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거 검찰, 없는 죄 뒤집어씌워”
野 “공소취소 위한 빌드업 이어가”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검찰청 폐지와 이에 따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대해 “국민들의 역사적 결단”이라며 “다시는 정치 권력에 의해 수사·공소 기능이 악용되거나, 휘둘리거나, 원래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해방 이후 정부 수립 이래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악용되기 시작했고 국가 권력을 악용해 개인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지난 2일 출범한 공소청과 중수청의 수장인 이정현 공소청장(법률상 직제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앞에 두고 그간의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덮어서 벌고 만들어서 출세한다’,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최근 조작기소 특검법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는 점 등을 들어 “대통령이 공소 취소를 위한 빌드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수사·기소 총괄하는 3인 불러 당부한 李… 함께 식사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강도, 아니면 납치범이 사람을 납치해 감금한다든지, 전 재산을 빼앗는다든지 이런 걸 해결하라고 국가 권력을 맡겨놨더니, 그 권력을 이용해 오히려 그런 범죄를 저지르면 사실 이건 민간인 범죄보다 훨씬 더 중대한 범죄”라며 “무슨 상속받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인 것처럼 함부로 행사하는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향해 “수사·공소 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억울한 일을 만들거나 방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우리 국민이 과연 이 나라에 정의가 있는가 가끔씩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다”며 “중수청은 네 편, 내 편, 여야 가릴 것 없이 소위 많이 배우고 가진 사람들의 범죄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주길 부탁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뒤 이들 세 명의 대행과 오찬도 함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기관들이 수사·기소 과정의 공백 없이 원활하게 안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총괄하는 기관장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말을 경청하고 오찬까지 함께한 것은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과거에는 청와대 국무회의에 검찰총장 등이 참석하지 않았다. 역대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 보장 등을 이유로 청와대 회의 출석은 물론 국회 출석도 최소화해왔다. 대통령의 당부 사항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을 통해 전달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앞으로는) 각 부처뿐 아니라 부처 소속 외청도 국무회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했고, 구자현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부터 참석해 왔다. 이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고 12개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국무회의 출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6월 2일 국무회의에서는 이 대통령이 구 직무대행으로부터 검찰 업무 보고를 받은 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당시 어떤 사안에 대한 사과와 취소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통령 본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과와 공소 취소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고, 야당에서는 “대놓고 재판 취소를 겁박한 것”이라고 했다.
◇野 “이재명 왕 앞에 시립한 신하...무슨 독립성 있겠나”
이 대통령이 이날 공소청과 중수청, 경찰청 수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킨 데 대해, 야당에서는 “새로 출범한 수사·기소 기관을 대통령 발 아래 두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없애라며 ‘공소 취소’를 지시하면 이들이 거부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회의 출석은) 이재명 왕(王) 앞에 시립한 신하처럼 되는 것”이라며 “무슨 독립성이 있겠는가”라고 했다. 주 의원은 “수사 기관장들을 길들여 이재명 정부 비리를 덮겠다는 의도”라며 “청와대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김현지 인사 관여, 암살자(들)의 국책은행 투자 비리를 감추려 한다”고 했다.
공소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공봉숙 서울광역공소청 검사는 페이스북에 ‘국무회의에서 받아쓰기하는 사정기관 수장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통령이 개별 사건까지 세세하게 챙기는 업무 방식과 사정기관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구조가 결합하면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공소청, 중수청, 경찰청 모두 ‘직무대행’ 체제인 만큼, 정식으로 기관장이 임명되면 국무회의 참석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정부 출범 뒤 검찰청과 경찰청 모두 계속 대행 체제였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아닌 직무대행이기 때문에 국무회의에 나오라는 청와대 요구를 거부하기가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가 곧 임명되는데, 국무회의 출석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 ‘대통령 등 수사 제외’ 추진에 “견제 퇴보”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수처가 갖고 있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넘기려는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민주당은 공수처가 판·검사와 수사관, 경찰만 수사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중수청과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며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대통령의 지휘 계통에 있는 기관에만 수사를 맡기는 건 견제 구조의 퇴보”라며 “독립적인 지위에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척결하는 공수처법의 입법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공수처를 전국 단위 조직으로 확대해 각 지방의 공소청·중수청·경찰청을 견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공수처는 이에 대해서도 “그에 맞는 인력이나 조직을 갖추지 않고선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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