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질·기후 통합 관리 땐 15배 남는 장사…10년 내 비용 뽑고도 남아”[박병률의 더-이코노미스트]

UNEP, 193개 회원국 대상…41개국서 3000여명이 업무
국가별로 다른 주요 배출원과 정책과제, 넓은 시각에서 접근
‘기후변화는 경제 문제’ 선언…투자 늦으면 매년 2040조원 손실
한국의 미세먼지 관리 체계 강화엔 국민적 관심이 중요한 동력
평균기온 ‘1.5도 상승’ 일시적 초과에도 여전히 목표로 유효
‘푸른하늘의날’ 주도 등 한국 경험·역량 국제사회 기대 커
환경에 대한 지출은 더 이상 비용의 영역이 아니다. 고수익이 날 수 있는 투자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선제적 투자를 통해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7일 ‘푸른 하늘을 위한 국제 맑은 공기의 날’(푸른하늘의날)을 맞아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청정 대기연합(CCAC)과 함께 흥미로운 보고서 한 편을 냈다. ‘숨겨진 자산’(Hidden Asset)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1달러를 투자하면 경제적 이익이 약 15달러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년 이내에 시장 수익률이 투자 비용을 초과한다고도 했다. 반면 투자가 지연된다면 매년 1조5000억달러(약 2040조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기후 및 대기질의 통합적 관리 효과를 정량화한 최초의 포괄적 글로벌 경제 보고서로 평가받는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UNEP, ESCAP와 공동 주최한 ‘푸른하늘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김유정 UNEP 수석 프로그램 관리관을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지난달 11일 만났다. 그에게 경제적 시각으로 바뀌고 있는 UN의 환경정책 방향을 들어봤다. 김 수석은 동아시아 산성강하물 모니터링 네트워크(EANET)사무국 임시 조정관도 겸임하고 있다. 추후 서면으로 보충 인터뷰가 이뤄졌다.
- 환경부 출신으로 알고 있다.
“UNEP에 들어온 지 3년이 된다. 환경부에 2007년 들어가 기후변화, 녹색성장, 물 관리, 환경보건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후속조치로 살균제 등 미생물을 제거하는 화학물질이 사용된 제품에 관한 안전관리 제도를 마련하고 법제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후 대기환경정책국에서 미세먼지 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2020년부터 3년 반 정도는 고용휴직 제도를 활용해 인천 송도에 있는 UN지속가능발전센터(UNOSD)에서 일했다. 이후 UNEP으로 옮겨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 국제기구 근무와 한국 정부부처 근무는 많이 다른가.
“정부는 자국민과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를 중심에 두고 법과 제도, 예산, 산업구조, 국민 수용성 등 국내 여건을 고려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한다. 반면 UNEP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는 서로 다른 경제·사회적 여건을 지닌 41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국가마다 환경 문제의 양상이 매우 다르므로 보다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고, 저마다의 상황과 문화적 차이 등을 이해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기오염만 보더라도 국가별 주요 배출원과 정책과제가 다르다. 일부 국가에서는 산업과 교통이 주요 배출원인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가정 내 요리와 난방 등 연료 사용이나 농업 활동이 중요한 오염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 UNEP에 다른 한국인도 있나.
“본부가 있는 케냐 나이로비와 캐나다 몬트리올의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 등 여러 곳에서 한국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아태지역 사무소는 태국 방콕에 있고 인도, 중국, 사모아에도 있어 역내 회원국들과 환경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방콕 사무소에서도 열정적인 한국인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 UNEP는 보고서 ‘숨겨진 자산’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 이로 인한 기후환경 문제는 명백한 경제 문제라고 선언했다.
“이 보고서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생산성, 재정, 경제성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 문제로 보고 있다. 대기질 개선이 비용만 드는 일이 아니라, 제대로 투자하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편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화석연료 연소를 비롯해 주요 배출원이 상당 부분 겹친다. 따라서 두 문제를 별도로 다루기보다 공통 배출원을 통합적으로 줄이면 더 빠르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대기오염에 대응하지 않으면 의료비 증가, 노동생산성 저하, 질병과 조기 사망 등 막대한 ‘행동하지 않는 비용’, 즉 코스트 오브 인액션(Cost of inaction)이 발생한다. 보고서는 에너지, 산업, 교통, 농업, 식품, 가정용 조리와 난방, 폐기물 관리 등에 걸쳐 검증된 25개 해법을 제시하는데, 이 해법들을 전 세계적으로 이행했을 때 투자 1달러당 경제적 편익을 약 15달러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 관점으로 보면, 기준 시나리오와 비교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절반, 메탄을 약 60%, 블랙카본과 초미세먼지 생성에 관여하는 주요 대기오염 물질을 약 7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그 결과 해법 이행을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050년 약 0.34도, 2100년 약 1.4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대기오염 물질인 메탄, 질소화합물이 결국은 온난화 물질이긴 하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두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대기오염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그렇게 컸나.
