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테니스 치고 순찰도 도는 로봇, 일상 속으로 성큼… ’2026 서울AI로봇쇼’

김동진 2026. 10. 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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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코트에 들어선 로봇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사람과 마주 섰다.

2026 서울AI로봇쇼 주제는 '우리 삶과 동행하는 일상 속의 로봇'이다.

최근 AI 산업의 관심이 화면 안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드는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가운데, 서울AI로봇쇼는 이러한 변화를 스포츠와 공연, 생활 서비스 등 친숙한 형태로 풀어냈다.

주최 측은 스포츠와 공연부터 산업 현장, 서울의 일상생활, 재난안전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를 공간별로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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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테니스 코트에 들어선 로봇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사람과 마주 섰다. 사람이 코트 구석으로 공을 찔러 넣자, 로봇이 몸을 틀어 라켓을 휘둘렀다. 라켓에 맞은 공이 네트를 넘어가며 랠리가 이어지자, 코트 주변을 둘러싼 관람객들이 일제히 탄성을 쏟아냈다.

2026 서울AI로봇쇼에서 사람과 테니스를 치는 로봇의 모습 / 출처=IT동아
2026 서울AI로봇쇼에서 사람과 테니스를 치는 로봇의 모습 / 출처=IT동아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AI로봇쇼’의 풍경이다. 2026 서울AI로봇쇼 주제는 ‘우리 삶과 동행하는 일상 속의 로봇’이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행사를 주최·주관하며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2회째를 맞은 행사에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LG CNS,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국내 피지컬 AI 혁신기업 등 총 51개사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국내 로봇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단순 제품 전시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로봇 기술을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

2026 서울AI로봇쇼 현장 / 출처=IT동아

축구·테니스·복싱…스포츠경기로 보여주는 로봇 기술

가장 먼저 로봇 스포츠 공간으로 향했다.

로봇 스포츠 공간은 기술 설명 대신 경기라는 익숙한 형식으로 피지컬 AI를 보여준다. 종목은 테니스와 축구, 복싱 세 가지다. 로봇끼리 겨루는 경기뿐만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경기와 관람객 조종 체험도 마련됐다.

축구 경기에서는 인하대학교 로봇팀이 선보이는 로봇들이 경기를 펼치고, 사람이 직접 로봇을 조종해 슈팅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인하대학교 로봇팀이 축구 경기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 출처=IT동아

복싱 경기에서는 유니트리의 두 로봇이 맞붙으며, 관람객에게 직접 조종해 경기에 참여할 기회도 제공된다. 캐스터가 경기를 중계하며, 현장의 모습은 경기장 주변 LED 화면으로 행사장 내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유니트리 로봇이 권투 경기를 시연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테니스 코트에서는 갤봇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1대 1로 경기를 펼친다. 사람의 조작을 필요로 하는 축구와 복싱 로봇과 달리, 테니스 로봇은 스스로 사람이 치는 공을 따라 몸을 틀고 라켓을 스윙하며, 실수했을 때 마치 사람처럼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테니스 로봇과 대결을 원하는 관람객은 현장 신청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관람객은 로봇이 주변 환경과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판단하고, 이를 실제 물리적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AI 산업의 관심이 화면 안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드는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가운데, 서울AI로봇쇼는 이러한 변화를 스포츠와 공연, 생활 서비스 등 친숙한 형태로 풀어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로봇과 사는 서울'이 펼쳐졌다

본격적인 전시장 투어를 시작했다.

전시장은 크게 ▲엔터존 ▲혁신기업존 ▲로봇IN서울존 ▲로봇챌린지존 등 네 공간으로 나뉜다. 주최 측은 스포츠와 공연부터 산업 현장, 서울의 일상생활, 재난안전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를 공간별로 구분했다.

