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으로 지구 구한다… 콘래드 서울이 쏘아 올린 ‘서스테이너블 다이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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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프리 달걀은 기본입니다. 친환경 양식을 인증하는 'ASC 광어와 새우', 지속가능한 어업을 인증하는 'MSC 랍스터'까지 식탁에 오릅니다.
2021년 국내 호텔 및 푸드서비스 업계 최초로 MSC CoC 인증을 받았고, 2026년에는 국내 호텔 업계 최초로 ASC 인증 광어를 도입하며 지속가능 수산물 조달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또 전복은 완도의 ASC 인증 양식장에서 공수하고, 랍스터와 대게는 100% MSC 인증 제품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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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어업 인증 ‘MSC 랍스터’ 등
지속가능 식재료 활용한 미식 국내 첫선
바이오다이나믹 등 친환경 와인과 페어링


국제 공인 수산물 인증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바다에서 잡는 자연산 수산물에는 MSC(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사람이 기르는 양식 수산물에는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이 붙습니다.
MSC는 1997년 세계자연기금(WWF)과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Unilever)가 손잡고 만든 국제 비영리기구입니다. 남획 없이 어족 자원을 지키는지, 해양 생태계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는지, 어업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깐깐하게 따져 이를 통과한 어업에만 파란색 물고기 라벨을 줍니다. 그물에 걸린 어린 개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기본입니다.







실제로 힐튼은 글로벌 지속가능성 전략 ‘트래블 위드 퍼퍼스(Travel with Purpose)’를 통해 직영 호텔 수산물 절반 이상을 인증 어장에서 조달하고, 껍데기 달걀은 물론 액상·가공 달걀까지 100% 케이지 프리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워 전세계에 호텔 체인에서 진행 중입니다.


콘래드 서울 업장 메뉴판의 요리 이름 옆에는 ASC와 MSC 마크가 붙고 식재료 원산지도 꼼꼼히 적혀 있습니다. 메뉴판 맨 아래에는 콘래드 서울이 보유한 유통이력 인증번호 ‘MSC-C-58722’와 ‘ASC-C-03185’가 인증 마크와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인증 식재료를 받아 조리하고 손님 식탁에 올리기까지 전 과정이 추적 가능하다는 표시입니다.
▶시트러스 마리네이드 ASC 광어 크루도
첫 접시는 국내산 ASC 인증 광어입니다. 크루도는 날생선을 얇게 저며 올리브 오일과 산미로 맛을 내는 이탈리아식 생선회입니다. 쫀득하게 살이 오른 광어를 얇게 저며 오렌지 등 시트러스로 만든 드레싱에 살짝 재웠고, 허브를 갈아 만든 초록빛 그린 오일을 둘렀습니다. 그 위에 향긋한 핑크 페퍼콘과 새콤한 시트러스 과육을 올렸습니다. 광어 본연의 담백한 단맛 위로 상큼한 산미와 은은한 후추 향이 차례로 퍼지며 입맛을 깨웁니다.

두 번째 접시는 케이지 프리 달걀로 만듭니다. 달걀은 진공 포장해 낮은 온도의 물에서 오래 익히는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합니다. 흰자는 몽글몽글 부드럽게, 노른자는 크림처럼 진하게 익어 숟가락을 대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그 위에 훈연 향을 입힌 감자를 거품처럼 가볍게 낸 스모크 감자 폼을 덮고, 짭조름한 파마산 치즈와 바삭하게 볶은 헤이즐넛 크럼블을 뿌렸습니다. 부드러운 노른자와 스모키한 감자 폼, 고소하게 씹히는 헤이즐넛이 어우러져 맛과 식감이 다채롭습니다.

세 번째 접시에서는 양식 인증과 자연산 인증, 두 가지 수산물 인증을 한 번에 만납니다. 라구에 들어간 새우는 베트남산 ASC 인증 새우입니다. ASC 새우 기준은 양식 과정에서 항생제를 쓰지 못하게 하고, 맹그로브 숲 같은 주변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았는지도 따집니다. 랍스터는 캐나다산 MSC 인증 랍스터입니다. 어족 자원을 지키며 잡은 자연산으로, 콘래드 서울은 랍스터와 대게를 100% MSC 인증 제품으로만 씁니다. 페투치네는 주방에서 직접 반죽해 뽑은 생면입니다. 잘게 다진 새우를 볶아 만든 라구가 넓적한 면에 듬뿍 감기고, 그 위에 통통한 랍스터 살을 올렸습니다. 소스는 갑각류 껍데기를 우려낸 진한 비스크에 버터를 더해 만든 비스크 버터 소스이고, 마지막에 레몬 제스트를 뿌려 상큼함을 살렸습니다. 바다의 감칠맛이 진하게 밀려오다가 레몬 향이 깔끔하게 마무리합니다.

