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리기 인구 1000만 시대, 도로 위 마라톤 대회에도 ‘규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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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회 안전과 교통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 마라톤 현장에만 2757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도심 도로를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대회는 교통 영향과 안전관리 역량, 공익성 등을 평가해 개최 여부와 통제 범위를 정하는 등급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 불편을 줄인 대회 운영과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공간·시설이 조화를 이룰 때, 마라톤은 더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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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승철 경찰인재개발원 공공안전교육센터장)

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조깅이나 달리기를 해본 사람의 비율은 2021년 23%에서 2023년 32%로 높아졌다. 관련 업계는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대회도 크게 늘었다. 전국 마라톤 대회는 2017년 381건에서 지난해 521건으로, 서울은 같은 기간 75건에서 14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9일에는 서울에서만 하루 7개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문제는 대회 수 증가뿐 아니라 도심 도로를 이용하는 대회가 잦아지고 규모도 커지면서 시민 불편과 안전관리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는 데 있다.
잦은 대회 개최에 따른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마라톤 관련 민원 650건 중 92.2%는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 호소였다. 시내버스는 우회하고 일반 차량은 멈춰 섰으며, 길을 건너지 못한 주민들은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출입이 막히거나, 상인들이 손님의 발길이 끊겨 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회 안전과 교통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 마라톤 현장에만 2757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반복되는 대규모 행사에 경찰관들의 피로 누적과 사기 저하는 가속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범죄 예방 순찰과 신속한 112 신고 대응 등 일상적인 치안 역량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참가자와 보행자의 안전도 함께 살펴야 한다. 폭염 속 무리한 달리기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코스에 참가자가 과도하게 밀집하면 충돌이나 넘어짐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코스 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참가자가 충돌한 사고에 대해 법원이 보행자 우회 안내와 통제를 소홀히 한 대회 주관사·운영 대행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나왔다. 참가 규모가 1만~4만 명에 이르는 대회에서 출발 구역의 수용 능력과 동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다중운집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려면 개별 대회의 안전관리와 개최 일정, 교통 영향을 함께 살피는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과 시행령은 1000명 이상 인원이 밀집하는 체육행사에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안전교육·점검을 의무화하고 있다. 계획에는 안전·의료요원의 배치와 사고 대응 방안 등을 담아야 하며, 개최 장소나 시설의 관리자와 협의하는 절차도 있다. 도로교통법에는 경찰의 통행 금지·제한 권한이 규정돼 있다. 다만 이러한 개별 관리 수단을 연계하고, 대회 계획을 사전에 심사해 필요한 보완을 이끌어내는 체계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지난 1월 마련한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은 이른 출발 시간과 구급차 배치 기준 등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지침은 오직 '시 주최·후원' 행사에만 한정된다는 맹점이 있다. 중앙부처의 후원을 업으면 서울시의 통제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열린 주요 교통통제 마라톤 대회 5곳의 후원 기관을 보면 통일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가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결국 국가 기관의 후원이 지자체의 안전망을 피해 가는 우회로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무분별한 대회 난립과 안전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시급하다. 국가 기관이 대회를 후원할 때 사전에 지자체 관련 부서와 의무적으로 협의하도록 기준을 정비하고, 주체에 따른 관리 격차를 없애 법적 안전관리 의무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개선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교통 통제의 빈도·범위·시간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서울경찰청·자치경찰위원회가 분기 혹은 반기별로 대회 일정을 미리 협의해 같은 날 통제가 겹치는 대회의 일정과 코스를 조정해야 한다. 도심 도로를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대회는 교통 영향과 안전관리 역량, 공익성 등을 평가해 개최 여부와 통제 범위를 정하는 등급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5㎞·10㎞ 대회는 공원이나 하천변 등으로 분산하되, 해당 공간의 수용 능력과 다른 이용자의 동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출발 시각을 앞당기고 구간별 제한시간을 정하는 한편, 후미 참가자가 통과한 뒤 안전을 확인해 구간별로 통제를 해제하는 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안전요원이 관리하는 보행자 횡단 구간을 마련하고, 통제 정보를 내비게이션에 미리 반영하는 일도 필요하다.
둘째, 참가 규모와 코스 특성을 반영한 안전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참가자 수와 코스 길이, 응급차량의 접근 여건 등을 고려해 구급차와 의료인력을 배치하고, 심정지 환자 대응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충분한 자동심장충격기(AED)의 배치 기준과 이를 운용할 인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출발 구역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예상 완주 기록에 따라 참가자를 나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출발시키는 기록별 시차 출발도 확대해야 한다. 폭염·강풍 등 기상 악화 때 대회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표준 기준을 마련하고, 참가자가 사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도록 안내·확인 절차를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주최 측의 안전관리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주최·후원 주체와 관계없이 공통된 안전·교통 기준을 적용하고 신청·협의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원·광장 사용 승인과 경찰의 교통통제 협의 과정에서 공통 점검 항목을 활용하고, 관계 기관이 대회 정보와 검토 결과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의 교통통제 협의 기준도 통일해 민간 대회를 포함한 도로 이용 행사에 일관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체육진흥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률을 정비해 안전관리계획 신고와 도로 사용 행사 허가의 대상·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담당 기관의 심사·보완 요구 권한과 주최 측의 이행 책임도 함께 규정해야 한다.
시민의 이동권 보장과 참가자의 안전 확보는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다. 시민 불편을 줄인 대회 운영과 일상적으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공간·시설이 조화를 이룰 때, 마라톤은 더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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