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과 서강준, 이 장기 커플의 처절함이 왜 이리 아플까('너 말고 다른 연애')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10. 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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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기 싫죠? 무섭죠? 역시 맞구나. 무서웠던 거. 아니 너 맞아. 도망가고 싶잖아. 무섭고 두렵고 근데 남자친구한테 미안해서 쪽팔려서 못 하는 거잖아. 아니야?" KBS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남궁호(서강준)는 여자친구 이미도(안은진)가 한태승(이주안)과 나눴던 이야기가 담긴 녹음 파일을 듣게 된다.

남궁호와 이미도는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되어 10년간 함께 한 장기 커플이고 그래서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 힘겨운 현실은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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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말고 다른 연애’를 보면 요즘 청춘들의 절망감이 보인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영화 하기 싫죠? 무섭죠? 역시 맞구나. 무서웠던 거. 아니 너 맞아. 도망가고 싶잖아. 무섭고 두렵고 근데 남자친구한테 미안해서 쪽팔려서 못 하는 거잖아. 아니야?" KBS 토일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에서 남궁호(서강준)는 여자친구 이미도(안은진)가 한태승(이주안)과 나눴던 이야기가 담긴 녹음 파일을 듣게 된다. 술에 취해 한태승의 사무실에 가게 됐던 날, 이미도는 자신이 숨겨놨던 속내를 그가 알아차렸다는 사실에 놀란다.

독립영화로 인정받았지만, 장편영화에는 번번이 엎어져 원치 않는 성인영화 연출을 하며 살아가는 이미도에게 남궁호는 늘 응원의 목소리를 건넸다. "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도는 출연 여배우와 갈등을 겪은 후 또다시 장편영화 감독직에서 밀려나고 심지어 소송까지 겪게 됐다. 이제 영화가 지긋지긋해졌을 법하다. 한태승의 말처럼 하기 싫고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그녀는 차마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못한다. 늘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그에게 어떻게 그 속내를 꺼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여배우의 소송 대리인이었던 한태승은 이미도의 그런 속내를 간파하고 있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상대의 뒤를 캐고 약점을 잡아 뭐든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라, 아이러니하게도 이미도의 그 속내까지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태승은 그렇게 속속들이 알게 된 이미도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 무엇보다 불우한 남궁호를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지켜주는 이미도의 그 애정을 자신도 갖고 싶다. 그는 늘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려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사채빚까지 써서 상습적인 사기를 쳐온 엄마로 인해 남궁호는 현재까지도 고통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를 늘 지지해주는 건 이미도와 그 가족들이다. 그래서 남궁호에게 이미도는 단지 연인 그 이상이다. 그녀만이 아니라 그녀를 통해 자신이 갖지 못한 가족까지 채워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 말고 다른 연애>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저마다 처절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남궁호와 이미도는 어려서부터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되어 10년간 함께 한 장기 커플이고 그래서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 힘겨운 현실은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남궁호는 대기업 제과회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사기를 치고 다니는 엄마 때문에 사채업자가 회사까지 찾아오는 일을 겪는다. 이미도는 남궁호의 든든한 응원을 받는 미래의 거장 감독이지만 현실은 성인영화를 연출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서브 캐릭터인 한태승과 박수아(조아람)도 마찬가지다. 한태승은 승소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빌런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주혁(곽시양)이라는 로펌 대표에 포획되어 살아가는 사냥개다. 그것도 언제 쓰다 버려질지 알 수 없는. 박수아 역시 진실에 목매는 정의감에 불타는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아홉 살의 나이에 아빠가 피아노학원 남자 선생님과 키스하는 걸 목격했고 결국 엄마는 집을 떠난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각자 네 사람 모두 저마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청춘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무거운 현실에 짓눌려 있다. 그래서 <너 말고 다른 연애>는 마치 장기 커플이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 관계가 엇갈리는 사각멜로의 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밑에 깔린 무거운 현실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대체 영화감독을 꿈꾸던 이가 이제 그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지긋지긋한 현실의 무게라는 건 과연 온당한 걸까.

'장기 커플'이라는 설정도 그렇다. 사실 요즘 청춘들의 트렌드처럼 되어 버린 장기 커플은 그들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그들도 결혼하고 싶고 함께 살고 싶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현실들, 이를테면 살 집이나 생계가 되는 직장 같은 것들이 안정되어야 그런 선택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원치 않아도 장기 커플이 된다. 그런데 장기 커플이 되다 보면, 남궁호와 이미도처럼 서로에 대해 점점 더 속속들이 알게 되고 익숙해지고 결국에는 설렘을 잃어버리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현실이 나아졌다고 결혼을 당연한 의무처럼 해야하는 일이 맞는 일일까. 이것이 '장기 커플'이 처한 딜레마다.

<너 말고 다른 연애>는 그래서 저마다 지독한 현실에 포획된 청춘들이 어떻게 그 힘겨움을 버텨내는가의 이야기가 된다. 모두가 힘겹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말들과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 그들은 그래서 숨 쉴 수 있게 된다. 장기 커플의 위기 속에서 '너 말고 다른 연애'를 꿈꾸는 그런 일탈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너 말고 다른 연애'는 꿈꾸기 어려운 애틋함을 이 작품은 그리려 하고 있다. 그저 가벼운 청춘 멜로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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