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열렸지만 교섭까지 7개월…한화오션 원청교섭 기나긴 과정

정종엽 기자 2026. 10. 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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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아직 원청과 제대로 된 단체교섭을 시작하지 못했다. 한화오션이 누구의 사용자이고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지를 두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오가는 동안 교섭 자체가 미뤄졌다.

한화오션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웰리브지회를 제외했고, 3월 18일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서도 거통고하청지회만 올렸다.

한화오션은 집행정지 기각 뒤 거통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 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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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오션 원청교섭, 7개월 동안 무슨 일이
3월 교섭 요구 뒤 노동위·법원 오가며 지연
중노위 “시설·작업환경은 원청이 실질 결정”
한화오션, 사용자성 다투며 행정소송·집행정지
법원 기각 뒤 두 지회 교섭노조 확정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통고조선하청지회·웰리브지회 관계자 등이 4월 13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아직 원청과 제대로 된 단체교섭을 시작하지 못했다. 노사가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놓고 교섭하다 막힌 것이 아니다. 한화오션이 누구의 사용자이고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지를 두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오가는 동안 교섭 자체가 미뤄졌다. 그동안의 경과를 정리했다. ▶1·2일 자 11·15면 보도, 6일 자 1면 보도

웰리브 제외한 공고에서 시작된 7개월

전국금속노조는 개정 노조법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 한화오션에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함께 적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웰리브 노동자들은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시설관리 등 생산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당시 교섭 요구에는 거통고하청지회 조합원 170명과 웰리브지회 450명이 포함됐다.

첫 갈등은 교섭 내용이 아니라 교섭할 노조를 정하는 절차에서 생겼다. 한화오션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웰리브지회를 제외했고, 3월 18일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에서도 거통고하청지회만 올렸다. 노조가 이의를 냈지만 회사는 공고를 수정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3월 27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다. 경남지노위는 4월 16일 한화오션이 노조가 실제 교섭을 요구한 내용과 다르게 공고했다며 웰리브지회를 포함해 다시 확정 공고하라고 결정했다. 이때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의 원청 사용자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교섭요구 공고 절차가 잘못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오션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 단계에서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의 사용자냐'가 본격적인 쟁점이 됐다.

한화오션은 중노위에서 웰리브 노동자들이 자신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고, 급식·수송·시설관리 업무도 웰리브가 독립적으로 맡는 도급업무라고 주장했다. 급식시간 조정이나 휴게시설, 근무시간 등 상당수 노동조건은 웰리브가 결정하거나 노사협의를 통해 정하는 사항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원청이 시설을 소유하거나 도급계약을 맺었다는 사정만으로 웰리브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금속노조 주장은 달랐다. 웰리브 노동자들이 일하는 조리실과 세탁실, 휴게실은 한화오션 사업장 안에 있고 통근버스도 원청 노동자와 함께 이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시설을 수리하거나 새로 설치하려면 한화오션의 승인과 예산이 필요하고, 식당 운영시간과 통근버스 운행 역시 조선소 생산 일정과 연결돼 있어 원청의 결정 없이 바꾸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6월 15일 한화오션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특히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낡은 시설과 설비 개선과 관련해서는 한화오션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한화오션이 해당 시설과 장비를 소유하거나 제공하고 있고, 수선·개선에도 원청의 협조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노동위 판단 뒤에도 행정소송·집행정지

중노위 결정 뒤에도 교섭은 열리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고,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경남지노위와 중노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회사는 법원에서 웰리브지회와 교섭이 시작되면 사용자성이 아직 판단되지 않은 성과금 등 다른 의제까지 교섭 요구가 이어질 수 있고, 노사분쟁과 교섭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는 절차를 밟더라도 결정 효력은 유지된다며 교섭을 계속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경남지노위 결정 이후 중노위 재심까지 모두 10차례 교섭을 요구했지만 한화오션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두 지회는 쟁의조정 절차에 들어갔고, 경남지노위는 7월 2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법원도 이후, 이 결정으로 노조가 쟁의행위에 필요한 절차를 밟은 것으로 봤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크레인에 올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1일 서울행정법원이 한화오션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상황은 다시 움직였다. 재판부는 중노위가 한화오션을 시설·작업환경 의제의 사용자로 본 판단이 명백히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동위 결정이 유지된다고 해서 한화오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거나 이를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노동위 결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과태료나 강제집행이 뒤따르는 구조는 아니라고 짚었다.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 지위와 교섭 의제 등을 따져 별도 절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한화오션은 집행정지 기각 뒤 거통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를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 공고했다. 3월 첫 교섭 요구 이후 7개월 만이다. 본안 행정소송은 남아 있지만, 적어도 두 지회를 교섭 절차에서 제외할지를 둘러싼 다툼은 한고비를 넘긴 셈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의제는 성과금과 하청업체 변경 때 고용·근속 승계, 조합활동 보장 등을 비롯해 웰리브 노동자의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개선, 휴게공간 확대, 건강보호대책, 근무시간 변경 때 사전협의 등이다.

한화오션 사례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됐다고 원청교섭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청이 사용자 지위를 다투면 노동위 초심과 재심, 행정소송과 집행정지까지 이어질 수 있고, 그 사이 실제 교섭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법이 열어놓은 원청교섭의 문을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의 또 다른 과제로 드러난 셈이다.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