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CPTPP 가입 꼭 필요…통상 ‘룰 메이커’ 오를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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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통상질서가 흔들리면서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학계의 제언이 나왔다.
정철 국제통상학회 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과 김성현 국제경제학회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주관한 좌담회에서 "WTO 기능이 약화된 상황일수록 CPTPP 같은 복수국 간 협정이 필요하다"며 "CPTPP 가입 효과를 관세 몇 %포인트 낮추는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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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다자협정으로 WTO 보완해야”
김성현 “대미투자는 불가피한 선택”
국내 투자환경은 노동개혁 통해 개선
내년엔 큰 선거 없어 구조조정 적기
늘어난 재정, 로봇·자율차 등 지원해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 통상질서가 흔들리면서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학계의 제언이 나왔다. 일본·멕시코 등과 관세 장벽을 낮추는 차원을 넘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 규범을 만드는 ‘룰 메이커’ 그룹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해지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는 노동·규제 개혁을 통해 투자 매력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다자 통상 네트워크를 넓히는 ‘투트랙 전략’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정철 국제통상학회 회장 겸 한국경제연구원장과 김성현 국제경제학회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주관한 좌담회에서 “WTO 기능이 약화된 상황일수록 CPTPP 같은 복수국 간 협정이 필요하다”며 “CPTPP 가입 효과를 관세 몇 %포인트 낮추는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만들어질 통상 규범을 함께 설계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CPTPP 회원국들은 통상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들”이라며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수록 기업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경쟁할 수 있는 판을 넓게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단순한 관세 인하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생산·수출 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CPTPP의 핵심은 당장의 관세 효과보다 한국이 ‘룰 테이커’에 머물지 않고 ‘룰 메이커’로 들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고 짚었다.
김 회장도 CPTPP 가입의 실익을 일본이나 멕시코 등 양자 FTA를 맺지 않은 시장에서 관세가 낮아지는 효과에 한정하지 말고 공급망·디지털·투자·환경·노동 등 새로운 국제 기준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는 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CPTPP 가입 과정에서 농축수산업 등 일부 산업이 받을 충격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외 통상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국내 투자환경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은 두 사람은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국내 투자 위축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를 줄이면 관련 시장을 다른 국가나 기업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 회장은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돈이 국내 투자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면서 “대미 투자는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이라고 평했다. 김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면 해외 투자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며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했다.

두 사람은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노동시장 경직성과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임직원의 주거·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까지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회장은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용 안정성을 보완하는 ‘유연 안정성’에 대한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도체 호황에 기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 회장은 “거시경제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호황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잘되는 몇 개 기업과 산업을 제외하면 상황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평했다.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산업이 성장률과 수출, 세수를 끌어올리면서 철강·석유화학·배터리 등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에 직면한 산업의 부진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늘어난 재정 여력은 한계 기업의 생존을 연장하는 데 쓰기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미래 산업 전환에 투입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노출된 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한편 자율주행·로봇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 전환이 가능하도록 인프라와 제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망해야 할 기업을 계속 살리는 방식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과 구조조정에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구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반도체라는 ‘초크 포인트(전략적 요충지)’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온 상황”이라고 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이석진 기자 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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