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세계 최초 '래싱프리 컨테이너선' 인도
갑판 적재 중량 10% 이상 늘고 화물 유실 위험 낮춰

HD현대가 작업자가 직접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수동 고박 작업이 필요 없는 신개념 '래싱프리(Lashing Free) 컨테이너선'을 세계 최초로 인도했다. 컨테이너 적재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동시에 향후 항만과 선박을 잇는 물류 자동화·무인화 기술로도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HD현대는 래싱프리 기술 가운데 하이브리드 타입을 부분 적용한 프랑스 선사의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최근 성공적으로 인도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선박에 적용된 래싱프리 기술은 HD현대중공업이 모든 구성 요소를 독자 개발하고 실증했다. HD현대삼호는 해당 기술이 적용된 선박의 상세 설계와 건조를 맡았다.
기존 대형 컨테이너선은 갑판 위에 적재한 컨테이너가 파도와 바람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작업자가 래싱 장비를 이용해 직접 고정해야 한다. 반면 래싱프리 선박은 선박 구조 자체를 이용해 컨테이너를 고정하면서 이 같은 수동 작업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화물창 내부에서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정렬해 쌓도록 지지하는 '셀가이드(Cell Guide)'를 갑판 상부까지 연장하는 기술이다.
기존 선박에서는 화물창을 덮는 대형 해치커버가 셀가이드의 연장 경로를 가로막아 이를 갑판 위까지 연결하기 어려웠다. HD현대중공업은 셀가이드 사이에 설치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포터블벤치(Portable Bench)'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포터블벤치는 갑판 위 컨테이너의 하중을 받아 선체로 전달하는 구조물이다. 40피트(ft) 컨테이너와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져 별도 장비 없이 기존 항만 컨테이너 크레인으로 싣고 내릴 수 있다.
HD현대는 이 기술이 단순히 선박 내부 작업을 줄이는 것을 넘어 향후 컨테이너 터미널과 선박 사이의 화물 이동 과정까지 자동화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가이드 범위 밖에 적재되는 컨테이너를 위한 별도 고정 기술도 개발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트위스트락 루팅 시스템(Twistlock Rooting System)'은 컨테이너를 선체 구조에 뿌리내리듯 견고하게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래싱 방식보다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중량을 늘리면서 운항 중 컨테이너의 안정성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현대에 따르면 래싱프리 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동일 선종보다 갑판 위에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중량이 10% 이상 증가한다.
파도와 강풍이 발생하는 해상에서도 컨테이너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 화물 유실 방지와 선박 안전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컨테이너 유실은 글로벌 해운업계에서도 주요 안전 과제로 꼽힌다. 세계해운협의회(WS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운송된 약 2억8000만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1478개가 해상에서 유실된 것으로 추산됐다.
2024년 576개보다 늘어난 규모다. WSC는 악천후와 대형 해상 사고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컨테이너 유실 방지를 위한 고박·적재 관련 제도와 기술 기준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9월 진행한 시운전에서도 기존 해치커버와 래싱브리지를 사용하는 선박보다 운항 중 발생하는 진동이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현재는 방수 기능까지 추가한 차세대 래싱프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류홍렬 HD현대중공업 기술본부장 부사장은 "새로운 컨테이너 운송 기술을 향후 중소형 선박까지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안전성과 적재 효율, 자동화 등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기술을 지속 개발해 수주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래싱프리 기술은 2024년 IMO 산하 화물·컨테이너 운송 전문위원회(CCC) 제10차 회의에서 컨테이너 유실 방지와 관련한 한국의 기술 사례로 소개됐다. IMO는 당시 컨테이너 해상 유실 방지를 위한 기술적·제도적 대책을 검토하고 관련 작업계획을 마련했다.
해당 기술은 국내외 다수의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됐으며 올해 장영실상 수상 제품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