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판 나토, 예멘 후티 상대 첫 실전… 중동 전쟁판 흔들까
튀르키예·파키스탄 정부
‘메카 조약' 사우디 파병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이 예멘의 친이란 무장 세력 후티의 공격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병력을 신속히 파견하기로 하면서 중동 전쟁이 확산 일로에 들어섰다. 미국이 사우디를 돕기 위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가운데, ‘이슬람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이 실전에 나서며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면 공세 나선 연합군, 재반격한 후티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3국(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파키스탄) 외무장관은 5일(현지 시각)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메카 동맹 전략·정치·국방 긴급 회의’를 개최한 뒤 “집단 방위 약속을 즉각,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군사력과 역량을 제공하며, 병력을 신속 배치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며 “이로써 위협에 대응하는 집단적 역량과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3국은 지난 8월 7일 사우디 메카에서 공동 방위 협정을 체결하며 “3국 중 어느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한 바 있다.
후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우디에 대한 공격과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겨냥한 공격에 주목한다고 해 사실상 공격 대상이 후티라는 점을 나타냈다. 시아파인 후티 반군은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자금·무기 지원을 받고 성장하며 수십 년 동안 수니파와 치열한 갈등을 이어왔다.
이날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후티가 장악했던 전략적 요충지 일부를 다시 탈환하는 등 전면적인 반격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연합군은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북쪽 요충지인 두바브와 바브, 하데이드를 탈환하고, 호데이다에 있는 후티를 타격해 무기 창고와 해저 지뢰 보관 시설 등을 파괴했다. 연합군 대변인인 사우디의 투르키 알말리키 소장은 “연합군이 전투기 100여 대를 동원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공중 방어권을 확보했고, 후티 시설 수백 곳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후티도 재반격에 나서며 전쟁은 격화하고 있다. AP 등에 따르면 후티는 예멘 제3 도시 타이즈로 진격하면서 예멘 정부군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 투르바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하루 동안 70명 이상이 숨졌다.후티는 사우디의 리야드 공항과 아람코 정유 시설에도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고,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인근에 있는 라빅도 공습했다. 현지 교민들은 “인근에서 화재와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시험대 오른 이슬람판 나토
이번 전쟁으로 ‘이슬람판 나토’로 불리는 ‘메카 동맹’의 실질적·군사적 실효성이 가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동맹은 이슬람권 유일 핵보유국인 파키스탄, 나토 2위 군사력인 튀르키예, 이슬람 최대 성지 메카를 품은 석유 대국 사우디가 손을 맞잡았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각 국가가 파병한 병력 규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최근 사우디 국경 방어와 드론·미사일 요격 지원 작전을 위해 3만~4만명 병력을 사우디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 장관은 현지 매체에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군대가 이미 현지 전장에 주둔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전투 작전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우디군은 전투를 하고 파키스탄·튀르키예는 정찰 등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고도 했다. 튀르키예는 드론·미사일·전자전 기술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3국 군사력을 합치면 현역 병력 140만명, 군용기 3400대, 전차 6000대, 350척 이상의 군함을 보유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은 현재 200여 명의 군사·정보 분석관을 사우디에 배치해 예멘과 사우디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슬람판 나토’의 성패가 통합 지휘 구조 구축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모로코 싱크탱크 신남방정책센터와 중동안보연구소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메카 동맹은 정치적 집단 방위 약속에서 제도화 단계로 이동 중이지만, 아직 하나의 군사동맹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수행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토의 경우 벨기에에 최고사령부를 두고 각국 군대를 연결하는 지휘·통신 체계를 갖췄다. 이슬람 3국은 이날 파키스탄의 나우만 마흐무드 예비역 중장을 초대 사무총장에 임명해 군사 조직화 작업에 착수했다. 걸프국제포럼의 압둘아지즈 알가시안 연구원은 “메카 조약 발동은 중동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동맹이라는 ‘구조’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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