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천국’ 튀르키예서 떠오르는 멍(犬)권 운동

이스탄불/서보범 특파원 2026. 10. 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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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이스탄불 '하기아 소피아 그랜드 모스크(아야 소피아)' 앞 잔디밭에 떠돌이 개가 앉아 있다. 2024년 통과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이후 각 지자체가 떠돌이 개를 수거하는 조치가 의무화되면서 동물 보호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지자체에서 떠돌이 개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이 잇따르자 동물 보호 단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길고양이의 천국’으로 알려진 튀르키예에서 개가 상대적으로 차별받는 분위기에 반발하는 ‘개 보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튀르키예 앙카라 행정법원은 지난달 15일 앙카라주 주지사 사무실 산하 동물보호위원회가 내린 ‘떠돌이 개 급식 금지’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취소 결정했다. 앙카라주는 지난해 11월 개 물림 사고 방지와 공중 위생 확보를 위해 공공장소 내 무분별한 먹이 제공을 금지하고 위반 시 행정 처벌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동물보호 단체 등이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은 “급식 장소와 시간을 지정하고 위생 조건을 규제하는 등 제한적 조치가 가능한 상황에서 먹이 제공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024년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동물보호 단체들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소송을 제기한 동물보호 단체 하이탑(HAYTAP)은 환영 논평을 냈다. 단체는 “이번 판결은 유기 동물의 생명 보호가 인간의 안전 및 공중보건과 합리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맞서 법적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의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계기로 지자체와 동물보호 단체 간 갈등이 심화했다. 개정안은 지자체의 떠돌이 개 포획을 의무화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장 등을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포획된 개는 반드시 수용 시설로 이송해야 하며, 공중보건에 위협이 되는 경우 안락사를 허용했다. 튀르키예 전역의 떠돌이 개는 약 400만~600만마리로 추산되지만, 수용 시설 능력은 9만마리 미만에 불과해포획된 개들의 집단 폐사 및 무분별한 안락사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7월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지한기르의 한 고양이 보호소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개정안 수정 과정에선 ‘개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개정안 초안은 관리 대상을 ‘길거리 동물’로 규정했으나, 길고양이까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상이 ‘개’로 축소됐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들은 떠돌이 개 수용 정책에 속도를 냈고, 동물보호 단체와 갈등이 격화했다. 이스탄불주는 지난해 관내 39개 구 전체에 떠돌이 개 수거 지침을 내리면서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 갈라타 타워 근처에서 아이가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고양이를 이웃으로 여기는 문화적 특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이슬람권 국가에서 고양이는 친근하고 청결한 동물로 여겨진다. 이슬람 경전 꾸란과 하디스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옷자락 위에서 자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옷을 잘라내고 움직였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고양이를 아끼는 문화가 정착해 있다. 튀르키예는 페트병을 넣으면 사료가 나오는 자동 급식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대중이 길고양이를 돌봄 대상으로 인식한다. 길거리 곳곳에서 고양이 전용 밥그릇과 집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고양이들 역시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튀르키예 이스타불 베즈네질레르 지하철역 인근에 설치된 자동 급식기. 파티흐구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에는 "동전으로 우리의 친구들을 먹일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서보범 특파원

이 같은 편애 논란 속에 개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개 보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학살법’으로 규정하고 “고양이는 사랑받는 동물, 개는 유해 동물이라는 이분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학살법 반대’ ‘길 위의 친구들을 살려라’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확산했다. 무스타파 치프치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지난달 “길거리 동물 99.6%를 수거했다”며 이달 말까지 동물 전체를 수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 단체가 튀르키예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게시한 포스터. 이들은 "이 법안이 수백만 떠돌이 개들의 살아갈 권리를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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