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양 이주노동자도 150만원씩 상납하고 퇴사했다

이수연 기자 2026. 10. 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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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저는 (그만두기 위해) 사장님한테 150만원 주러 갑니다."

경남 밀양에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고용허가를 받아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A씨.

E-9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견디지 못해 떠나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며 "사업주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하면 사업주도 금품을 요구하기보다 노동환경을 개선해 계속 일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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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이어 경남’ 돈 뜯어내는 사업주 확산 중 … 노동부 "강제로 돌려줘라 못 한다"

"내일 저는 (그만두기 위해) 사장님한테 150만원 주러 갑니다."

경남 밀양에서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고용허가를 받아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A씨. 6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동영상 속 A씨는 회사 기숙사에서 5만원권과 1만원권을 세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중순, 회사의 일방적인 휴일 변경 등 강제근무를 버티다 못해 퇴사하기 직전이었다. 사업주는 "나가려면 150만원을 마련해 오라"고 말했다. 다음 날 A씨는 사업주에게 150만원을 주고 일터를 나왔다. 이렇게 나간 이들만 10명이 훌쩍 넘는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같은달 목포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B씨는 외국인등록증 발급을 위해 하루만 조업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사업주는 기숙사 전기와 가스를 일방적으로 끊고 "나가라"고 했다. 견디다 못한 B씨가 사업주에게 계약해지 동의를 요구하자 사업주는 700만원을 요구했다. "줄여달라"고 애원하는 B씨에게 사업주는 "600만원 이하는 안 된다"고 못 박았고 B씨의 연이은 사과와 호소에 답하지 않았다.

도 넘은 '퇴사 값' 요구
액수도 커지고 지역도 넓어져

최근 전남광주 지역에서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을 대가로 E-9 이주노동자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이주노동계의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달에는 목포와 여수에서 500만~600만원을 요구한 사건이 알려졌고 이달 2일에는 목포에서 B씨 사례가 드러났다.

요구 액수도 늘어나고 있다. 2024년 10월 고흥에서 300만원, 지난해 11월에는 광주·나주에서 150만~200만원이 요구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지난 한 달 사이 확인된 요구 금품은 500만~600만원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길주 전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올해만 전북 군산과 충남 보령·서산, 경기, 강원 등지에서 사업주에게 금품을 요구받았다는 이주노동자 상담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E-9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 사업주가 근로계약 해지에 동의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다만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 변경 사유' 고시에서 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사업주 동의 없이도 사업장 변경을 승인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유를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는 사실상 사업주의 해지 동의에 기대야 한다는 점이다. 일터를 떠나기 위해 금품을 요구받더라도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주가 고용변동 신고 과정에서 '이탈'로 신고해 체류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도 크다. 일부 사업주는 이주노동자의 곤궁한 처지와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악용해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

계약해지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며 노동자를 협박했다면 형법상 공갈이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상 사업장 변경 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그때그때 판단한다는 노동부
"사실상 인신매매, 전수조사해야"

노동부는 금품 요구 사건이 드러나면 그때마다 현장조사를 거쳐 사업장 변경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여수에서 사업주가 500만원을 요구한 사건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승인했다. 목포에서 벌어진 700만원 요구 사건은 사업주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금품 요구 자체는 사업장 변경 사유로 명시돼 있지 않다. 노동부가 직권으로 사업장 변경을 승인하려면 고시에서 정한 다른 사유가 인정돼야 하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시의 사유 기준에 금품 요구를 포함하는 것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지급된 돈을 강제로 반환하도록 조치할 권한도 없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이주노동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돌려주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강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어 시정지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분상 불이익과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소송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노동부는 최근 사업주들에게 금품 요구는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 사업주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주노동계도 사업주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문길주 전 센터장은 "금품 요구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실상 인신매매"라며 "노동부는 사업주 노동인권교육으로 금품 요구가 불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해당 행위를 저지르면 E-9 이주노동자를 못 받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실태조사도 주문했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견디지 못해 떠나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야 한다"며 "사업주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하면 사업주도 금품을 요구하기보다 노동환경을 개선해 계속 일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 밀양에서 고용허가제(E-9)로 일하는 네팔 이주노동자 A씨가 계약해지를 대가로 사업주에게 전달할 돈을 세고 있다. <이주노조 제공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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