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윤석열” 공세에 “모욕적”… 조희대, 준비한 원고 꺼내 6분간 반박

김승재 기자 2026. 10. 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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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청권 논란에 작심 반격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아래)이 2026년 10월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소관 기관장들의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대법관 인선에 협조하기 위한 절차적, 보조적 권한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재(再)제청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에 간섭하거나 증언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장은 그간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인사말만 하고 퇴장했다. 사법 행정 관련 질의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답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날 여당 의원들로부터 거친 질문이 쏟아지자 조 대법원장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대법관 제청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與, 관례 깨고 대법원장 이석 불허

조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하면서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 원칙을 이유로 증인 선서와 증언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앞서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고, 조 대법원장은 증인으로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은 상태로 증인 선서를 진행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등이 일어나 선서를 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선서하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대법원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너무나 당연한 의무”라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이석하는 건 사법부 독립을 위한 관례였는데, 대법원장을 강제로 앉혀 놓은 건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체포하고 감금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104조의 대통령 임명권에는 ‘임명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자 다른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다며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재제청을 거부하는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증언을 거부한 조희대는 탄핵해야 한다”며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최근 대법관 재제청 논란 이후 민주당에서 탄핵 발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영교 위원장은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느냐”면서 “착각하지 말라. 대통령은 국가 원수다. 행정부의 장이 국무총리이며 사법부 수장이 대법원장”이라고 했다. 야권에선 이를 두고 “대통령을 정부 수반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도 모르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범여권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동기를 가진 게 아니냐는 취지로 몰아세웠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 되니까 대법원장 조희대씨도 다음 대통령 하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냐”고 하자 조 대법원장은 “그런 말씀은 너무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12·3 비상계엄에 협조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먼저 (계엄이)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비상계엄에 협조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준비해온 원고. /김지호 기자

◇曺, 원고 꺼내 6분간 작심 발언

조 대법원장은 여당 의원 질의에 처음에는 답을 하지 않거나 짧게 원론적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공격적 질의가 계속되자 국감 시작 1시간 50분 후쯤 “모두가 궁금해하시니까, 부득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구체적인 사유를 말씀드리겠다”며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준비한 원고를 꺼내 약 6분간 읽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며 “동의 절차를 담당하는 국회의 한 부분인 법사위가 제청권을 담당하는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친 뒤 대법관을 제청하는 관례를 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그동안 대법원장이 협의해 온 것은 헌법에 근거는 없지만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고 역대 대통령도 결과적으로 전부 이러한 제청권을 끝내 존중해 왔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국감에서 자리를 지켰다. 오후에 재개된 의원 질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감기가 많이 심해졌다”며 “사법권 독립 문제도 있고 해서 일단 이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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