집어 놓는 강한 폭풍이 상대적으로 적어 플랑크톤 등 먹이생물이 감소하면서 젓새우를 비롯한 어종의 서식환경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어민들의 경험에 따른 추정인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해양환경과 수온, 염분, 플랑크톤, 해저 퇴적물, 어족자원 변화 등에 대한 전문기관의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고상만 인천 젓새우연안개량안강망총연합회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업을 나가고 있다. [사진=한의동 기자]

고상만 인천 젓새우연안개량안강망총연합회장은 "평생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왔는데 이제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막막하다.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라 바다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가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조업을 나가도 기름값 조차 건지기 어려운 어민들이 늘고 있다"며 "어민들이 생업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문제는 어획량 감소가 어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젓새우가 잡히지 않으면 수협 경매와 새우젓 가공·판매업,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강화의 대표 특산물인 새우젓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화 앞바다에서 만난 어민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조업장이 아니다. 부모 세대부터 이어온 삶의 터전이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일터다.

그러나 이날 바다에서 끌어올린 그물은 야속할 만큼 가벼웠다.

몇 차례 그물을 올리고 내리는 작업이 반복됐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빈 어창을 바라보는 어민의 얼굴에는 피로보다 걱정이 먼저 묻어났다.

"고기가 없는데 어민보고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황청리 앞바다에서 들은 이 한마디는 지금 강화 어민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인 원인 규명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강화 연안의 어족자원과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한 정밀조사에 나서고, 어획량 급감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민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화 앞바다의 '고기 실종'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해양생태계 변화가 보내는 위험 신호인지 정부 차원의 면밀한 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인천과 경기를 변화시킵니다.

[제보] https://news.ifm.kr/com/jb.html

[구독] https://v.daum.net/channel/551718/home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경인방송을 구독해주세요!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