첫 번째 엔터존에서는 국내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방형으로 전시한다. 로브로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보티즈, 뉴로메카, 뉴빌리티 등이 참여한다.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 출처=IT동아

현장에서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로봇이 K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관람객의 시선이 무대로 향했다. 로봇은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등 음악에 맞춰 연속 동작을 선보였다. 단순히 걷거나 정해진 자세를 취하는 수준을 넘어, 두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여러 동작을 이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혁신기업존에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로봇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의 직선주행과 회전, 장애물 회피 등을 시연한다. LG CNS는 스마트홈을 구현하고 두산로보틱스는 식음료(F&B)를 기반으로 한 로봇·AI 기술을 선보인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AJ네트웍스 등도 참여한다. 국내 피지컬 AI 스타트업들은 별도의 오픈랩 형태 공간에서 사족보행과 자율주행, 웨어러블, 돌봄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소개한다.

모베드 시연 현장으로 향했다. 이 플랫폼은 너비 74cm, 길이 115cm, 최대 속도 10km/h로 1회 충전 시 4시간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적재중량은 라인업에 따라 47kg~57kg 수준이다.

모베드는 4개의 독립 구동 휠과 편심(Eccentric) 자세 제어 메커니즘을 갖췄다. 각 휠에는 세 개의 모터를 탑재해 개별 바퀴의 주행과 조향, 편심 기능을 수행, 차체를 원하는 기울기로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경사나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도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같은 메커니즘으로 서울AI로봇쇼 현장에서 높은 연석 구간을 극복하는 모습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현대차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가 높은 연석 구간을 통과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세 번째 로봇IN서울존에 들어서면 로봇의 무대가 산업 현장에서 시민의 일상으로 바뀐다. 자율주행 순찰로봇과 배달로봇, 순찰로봇 등이 등장한다. 일례로 FRT로보틱스는 사람의 힘든 일을 보조하는 동시에 근골격계 부상 예방을 돕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 네오(StepUp NEO)’를 시연했다.

스텝업 네오를 착용하고 20kg 무게의 상자를 드는 모습 / 출처=IT동아

스텝업 네오를 허리와 허벅지 등에 장치를 착용하면, 작업자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에 집중되는 힘을 분산해 중량물을 반복해서 들고 내리는 작업의 부담을 덜어준다.

핵심은 전기모터가 아닌 가스 스프링을 이용한 무동력 보조 구조다. 제품 양쪽에 장착된 가스 스프링은 작업자가 몸을 굽히거나 앉을 때 자세를 지지하고, 다시 일어날 때 저장된 힘으로 몸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허리에 집중되는 하중을 분산, 제조·물류·농업처럼 중량물을 반복해서 취급하는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원리다. 제품 무게는 3.6㎏이며 보조력은 10·12·14㎏f의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FRT로보틱스가 20㎏ 중량물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근전도(EMG)로 측정한 자체 시험에서는 스텝업 네오 착용 시 허리 근피로도가 평균 43%, 근력 사용량이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FRT로보틱스 관계자는 “이 제품은 산업 용도뿐만 아니라 환자를 들어 올리거나 자세를 바꾸는 작업이 잦은 병원·요양 현장에서도 요양보호사의 신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제품은 신체 크기에 따라 S·M·L 세 가지 크기로 나뉘며, 허리는 76~127㎝, 허벅지는 39~59㎝ 범위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다음 부스로 시선을 옮기자, 또 다른 로봇이 눈길을 끈다.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사람을 대신해 위험 요소를 살피는 순찰로봇이다.

도구로보틱스가 순찰로봇을 시연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도구로보틱스가 순찰로봇을 시연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도구로보틱스가 선보인 AI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정해진 경로를 돌아다니는 데 그치지 않고 라이다와 열화상 카메라, 마이크 등 각종 센서로 주변 상황을 파악한다. 사람이 쓰러진 모습이나, 비명과 같은 이상 음향, 화재·온도 이상 등 위험 상황을 감지하면, 이를 관제 시스템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도구로보틱스는 경찰청을 비롯해 군·공공기관, 포스코, KT텔레캅, 고려대 구로병원 등 전국 70여개 현장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마지막 로봇챌린지존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곳의 주제는 재난과 공공안전이다. 재난·공공안전 현장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이 공간에서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참여해 로봇으로 구조·탐색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구조 챌린지’를 진행한다. 원격조종과 AI 기반 자율주행 등 실제 재난·공공안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미션 형태로 선보인다.

