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실패에 주는 과학상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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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노벨상의 계절이다.
하지만 노벨상이 당대의 과학 성취를 빠짐없이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과학상에는 최고 성취를 기리는 노벨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발견에 주는 이그노벨상은 이제 기다려지는 과학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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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다시 노벨상의 계절이다. 1901년 이래 해마다 10월이면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가 주요 기사로 언론을 장식한다. 노벨 사이트의 통계를 보면, 125년 동안 과학자 662명이 노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 업적만 따라가도 현대 과학 역사가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노벨상이 당대의 과학 성취를 빠짐없이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상대성이론이 아니라 광전효과 연구의 공로로 수상했다. 노벨상 시즌을 맞아 상대성이론을 비롯해 현대 물리학의 토대가 되었지만 노벨상을 받지 못한 뛰어난 성과들이 요즘 다시 조명되기도 한다.
과학상에는 최고 성취를 기리는 노벨상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발견에 주는 이그노벨상은 이제 기다려지는 과학상이 됐다. 그런데 올해 또 다른 의미의 과학상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컨트롤-지(Ctrl-Z) 상’이다. 컴퓨터 실행 작업을 되돌리는 단축키에서 이름을 따온 이 상은 자신의 논문에서 중대한 오류를 발견했을 때 용기 있게 정직을 선택해 논문을 철회하거나 바로잡은 과학자에게 수여된다. 미국 비영리 단체 과학연구진실성센터(CSI)가 시상한다.
제1회 수상자에는 신진 연구자 부문에서 미국 홀리크로스대학의 얼리사 스미스 조교수(계산사회과학), 선임 연구자 부문에서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케이트 라스카우스키 교수(행동생태학)가 선정됐다. 스미스는 2025년 4월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뒤늦게 수학적 오류를 발견했다. 다시 검증한 결과에서도 원래의 결론은 유지됐지만 논문을 철회하는 길을 택했다. 당시 박사과정 졸업을 앞두고 구직에 나선 민감한 시기인데도,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있는 뒷일을 걱정하기보다 투명한 정직을 선택했다. 현재 수정 논문은 다시 심사를 받고 있다.
라스카우스키는 동물 행동 진화를 연구하며 거미 연구자와 함께 논문 3편을 발표했다. 그런데 2019년 공동연구자의 데이터에서 중복과 오류를 발견했고 결국 데이터가 조작됐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논문 3편을 모두 철회했다. 이후 문제가 된 공동연구자의 다른 논문 19편까지 철회됐다. 라스카우스키는 “내 경력의 끝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동료들과 연구자 공동체가 지지해주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과학계에서 논문 철회는 사회적 낙인과 불명예로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연구자가 스스로 오류를 공개하고 논문을 철회하는 일은 사실 정상적인 과학 활동이다. 시상 단체는 논문 자진 철회가 건전한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자 이 상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이번 수상자들 말고도 논문 자진 철회 사례는 언론에서도 간혹 보도된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정직한 과학을 실천하는 이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과학 활동이 늘 성공 스토리일 수는 없다. 실패를 정직하게 공개하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는 과학 활동에 더 큰 가치를 보태준다. 컨트롤-지는 이런 용기를 응원하며 정직한 과학을 북돋운다는 점에서 반가운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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