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계’… 8년 간병 60대, 치매 모친·조카 바다로 내몰았다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진 외조카를 살해하고 치매를 앓는 어머니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3부(재판장 채희인)는 6일 살인·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백모(62)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백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백씨는 지난 3월 22일 경주의 감포읍 나정항에서 외조카인 30대 여성 A씨를 물에 빠지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했고, 뒤이어 모친인 90대 여성 B씨를 물에 빠뜨리려다 목격자들의 제지 등으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14년쯤 허리를 다친 뒤 일을 그만두고 홀로 살던 백씨는 2018년쯤 어머니인 B씨의 권유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당시 B씨의 집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백씨의 여동생과 여동생이 낳은 외조카 A씨 등이 함께 지내고 있었다. 백씨는 “어머니가 ‘나도 곧 치매가 올 것이고, 동생과 조카도 정신이 불편하니 네가 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같이 살았다”고 했다.
이 시기부터 약 8년간 백씨는 세 가족의 간병과 돌봄을 혼자 해 왔다. 식사와 청소, 빨래 등 가사 전반이 백씨의 몫이었다고 한다. 백씨와 모친 B씨가 모아둔 돈 8000만원과 가족에게 들어오는 월 80만원 상당의 연금 등으로 네 가족이 지냈다.
2022년엔 백씨의 여동생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로부터 외조카의 폭력성과 모친의 치매 증상이 심해졌다고 백씨는 주장했다. 사건 전 평소 백씨가 남동생에게 보낸 문자에는 “(외조카가) 올해 1~2월 사이 이불하고 옷을 50벌 찢었다. 작년엔 (새로 산) 이불·옷값만 500만원이 넘게 들었다” “8년 동안 날 괴롭히고 때리고 달려드는데, 난 밥 해주고 사는데 엄마도 날 힘들게 하고... 이제 한계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백씨는 재판정에서 “친지들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올해 3월 22일 백씨는 모친과 외조카를 데리고 경주 나정항으로 향했다. 방범 카메라에 찍힌 이날 영상에는 백씨가 먼저 바다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뒤, 외조카 A씨가 따라 하듯 바다로 들어간다. 하지만 A씨는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익사했고, 백씨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구조 요청이나 활동도 하지 않았다.
이후 백씨는 모친 B씨의 몸을 잡고 바다로 빠뜨리려 했으나 B씨의 완강한 거부와 주변 목격자들이 달려와 백씨를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최종 변론에서 검사는 “소위 ‘묻지 마 살인’을 제외한 대부분 살인 사건엔 저마다의 이유가 붙는다”며 “백씨는 ‘모친이 싫어해서 요양원에는 못 보냈다’면서도, ‘하늘나라에 가기 싫다’는 모친의 말은 듣고도 무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범의 우려가 있고, 일정 기간 동안 감옥에서 자신의 잘못을 성찰할 필요성 등을 감안해 징역 12년을 재판부에 요청한다”고 했다.
백씨 측 변호인은 “백씨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죄책감을 느끼면서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며 “다만 햇수로 8년간 치매를 앓는 모친과 지적 장애를 가진 조카를 홀로 돌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점, 유족인 동생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백씨는 “반성하면서 살겠습니다. 형량은 판사님께서 많이 주십시오. 항소는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배심원 7명은 백씨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형량에 대해선 징역 7년이 4명, 징역 8년이 3명이었다.
재판부는 “백씨가 이 사건 이전엔 범죄 전력이 없는 데다, 8년간 피해자들을 홀로 부양하다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사건에 이르게 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치매를 앓거나 중증 장애를 가진 취약한 가족들을 상대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점은 우발적 살인과는 차등을 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모친 역시 믿었던 아들의 범행으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백씨의 재범 및 자살 위험성 등을 모두 종합해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후임 비서실장 인선 묻자 靑 “후임 올 만한 분위기 느끼지 못해”
- ‘부캉이’ 주둥이에 찰과상… “움직이다 수로 구조물에 긁힌 듯”
- 국감 출석한 박진영 “대통령과 민주당 위해 일한단 생각, 1초도 해본 적 없어”
- ‘한 달 내 끝내라’던 김병기 수사, 결국 한 달 연장
- 탈북민 출신 박충권 “북향민 명칭 변경 모욕적...통일부 장관 북한 대변인이라고 부를 것”
- “단 한 건 소송만으로 존립 위협”...스타트업 업계, 집단소송법 도입 우려
- 고엽제 피해 2세 인정 질환 단 3개…3·4세대 피해조사는 ‘0건’
- “축구협회, 쿠팡은 예치금 면제, 중소사엔 50억원 요구” 특혜 의혹 제기돼
- [속보] 경찰, 민주당 경기도당 압수수색
- 국힘 법사위원들, ‘野 발언권 제한’ 서영교 위원장에 “공개 사과 안하면 윤리위 제소, 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