전시장의 네 공간을 차례로 돌아보면, 이번 행사의 방향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로봇을 구경하는 전시에서 로봇이 실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는 전시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정오가 되자 펼쳐진 로봇퍼레이드

낮 12시. 각각의 부스에 머물던 로봇들이 하나둘 전시장 통로로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AI로봇쇼가 준비한 로봇 퍼레이드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웨어러블 로봇 등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참여 기업의 로봇이 전시장 안을 이동하며 일종의 ‘로봇 런웨이’를 만든다. 주최 측은 점심시간에 맞춰 로봇들이 전시장으로 나오는 장면을 연출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축제 공간으로 만들었다.

2026 서울AI로봇쇼 로봇퍼레이드 현장 / 출처=IT동아

사람 키와 비슷한 휴머노이드부터 사람을 훌쩍 넘는 대형 로봇까지 크기도 모습도 제각각이다. 건담 로봇부터 아이언맨과 범블비 등 영화 속 로봇까지 등장하자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2026 서울AI로봇쇼 로봇퍼레이드 현장 / 출처=IT동아

아이언맨 로봇을 선두로 흰색과 검은색 휴머노이드 등이 줄지어 통로를 걸었다. 행렬이 부스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관람객들이 양옆으로 모여들어 휴대전화를 들었고, 로봇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각각의 부스에서 기술을 설명할 때는 서로 다른 용도의 기계처럼 보였던 로봇들이 한꺼번에 전시장 통로를 움직이자 행사 주제인 ‘일상 속의 로봇’이라는 표현도 보다 구체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보여주기' 넘어 로봇기업 사업화까지

서울AI로봇쇼는 관람객을 위한 체험형 행사에만 초점을 맞춘 행사가 아니다.

7일에는 코엑스 컨퍼런스룸 301호에서 ‘로봇 친화 도시 서울로의 발돋움을 위한 전문가 토론’을 주제로 피지컬 AI 포럼을 연다. 신동준 연세대학교 교수, 황보제민 KAIST 교수 겸 라이온로보틱스 대표, 남창모 로브로스 부대표, 아오이 후카와(Aoi Fukawa) 갤봇 부사장 등이 발표자로 참여한다. KIST AI·로봇연구소와 LG전자 HS로보틱스연구소, 투자업계 관계자도 참여해 ‘로봇 도시, 서울의 가능성과 도전 과제’를 논의한다.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로봇·AI 분야 기업과 투자사 사이 1대1 투자 상담을 지원하며, 추진현황 자료 기준 20개 투자사와 40개 기업이 참여해 총 84건의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후속 IR과 매칭을 추진해 실제 투자 성사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로봇친화도시 서울로"…기술에서 일상으로

서울시와 SBA가 이번 행사에서 강조하는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국내 로봇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 로봇 기술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나아가 전시와 포럼, 투자자 밋업을 한 행사 안에 묶어 기술 소개가 기업의 사업화와 투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행사 개최와 함께 로봇산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서울형 R&D 로봇 분야 60개 과제에 155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 1500억원 규모의 피지컬 AI 분야 펀드를 조성한다. 수서역세권에는 2030년 로봇벤처타운, 2031년 서울로봇테크센터 준공을 추진해 로봇산업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차기석 서울경제진흥원 미래혁신본부장은 "2026 서울AI로봇쇼는 국내외 혁신 로봇기업과 시민, 투자자, 바이어가 한자리에 모여 기술과 시장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망 로봇·AI 기업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거두고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시, 투자 유치, 판로 개척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 서울AI로봇쇼는 오는 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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