메인 요리는 노르웨이산 ASC 인증 연어입니다. ASC 연어 기준은 항생제 사용 횟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양식 연어가 바다로 빠져나가 야생 연어를 위협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특히 사료 원료가 어디서 왔는지까지 확인합니다. 연어는 롤 모양으로 돌돌 말아 스테이크처럼 구웠고, 사과나무 장작 연기로 훈연해 은은하고 달큰한 스모키 향을 입혔습니다. 그 아래 셀러리 뿌리를 곱게 갈아 만든 셀러리악 퓌레를 벨벳처럼 부드럽게 깔고, 황금빛 샤프란 크림 소스를 둘렀습니다. 촉촉한 연어 살과 고소한 셀러리악, 향긋한 샤프란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냅니다.

마지막 접시는 달걀과 버터, 우유 같은 동물성 재료를 전혀 쓰지 않은 비건 디저트입니다. 토르타는 이탈리아식 케이크로, 밤으로 만든 토르타 위에 부드러운 밤 크림과 밤 젤라토를 올렸습니다. 달콤하게 졸인 무화과 콩포트를 곁들이고 고소한 잣 크럼블을 뿌려 가을 맛을 가득 담았습니다. 인증 수산물과 케이지 프리 달걀로 이어온 코스를 식물성 디저트로 마무리하며 지속가능한 선택의 폭을 한 번 더 넓혔습니다.

코스에 곁들이는 와인 또한 모두 친환경 와인으로 만납니다.
▶47 아노 도미니 로제 프로세코 비오 비건 브뤼(47 Anno Domini Rosé Prosecco Bio Vegan Brut) NV /동원와인플러스 수입
첫 코스 광어 크루도와 짝을 이룬 이탈리아 대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입니다. 상큼한 버블과 붉은 과일 향이 시트러스로 맛을 낸 광어의 산미를 경쾌하게 받쳐줍니다. 와이너리는 훈제 연어나 민물 송어, 모차렐라 치즈와도 즐기라고 추천합니다. 부드럽고 밝은 핑크빛을 띠며 잔을 채우는 순간 싱그러운 붉은 과일과 꽃향기가 피어오릅니다. 입에서는 경쾌하고 신선한 기포가 이어지고 여운도 깁니다.


두 번째 코스 수비드 케이지 프리 에그와 짝을 이룬 와인입니다. 진하게 흐르는 노른자와 훈연 향을 입힌 감자 폼의 묵직함을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 산지 샤블리의 산도가 깔끔하게 정리해줘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맑고 깨끗한 샤블리의 정석입니다. 레몬과 풋사과 같은 상큼한 과일 향에 샤블리 특유의 짭조름한 미네랄이 또렷하게 이어지고, 생기 넘치는 산도가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줍니다.
도멘 제라르 뒤플레시는 샤블리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가족 도멘입니다. 지금은 5대째인 릴리앙 뒤플레시(Lilian Duplessis)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제라르의 뒤를 이어 10㏊ 남짓한 포도밭을 일굽니다. 아버지가 은퇴한 2007년부터 유기농 재배를 시작했고, 2013년 유기농(AB) 인증을 받았습니다.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쓰지 않으며, 최근에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까지 도입하며 한발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토착 효모로 발효하고 이산화황은 최소한으로 씁니다.

세 번째 코스 ASC 새우 라구와 MSC 랍스터 파스타와 짝을 이룬 비건 와인입니다. 와인 백레이블에 새겨진 유럽채식연합(European Vegetarian Union, EVU)의 비건 와인 인증 브이 마크를 볼 수 있습니다. 비스크 버터 소스의 진한 풍미를 무겁지 않은 과일 향과 산도가 경쾌하게 받쳐줘 해산물 파스타와도 부담 없이 어울립니다. 쁘띠 소바주는 ‘작은 야생’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꾸밈없이 순수한 과일 향이 매력입니다. 잘 익은 검붉은 베리 향이 신선하게 다가오고, 레드 와인다운 탄탄한 구조감에 화이트 와인 같은 산뜻함까지 함께 느껴집니다.
프랑스 랑그독 루시용(Languedoc-Roussillon) 서쪽 끝, 중세 성곽 도시 카르카손(Carcassonne) 인근 말페르(Malepère)에서 소꿉친구인 피에르 케제르그(Pierre Caizergues)와 앙토냉 보네(Antonin Bonnet)가 만듭니다.


메인 요리 애플우드 스모크 ASC 연어와 짝을 이룬 와인입니다. 와이너리는 수렵육이나 브레이징한 붉은 고기, 숙성 치즈와 함께 즐기길 추천하지만, 연어의 스모키함과 샤프란 크림 소스의 진한 풍미가 아마로네의 농익은 과일 향과 맞물리며 인상적인 궁합을 보여줍니다.
석류빛이 살짝 도는 루비색을 띠며 말린 꽃과 블랙체리 잼, 새콤한 체리 향이 진하게 피어오르고 향신료와 초콜릿, 꿀 향이 뒤따릅니다. 입에서는 아마로네 특유의 우아한 산미가 살아 있고 드라이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감돌며, 타닌은 벨벳처럼 부드럽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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