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에… ‘우주 유령입자’ 중성미자 관측 길 연 과학자
남극 빙하 활용한 검출 방법 제시
부피 1㎦, 무게 약 10억t에 달하는 남극점의 얼음 속에는 86개 케이블을 따라 광센서 5160개가 매달려 있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물질을 거의 그대로 통과해버려 ‘유령 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를 포착한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드물게 충돌할 때 생기는 입자가 남기는 푸른빛을 잡아내, 기존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었던 우주의 고에너지 현상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 관측소를 구상하고 실현해 우주 관측의 새 길을 연 프랜시스 할젠(82)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6일(현지 시각)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와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에 결정적으로 공헌했다”며 할젠 교수를 20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단독 선정했다. 물리학상 단독 수상은 1992년 이후 34년 만이다. 상금은 1200만스웨덴크로나(약 16억원)다.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에서 날아온 중성미자 약 650억개가 손톱 하나 크기의 면적을 매초 통과한다. 우리 몸은 물론 지구까지 그대로 통과하지만 이를 느낄 수 없고, 검출하기도 그만큼 어려워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동안 자기장에 휘지 않고, 물질에 쉽게 흡수되거나 산란되지 않아 어떤 천체에서 왔는지 추적하기에 유리한 특징이 있다.
1988년 할젠 교수는 남극의 투명한 빙하를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기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처음 발표했다. 그는 훗날 “당시 내가 얼음의 광학적 특성을 잘 알았다면 아마 포기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역설적으로 ‘몰랐기 때문에’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셈이다.
그의 구상은 2011년 남극 얼음 1㎦를 활용하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로 완성됐다. 이를 통해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태양계 밖 먼 우주에서 날아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존 천문학이 주로 가시광선·전파·X선 등 전자기파로 우주를 관측했다면, 아이스큐브는 중성미자라는 새로운 전령으로 우주의 ‘블랙박스’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창을 만든 것이다.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푸는 핵심 도구로 평가받는다.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에는 한국 연구진도 참여하고 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연구팀도 국제공동연구단에 참여해 중성미자 데이터 분석과 검출기 교정장치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해 왔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초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 분야에서 할젠 교수와 견줄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마크 피어스 노벨물리학위원장은 “할젠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이 새로운 종류의 천문학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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