“대기오염은 전 세계 조기 사망의 두 번째로 큰 위험요인이며, 환경적 위험요인 중에서는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비 증가, 노동 생산성 저하, 질병 부담 등 사회·경제적 비용도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대기질 개선에 투자하면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줄이는 시장편익뿐 아니라 건강한 삶과 조기 사망 감소 같은 비시장편익, 그리고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는 편익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경 분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대기오염 저감 노력이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 협력을 둘러싼 국제적 여건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다른 분야에서의 다자협력과 마찬가지로 지정학적·경제적 압력이 존재한다. 다만 UNEP의 역할은 개별 회원국의 정책을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환경 행동의 공동 편익을 바탕으로 국가들을 계속해서 동참시키는 것이다. 대기오염은 초국경적인 성격이 강해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과학과 기술, 재원과 효과적인 정책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적·지역적 협력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 동아시아 산성강하물 모니터링 네트워크(EANET)에 관해 설명해달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아시아 13개국이 참여하는 정부 간 협력체계다. 지역의 산성비 및 대기오염 문제를 공동으로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2001년에 설립됐다. EANET은 공통된 방법론을 바탕으로 장기간 대기오염과 그 환경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무국은 태국 방콕의 UNEP 아태지역사무소에 있고, 일본 니가타에 있는 네트워크센터가 기술 지원과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말 제5차 평가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 산성도는 좀 개선되고 있나.
“2000년 이후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이산화황(SO₂) 농도와 산성강하물이 개선됐으며, 특히 동북아에서 뚜렷한 감소 추세가 관찰됐다. 배출규제 강화와 청정기술 도입 등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지역과 오염물질에 따라 추세가 달라 장기 모니터링과 지역협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
이산화황은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황(S)이 산소(O)와 결합해 만들어지는 황산화물(SOx)의 하나다. 석탄이나 중유 등 황이 포함된 화석연료를 태우면 황산화물이 발생하는데 가정 난방, 선박, 공장, 자동차, 발전소 등이 주요 발생원이다. 특히 이산화황은 입자, 물 등과 반응해 초미세먼지(PM 2.5)와 산성비(H₂SO₄)를 발생시킨다.
- 한국도 미세먼지가 과거만큼 심한 것 같진 않다.
“지난달 7일 심포지엄에서 정부 발표를 보니 전국 연평균 PM 2.5 농도가 2016년 26㎍/㎥였는데 지난해는 16㎍/㎥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2017년 당시 환경부 대기정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매우 큰 관심을 받던 시기였다. 대선 과정에서도 주요 환경 현안 가운데 하나로 다뤄질 정도였고, 그만큼 정책 추진 요구도 컸다. 그런 국민적 관심이 미세먼지 관리 체계 강화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 과거 국내 오염원이 약 70%, 국외 영향이 30% 정도로 분석됐는데 지금도 그럴까.
“지난 10년간 배출 구조와 대기질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숨겨진 자산’ 보고서에도 소개됐듯 중국 도시들의 연평균 PM 2.5는 2015년 46㎍/㎥에서 2024년 29.3㎍/㎥로 감소했다. 다만 모든 국가가 같은 경로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국가에서 적절한 정책 개입이 없을 경우 대기오염이 악화할 수 있다.”
- 최근 UNEP는 ‘오버슈트 제한하기: 1.5도 초과를 대처하며 목표로 되돌아가는 경로’ 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마지노선인 1.5도를 넘어서는 것을 사실상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1.5도 지키기 전략이 실패한 것인가.
“‘1.5도 전략이 실패다’라고 말하는 보고서가 아니다. 핵심 메시지는 1.5도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더라도 여전히 1.5도는 국제사회의 목표라는 것이다. 1.5도 위로 얼마나 더 올라갈 것인가와 초과 상태로 얼마나 길게 머물 것인가, 이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과 위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피크를 찍고 가능한 한 빨리 다시 내려와야 한다. 이러한 경로는 여전히 가능하며 이를 위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기후행동이 필요하다.”
- 최근 네팔 홍수사태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로 본다.
“특정 사건 하나를 두고 그것이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별 사건과 기후변화 간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상세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빙하 감소도 계속돼 다양한 기후 관련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재난에 더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와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국제기구에서 한국에 기대치가 높다고 들었다.
“‘푸른하늘의날’은 한국 주도로 제안돼 UN 공식기념일이 됐다. 한국은 대기오염 문제에 국제적 관심을 높이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다. 화학물질 관리 등 다른 환경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왔고, 이러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것에도 관심이 높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하면서 이 분야가 지속적인 전문성과 경험의 축적이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언론이 글로벌 환경 이슈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제가 담당하는 업무 가운데 하나가 과학과 정책을 연결하는 사이언스 폴리시 인터페이스(Science Policy Interface, SPI)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이라는 세 가지 환경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국제기구들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 분야에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생물다양성 분야에는 IPBES(생물다양성과학기구)가 대표적이다. 최근 화학물질·폐기물·오염 분야에서 ISP-CWP(화학물질·폐기물·오염에 관한 정부 간 과학 정책 패널)가 새로 출범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IPCC 보고서가 국제 기후협상과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듯이, ISP-CWP 역시 화학물질·폐기물·오염 분야에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병률 경제 에디터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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