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지분 9440억원 매각, 3%룰 피하려 했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지분 9440억원어치 매각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포럼은 6일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3%룰’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판 주식을 사는 두 곳과 최 회장 사이에 의결권을 같은 방향으로 쓰기로 한 ‘암묵적 약정’이 있다면 공동보유자로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와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일 공시에서 최 회장이 SK㈜ 주식 165만3924주를 판다고 밝혔다. 5440억원어치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전략적 투자자(SI)에게 넘기고 나머지 4000억원어치는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는 내용이었다. SK㈜는 공시에서 매각 목적을 ‘개인 소요 자금 조달’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SI와 한국투자증권이 의결권을 최 회장과 같은 방향으로 행사하기로 한 암묵적 약정이 있다면 공동보유자로 공시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은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한 사람을 공동보유자로 본다. 지분 5% 이상 대량보유 여부도 이 지분을 합쳐 따진다. 포럼은 서면 계약 없이 구두 합의만 있어도 공동보유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최근 코스닥 상장사 멜파스 소송에서 특정 주총에 한해 일시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한 것만으로는 공동보유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년 주총 앞두고 3%룰 회피 목적?
한국투자증권 몫에는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이 붙었다. 증권사가 주식을 3년간 들고 있다가 판 뒤, 기준가(주당 58만7000원)와의 차액을 최 회장과 정산하는 계약이다. 그동안 의결권과 배당은 증권사가 갖는다. 총액 9440억원은 지난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한 재산분할액과 같다. 결제는 다음 달 2일이다.
포럼은 거래 상대가 두 곳뿐이라는 점이 특이하다고 봤다.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땐 보통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쓴다. 여러 기관·외국인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우리금융지주 지분 6765억원어치를 이 방식으로 팔았다.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도 상속세를 내려고 5년간 10조원 넘는 계열사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번에 넘어가는 주식은 발행주식의 2.3%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빼면 3%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33.5%에서 30.5%로 낮아진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모두 합쳐 3%까지만 인정받는다. 이른바 ‘합산 3%룰’이다. 최 회장 일가가 지분 30%를 가져도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선 3%만 쓸 수 있다.
반면 일가 손을 떠난 주식은 이 한도에 묶이지 않는다. SI(의결권 기준 1.78%)와 한국투자증권(1.25%)으로 넘어가면 각자 3% 미만이라 전부 표가 된다. 두 곳이 최 회장 편에 서면 감사위원 표결에서 최 회장 측 표가 3%에서 6% 정도로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돈이 필요해 팔 수밖에 없던 주식을, 3%룰 효과까지 얻는 곳에 판 것 아니냐’는 게 포럼 측 논리다.
SK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는 사업 연관성으로 나누는 분류이며 PRS는 의결권도 함께 이전되므로 이를 의결권 공동행사로 연결하는 건 가정을 전제로 한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12월 결산 상장사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합산 3%룰과 집중투표제, 전자주총을 처음 함께 적용받는다.
◇포럼 “3단 중복상장 해소부터 논의하자”

포럼은 지배구조 문제도 제기했다. SK그룹은 지주사 SK㈜ 아래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있다. 그 아래 SK하이닉스가 있다. 세 회사가 모두 증시에 상장돼 있다. 같은 사업 가치가 여러 회사 주가에 겹치면 상위 회사 주가가 깎이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SK스퀘어는 순자산의 98% 정도를 SK하이닉스 지분으로 들고 있다. 포럼은 SK스퀘어를 두고 “일반주주 입장에서 아무도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회사”라고 했다.
포럼은 SK㈜와 SK스퀘어의 합병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러면서 두 회사 지분을 각각 7.8%, 8.8% 가진 국민연금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피라미드 구조 맨 위의 지배주주는 아래 회사들이 버는 돈 중 극히 일부만 가져간다. 그래서 주주환원보다 사업 확장으로 영향력을 넓히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게 포럼 설명이다. 포럼은 “주가를 지금보다 2~3배 높이면 지배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비싸진 만큼 적대 세력이 공격하기 어려워지고, 일반주주도 경영진에 반대할 이유가 적어진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솔리다임 해외상장 SK 관계자 투자?
포럼은 “국내든 해외든 자회사 상장은 모두 중복상장이고 모회사 주주가치를 파괴한다”며 솔리다임 상장 중단을 요구했다. 최 회장에게 솔리다임은 ‘손자의 손자’ 회사라는 것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미국에 세운 자회사다. 지난 8월 나스닥 상장 추진 보도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조회공시에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했다.
이해상충 가능성도 제기됐다. 포럼은 SK 전직 임원이 관련된 펀드가 솔리다임에 투자한다는 보도에 대해 SK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사장과 솔리다임 대표를 지낸 노종원 씨가 미국에 사모펀드 운용사(테크브릿지 인베스트먼트)를 세우고 솔리다임에 조 단위 투자를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포럼은 “지주사와 운용사의 창립 주주, 출자자(LP) 가운데 SK 관련자가 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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