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방치된 제주 ‘흉물 마을’ 재개발 추진…이번엔 순항할까

서보미 기자 2026. 10. 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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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예래해안로.

'원토지주'(수용 이전 소유자) 4명이 제주 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제이디시를 상대로 토지 수용이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 참여했던 강민철 전 예래생태마을위원회 위원장은 "대법원 승소 뒤 '이제는 우리 마을에서 새로운 모델의 개발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12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며 "제주도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난리인데 생태마을에 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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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에 또 고층 아파트 안 돼” 의견도
2일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일대의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부지. 2015년 공사가 중단된 뒤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12년째 방치돼 있다. 서보미 기자

지난 2일 제주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서귀포시 예래해안로. 녹슨 철제 울타리와 무성한 잡풀 너머 잿빛 콘크리트 건축물 147채가 짙푸른 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었다. 친구와 함께 바닷가 산책을 나온 관광객 이아무개씨는 “멀리서는 예쁜 마을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흉물스럽다”며 “이상하고 무섭다”고 했다.

시월이면 반딧불이가 노니는 예래생태마을에 자리 잡은 ‘흉물 마을’은 13년 전인 2013년에 착공한 ‘곶자왈빌리지’다.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콘도미니엄 147채가 빼곡히 모여 있는 곶자왈빌리지는 버자야제주리조트가 추진한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1단계 프로젝트로 조성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합작법인인 버자야제주리조트는 2조5천억원을 투자해 22만평 터에 카지노·호텔·콘도·박물관·메디컬센터·쇼핑센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안에는 짓다 만 콘도미니엄 147채가 남아 있다. 서보미 기자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던 제주도의 ‘외자 유치 1호’ 사업은 1단계인 곶자왈빌리지가 65%가량 지어진 상태에서 완전히 멈춰 섰다. 2015년 서귀포시가 영리 추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휴양형 주거단지를 공공성이 요구되는 유원지로 인가한 것도, 이에 근거해 토지를 수용한 것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짓다 만 콘도 단지는 12년째 방치돼 마을의 골칫거리가 됐다. 2020년 버자야그룹에 투자원금 1250억원을 돌려주고 사업권을 넘겨받은 제이디시는 지금도 개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사업권 인수, 공사, 토지 보상비로 3200억원을 쓴 사업을 접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방식은 유원지 개발에서 도시개발사업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녹슬고 낡은 콘도 대부분을 철거한 뒤 아파트 단지와 관광·레저시설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제이디시는 다시 사업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11년 전 대법원 판결로 원래 주인들에게 돌아간 토지 소유권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토지 보상률은 면적 기준 80% 정도다.

예래해안로에서 바라본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지금은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어 출입이 금지돼 있다. 서보미 기자

다만 올해 안에 제주도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신청을 하려던 계획은 틀어졌다. 제이디시 관계자는 “계획과 달리 도시개발법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따른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제주특별법에 나온 ‘제한적 토지수용’ 기준을 맞추려면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했다.

과거 주민과 토지주 동의를 제대로 얻지 않고 사업을 밀어붙였다가 소송을 당한 제이디시는 이번에는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동우 예래동 상예1마을회 회장은 “우리 마을이 유튜브 같은 곳에 계속 나와서 창피하다”며 “제이디시가 관광 개발과 도시 개발을 복합적으로 추진한다고 마을에 설명하고 있는데, 흉물로 남아 있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년 대법원의 ‘토지 수용 무효’ 판결을 끌어낸 강민철 전 예래생태마을위원회 위원장이 2일 방치된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강 전 위원장은 “12년째 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하지만 재추진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도 있다. ‘원토지주’(수용 이전 소유자) 4명이 제주 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제이디시를 상대로 토지 수용이 위법하다며 낸 소송에 참여했던 강민철 전 예래생태마을위원회 위원장은 “대법원 승소 뒤 ‘이제는 우리 마을에서 새로운 모델의 개발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12년 동안 달라진 게 없다”며 “제주도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아 난리인데 생태마을에 또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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