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까진 알겠는데 ‘늙크크’는 뭐지?”…진화하는 요즘 한국어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2026. 10. 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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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기존에는 없던 신조어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면서 세대 간 언어 격차까지 커지고 있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조어의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무슨 뜻인지 아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언어 대중 간 세대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언어의 본질적인 속성상 신조어가 새로 생기고 소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기간 남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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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좋·밤티·늙크크’…빠르게 퍼지는 신조어
온라인·게임·대중문화 타고 신조어 생성 속도 빨라져
한글날 100년, ‘한글’과 ‘한국어’ 제대로 구분해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 시민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기존에는 없던 신조어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면서 세대 간 언어 격차까지 커지고 있다. ‘느좋’, ‘밤티’, ‘늙크크’ 등이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통하는 표현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뜻을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줄임말을 넘어 글자의 모양을 바꾸거나 외래어와 결합하는 등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방식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과 일상에서는 새로운 표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익숙한 방식은 기존 표현을 짧게 줄이는 것이다. ‘느좋’은 ‘느낌 좋다’를 줄인 말로 세련되거나 보기 좋은 대상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한때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특정 온라인 문화나 콘텐츠를 배경으로 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코르티스 미니2집 앨범포토. ‘YOUNGCREATORCREW’ 곡 속 반복되는 표현인 ‘영크크’는 젊고 힙한 세대를 상징하는 신조어처럼 퍼지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제공=빅히트 뮤직

‘밤티’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별명에서 비롯된 표현으로 ‘못생겼다’, ‘별로다’는 의미로 쓰인다. ‘늙크크’는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의 곡 ‘영크크’(영 크리에이터 크루)에서 파생된 말로, 최신 유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처럼 최근 신조어는 단어만 보고 뜻을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게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돌 문화 등 제한된 집단에서 만들어진 표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다.

유성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신조어의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가 무슨 뜻인지 아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언어 대중 간 세대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니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비슷한 모양을 이용해 글자를 바꾸는 ‘야민정음’이 대표적이다. ‘멍멍이’를 ‘댕댕이’, ‘명작’을 ‘띵작’, ‘광역시’를 ‘팡역시’로 바꿔 쓰는 식이다. ‘폭풍눈물’을 글자 모양을 뒤집어 ‘롬곡웊눞’으로 표현한 사례도 있다.

외래어와 우리말을 합쳐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근거 없는 주장을 뜻하는 ‘뇌피셜’은 ‘뇌’와 영어 ‘오피셜(Official)’을 결합한 말이다.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뜻하는 ‘갓생’ 역시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표현이다.

“한글이 망가진 게 아냐”…신조어 논란에 필요한 ‘한글·한국어’ 구분

신조어가 유행할 때마다 “한글이 파괴되고 있다”,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때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글은 한국어를 적기 위해 만들어진 문자 체계이고, 한국어는 우리가 말하고 사용하는 언어 자체를 뜻한다. 문자는 언어를 기록하는 수단이지 언어 그 자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영어 문장 ‘I love you’를 소리 나는 대로 ‘아이 러브 유’라고 적으면 문자는 한글이지만 언어는 영어다. 반대로 ‘사랑해’를 로마자로 ‘Saranghae’라고 적는다면 한글은 아니지만 그 언어는 여전히 한국어다.

따라서 ‘뇌피셜’이나 ‘갓생’처럼 기존 단어를 줄이거나 외국어와 결합해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현상은 엄밀하게는 한글을 변형한 것이 아니라 한국어가 변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댕댕이’, ‘띵작’처럼 한글의 시각적 형태를 활용하는 야민정음은 문자 자체의 변형에 보다 가깝다.

2022년 별세한 연규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도 2017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식지를 통해 언어와 문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것과 우리글을 아끼는 것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신조어의 탄생과 소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언어는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언어의 본질적인 속성상 신조어가 새로 생기고 소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고 오랜 기간 남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하기보다는 언어의 생명력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신조어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산돼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 교수는 “언어문화가 급격하게 바뀐다면 의사소통이라는 본질적인 기능에도 지연 효과가 나타난다”며 “특히 파급력이 큰 방송 등에서 신조어를 그대로 자막에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갸날’에서 ‘느좋’까지…100년 사이 확 달라진 우리말

한글날의 역사도 올해 더욱 의미가 깊다. 한글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한글이 반포된 지 약 480년이 지난 1926년부터다.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가 공동으로 서울 식도원에서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열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름은 지금의 ‘한글날’이 아닌 ‘가갸날’이었다. 날짜 역시 현재의 10월 9일과 달랐다. 당시 학자들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음력 9월 29일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판단했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1월 4일에 첫 기념식을 열었다.

100년 전 국어학자들이 우리 글을 지키기 위해 기념일을 만들었다면, 한 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어는 인터넷과 모바일,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신조어를 둘러싼 논쟁 역시 결국 언어가 시대를 반영한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어떤 말은 잠시 유행하다 사라지고, 어떤 말은 오랜 시간 살아남아 일상어가 된다. ‘느좋’이나 ‘밤티’처럼 지금은 낯선 표현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훗날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일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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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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